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051 - Chapter 1060
1206 Chapters
제1051화
“그래도 안 돼.”진수현이 슬쩍 눈을 흘기며 바라보았다.“너 몸 허약하잖아. 네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께서 어떻게 감당해.”심윤아는 대답이 없다.“아무리 허약하다 해도 쓰러질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게다가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깬 그녀는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심윤아는 자신이 외출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도 진수현은 동의해 주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 서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심윤아는 진수현의 상처가 걱정되었다. 빨리 상처가 낫기 위해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자꾸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상처가 아물 새 없이 자꾸 벌어질 텐데 언제 다 낫겠는가.반면 진수현은 심윤아의 몸이 허약한 것이 걱정되었다. 영양실조에 평소 먹는 음식도 적은데 시장 같은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는가. 딸이 쓰러지면 할머님과 할아버님께서는 분명 놀라서 정신이 없을 것이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지극히 걱정했기에 서로 절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상대의 안위를 더 생각하는 것이다.두 사람의 말다툼은 밖에서 이선희가 다시 문을 두드릴 때까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윤아야, 현아. 준비 다 됐니?”어머님의 목소리에 심윤아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어머님, 전 준비 됐어요. 근데 수현이는 안 갈 거예요.”“뭐?”아들이 가지 않는다는 말에 이선희가 어리둥절하며 무슨 일이냐 물으려 했다. 그러나 묻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고 곧이어 아들의 냉랭한 얼굴이 보였다.진수현은 손을 문손잡이에 걸친채 마치 마치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니, 윤아도 안 가요.”“?”둘이 단단히 미친 건가. 서로가 안 간다고?“어머님, 전 가요.”수현의 뒤에서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가 폴짝 뛰며 어머니와 대화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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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모두 사실이었다.이선희는 아들의 말에 납득했다. 윤아는 확실히 몸이 가냘프고 안색도 좋지 않았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될만했다.그럼...“그럼 넌?”아들을 바라보는 이선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윤아가 왜 널 안 내보는 건데?”진수현이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하지 않았다.“말 좀 해봐.”이선희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그녀는 자기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혹시 다쳐놓고 자신한테 알리기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니 이선희는 문득 어이가 없었다.이선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수현은 여전히 기를 쓰고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희는 결국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심윤아를 향해 물었다.“윤아야, 현이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네가 알려주련?”그녀가 타이르듯 권했다.그런 어머님의 모습에 심윤아도 어쩔 수 없어 알겠노라 대답했다.윤아의 타협에 진수현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졌다. 윤아가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알려주기라도 하면...그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심윤아가 입을 열었다.“어머님, 사실 별일 아니에요. 수현이 절 못 가게 해서 저도 가지 말라 한 거예요.”그 능청스러운 대답에 진수현은 약간 놀랐다. 일그러졌던 표정이 평온함을 되찾아갔고, 진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윤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역시, 임기응변이 좋군.그녀의 대답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과연 이선희는 윤아의 대답에 황당했는지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심윤아가 대답하기 전에 이선희는 자기 아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이 서로를 걱정하며 외출을 만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그런데 뜻밖에도 내막이 이럴줄은... 합이 척척 맞는 완벽한 연극이다.이때 심윤아가 고뇌하며 말했다.“어머님, 제가 가지 못하면 수현이도 못 가요.”“이게 무슨...”이에 진수현이 재빨리 대답했다.“그럼 제가 남아서 윤아랑 아이들 돌볼게요.”이선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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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수현에게 몇 마디 하려던 윤아는 두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화가 풀렸다.진수현이 떠난 후, 윤아는 방으로 돌아가 자신의 옷차림을 정리했다.십여 분 후, 진수현이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둘은 윤아를 확인하고 신이 나서 그녀를 향해 달려왔고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안겼다.“엄마!”두 아이는 마치 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기뻐했다.어제부터 아이들을 밤새 그리워했던 윤아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윤이, 훈이와 한참 놀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진수현에게 물었다.“외할머니는?”진수현이 윤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미 나갔어.”나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녀석들, 외할머니께서 장 보러 간다고 했더니 궁금해서 같이 가고 싶어 하던데.”잠시 침묵이 흐르던 가운데 진수현이 문득 입을 열었다.그의 말에 심윤아가 멈칫하며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가고 싶어?”두 아이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어머니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엄마가 안 가면 우리도 안 가요.”“우린 엄마랑 같이 있어야죠.”아이들의 따뜻한 말이 들려오자 심윤아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반달같이 예쁘게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아이의 확고한 대답은 심윤아의 마음을 따뜻하게 사랑으로 채워지게 했다.“그럼 확실히 정한 거다? 엄마 옆에 있기로.”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수현은 외출을 제안했다. 비록 외할머니들을 따라 장 보러 나가지는 못했지만 집에만 있어도 할 일은 없었다.심윤아는 마음 같아서는 승낙하고 바로 나가고싶었지만 진수현의 부 부상은 여전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며칠간은 잘 쉬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예전이라면 이 며칠이 매우 중요했겠지만 그때 진수현은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았었다. 지금은 심윤아가 깨어났고 상황을 모두 알게 되었으니 그를 제멋대로 굴게 놔둘 수 없었다.그래서 심윤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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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윤이는 어머니의 말에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옆에 있던 훈이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훈이와 눈을 마주한 심윤아는 아이의 눈빛이 진수현과 유난히 닮았고 내성적이라는 것을 느꼈다.지금처럼. 윤이는 호기심이 생기면 진지하게질문했지만 훈이는 담담하게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음... 뭐라고 할까.마치 자신과 진수현의 대화를 알아들은 것만 같은?그러나 심윤아는 자신의 아들이 알아듣는다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자식들은 모두 똑똑했고 윤이는 그저 순수할 뿐이라고 생각했다.진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납득했다. 아침에 시장에 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윤아도 들어주었으니까.그럼 집에서 요양하는 수밖에.집에는 텔레비전과 요 며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준 장난감이 있었다. 윤아는 아이들의 눈을 걱정해 텔레비전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레고를 꺼냈다.그리고 진수현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도록 강요받았다.소파에 앉은 수현은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핸드폰이 진동하자 꺼내본 진수현은 무의식적으로 윤아를 바라보았다.진수현은 그저 윤아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윤아가 마치 텔레파시가 통하기라도 한 듯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자신과 눈이 마주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 닿았다.조용한 거실에서 핸드폰의 진동음이 그녀의 귀에도 들린 듯 했다.진동음이 대략 두세 번 연속으로 울리자 진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전화 좀 받고 올게.”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더러 나가지 말고 여기서 전화를 받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윤이와 훈이가 모두 거실에 있었으니까.심윤아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심윤아는 귀국한 이후 그쪽과 연락이 끊겼다. 이선우, 진우진, 허정윤이 그 후에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다.비록 이선우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윤아가 사고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저지른 일 같았는데... 심윤아는 마음이 좋지 않아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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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대략 5분 후에야 통화를 마친 진수현이 돌아왔다.심윤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은 채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진수현이 소파에 앉을 때까지도 심윤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이 때문에 거실의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얼마 후, 윤이는 레고를 맞추다가 지쳐 누워버렸고, 곧이어 심윤아의 품에 안겨 잠에 들었다.바깥 온도가 높지 않았기에 담요가 있었어도 감기에 걸리기 쉬웠다.심윤아가 아이를 안아 올리려고 하자 진수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아이를 안아 들었다.“내가 할게.”상처가 있으니 그냥 제가 하겠다고 말하려 할 때, 진수현은 이미 윤이를 품에 가볍게 안은 뒤였다. 그 여유로운 모습은 마치 작은 물건을 손에 가벼이 든 것처럼 보였다.자기 딸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하지만 방금 진수현의행동이 윤아에게 준 느낌은 이러했다. 너무 가볍고 여유로웠다. 부상을 입은 상태인데도 이런 거면 다치지 않았다면 더 가볍지 않았을까.심윤아는 저도 모르게 진수현의 힘에 감탄했다.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심윤아가 훈이에게 일렀다.“엄마는 윤이 이불 좀 덮어주고 올 테니까 먼저 놀고 있어. 금방 올게.”훈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후 심윤아는 진수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고, 그가 윤이를 침대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심윤아가 참지 못하고 다가가 일러주었다.“겉옷 벗겨줘야지. 불편하잖아.”종래로 아이를 돌본 적이 없는 진수현은 그녀의 말에 갑자기 허둥지둥했다.“겉옷?”“응.”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안아 들었고, 윤이는 한번 잠에 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아이기에 겉옷을 벗겨주어도 가볍게 두어 번 쌕쌕거리기만 할 뿐 이내 잠에 들었다.심윤아가 겉옷을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주니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아이는 두 사람 앞에서 기지개를 켜기까지 했다.심윤아는 이불을 여며 잘 덮어준 다음 무심코 진수현에 물었다.“아기 돌봐본 적 없어?”진수현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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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조용한 복도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진수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심윤아가 고개를 들어 먼저 물었다.“무슨 말 하려고.”고개를 드니 진수현의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칠흑 같은 눈동자는 속내를 알 수 없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에 심윤아는 숨이 막혔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심윤아는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계속 말 안 하는 거 보니 아직 마음의 결정이 안 된 것 같네. 나 먼저 훈이 놀아주러 갈 테니까 마음 정리 잘하고 다시...”“그 사람 보고 싶어?”그가 갑자기 심윤아의 말을 끊고 물었다.심윤아가 멈칫하며 귀를 의심했다.진수현이 자신에게 그 사람이 보고 싶냐 묻는다.그녀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잔뜩 침울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혹시 네가 말하는 그 사람이...”“응. 맞아.”진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이 맞다고 확인사살한 것이었다.심윤아도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진수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줄 몰랐기 때문에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대략 다른 추측이 있었지만 심윤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진수현이 뒷말을 이어서 할 것 같았다.“만나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바로 돌아가자. 내가 만나게 해줄게.”진수현의 말에 따뜻함이라곤 내비치지 않았다.심윤아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떨구었다.“아냐. 됐어.”그 의외의 대답은 진수현의 잃었던 생기를 순식간에 되찾게 했다.“뭐라고?”이 집에 있는 동안 늘 표정이 우울했고 진수현의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관심을 가졌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안위를 매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그런데 안 만나겠다고?진수현은 심윤아가 바로 승낙하고 빨리 만나고 싶어 할 줄 알았다.그는 심지어 이미 심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심윤아가 승낙한다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했다.그녀가 이선우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도 그거 전에 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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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어쩌면 이선우에겐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심윤아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일지도.두 사람의 뜻을 모두 이루어줄 수는 없다. 그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그동안 심윤아는 많이 힘들었다.이대로 세상을 떠나면 이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마구 관여할 수도 없는 일이다.“걱정하지 마. 이미 너랑 만나기로 했으니 그 사람 보러 가는 일은 없을 거야.”심윤아가 다가와 가볍게 진수현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내 감정이 우울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당분간은 감정조절이 조금 어려워. 그러니까 너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시간을 좀 줘.”진수현이 고개를 숙였다. 눈에 심윤아의 가냘픈 손이 보여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자제하는 듯하다가 끝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심윤아를 품에 안았다.“신경 안 써. 괜찮아.”심윤아가 그의 곁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는 하늘에 감사할 것이다.게다가 이제 심윤아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싶어 한다. 이것만으로도 진수현은 기쁜 나머지 마음이 넓어졌다. 지금 다시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 해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것 같았다.진수현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괜찮아. 그 사람 보러 가도 돼.”품에 안긴 심윤아가 깜짝 놀랐다.“뭐?”“네가 하고 싶은 일 한다고 내가 기분 나빠하진 않아. 어쨌든 내가 둘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니까.”심윤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대답 안 하면 내 말대로 하는 거로 한다?”품에 안긴 심윤아가 꼼지락거리더니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진수현을 올려다보았다.“정말 만나도 기분 안 나쁘겠어? 내가 돌아온 다음 만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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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돌아간다고요? 여기서 안 사는 거예요?”“응. 다음에 또 올 거야. 훈이 여기가 좋아?”“네. 좋아요.”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증외할머니랑 증외할아버지께서 우리한테 다 잘해주셔요.”그 말에 심윤아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럼 다음에 또 오자.”“좋아요.”흔쾌히 대답한 훈이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물었다.“그럼 다음에 올 때 엄마도 같이 와요?”“당연하지. 엄마가 너희들 데리고 와야지. 근데 겨울방학 때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이면 같이 못 있을 수도 있어.”말을 마친 심윤아는 핸드폰을 꺼내 훈이가 완성한 레고 사진을 찍었다. 인스타에 올리려다 보니 자신의 계정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심윤아가 구조된 이후 진수현이 그녀에게 준 핸드폰이었다.새로운 계정이었다. 전의 핸드폰과 계정은 모두 이선우에게 있을 것이다.심윤아는 결국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사진만 저장했다. 나중에 진수현더러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할 요량이었다.이때 진수현이 다가왔다.“잠옷은 샀고 곧 가지고 올 거야. 다들 지금 돌아오는 길이래.”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에 올 때 입어야겠네.”“응.”...아이들이 저녁에 곧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명인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녀는 사실을 확인한 후 슬프게 대답했다.“이렇게 빨리 간다고? 난 그래도 4, 5일은 더 있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심윤아도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이나 계획대로 흘러가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이명인은 아쉬웠지만 더 이상 아쉬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나중에 다시 놀러 오라며 나중을 기약할 뿐이었다.이에 심윤아는 그러겠노라 싹싹하게 대답했다.이명인은 말없이 남편에게 반찬들을 모두 싸서 가져가도록 했다.심윤아에게 건네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다 외할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 다른 집보다 맛이 못할 수도 있고 오래 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유일한 장점은 농약 같은 화학약품을 쓰지 않았으니 건강에는 좋을게야.”“에이, 할머님. 그렇게 말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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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죠. 우리 다 같이 한 가족인데 갈라놓는다니요!”이선희가 고마운 마음에 심윤아를 꼭 안았다.“네 말이 맞다. 우리 모두 한집안 식구이니 신경 써서 잘 대해주려 노력할 필요 없다. 그냥 다른 차를 타고 몇 시간 따로 갈 뿐인데 걱정하지 말렴. 그럼 돌아가고 밤에 보상으로 내가 두 아이들과 자게 해주려무나.”어머님께서 이리 말하니 심윤아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선희가 혼자 따로 차를 타게 되었으므로 넘쳐난 물건들은 그녀의 차에 옮기게 되었다.돌아가는 길에 심윤아는 진수현이 자신과 이선우의 약속 자리를 만들 것이 떠올라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러나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두 아이가 차에 타고 있었으므로 지금 물어보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애써 삼켜야 했다.돌아갈 때는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을 때였다. 지난번 왔던 험한 길을 지날 때, 심윤아의 눈에 일꾼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심윤아는 그 사람들이 길을 닦으러 왔을 것이라 추측하게 되었다.지난번 이 길을 지날 때 진수현이 길을 보수해야 한다는 말을 꺼냈었는데, 며칠 만에 일꾼들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보니 그의 일 처리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저 지나가며 슬쩍 던진 말이라 생각했었다.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사람을 불러 처리하게 했을 줄이야.“다음에 오면 길이 평탄해져 있을 거야."진수현이 불쑥 말을 건넸다.길 하나를 닦는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이려나.심윤아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인력이 많고 충분한 노동력을 살 돈만 있다면 틀림없이 속도가 빠를 것이다....밤이 되어서야 그들은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며 심윤아는 눈에 익은 건물을 쳐다보았다. 떠난 지 이틀 만에 돌아왔다.차에서 내린 이선희는 얼른 두 아이에게 달려갔다.“자, 오늘 밤 아이들은 나와 잘 거야.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데리고 올라가서 물건이나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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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하여 윤이는 어머니가 떠난다는 소식에 잠시 당황했다. 또 오랫동안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아무리 기억을 잃었어도 자기 딸이기도 하고, 잠재의식과 아이에 대한 모성애는 여전했으므로 자신의 딸이 이렇게 긴장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심윤아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져 허리를 굽혀 윤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며칠만 있고 돌아올 거야.”하지만 윤이는 쉽게 속아주지 않았다.“지난번에도 할머니가 며칠 후면 돌아온다고 했는데 계속 안 왔잖아요. 이번엔 얼마나 있다 올 거예요? 하루? 이틀?”윤이가 아예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심윤아가 침묵을 지켰다.윤이는 지난번에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어머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어야 안심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 역시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은 결국 진수현이 계획한 일이니까.하여 심윤아는 진수현을 보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수현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심윤아를 의식하고 아이를 향해 걸어가 허리를 굽혔다.그도 손을 윤이의 머리 위에 얹었다.“빠르면 3일, 늦어도 5일. 어때?”윤이가 눈을 크게 뜨고 순진하게 물었다.“그러니까 5일 안에는 꼭 돌아온단 말이죠?”“맞아.”그러나 윤이는 이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정말이죠? 나 속이려는 거 아니죠?”진수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아이의 코를 콕 찔렀다.“거짓말 안 해. 거짓말이면 아빠가 집 돌아와서 비행기 태워줄게.”그의 말에 곁에 서 있던 심윤아가 의아한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고 뒤에 서 있던 진수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마 자기 아들이 손녀를 위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딸에게 비행기를 태워준다고?이선희는 남편과 이렇게 오래 살아오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럴 만도 했다. 그들에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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