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071 - Chapter 1080
1206 Chapters
제1071화
설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하지만 이 일에 관해서 윤아는 바로 묻지 않았다. 윤아가 묻는다 해도 수현이 알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다짐했다.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텔을 잡았다. 수현은 윤아가 심심할까 봐 근처에 있는 쇼핑몰로 데리고 가서 윤아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주려고 했다.하지만 윤아는 바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상처가 나은지 얼마나 된다고 그래? 벌써 잊은 거야?”윤아의 말은 어딘가 좀 사나웠다.“안정을 취하라고 했잖아. 안정이 뭔지 몰라?”윤아는 화가 난 나머지 두 볼이 볼록하게 튀어 올랐다. 원래는 얌전하게 들으려고 했는데 화난 윤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장난기가 발동한 수현이 윤아의 볼을 꼬집었다.“…”윤아는 이렇게 쏘아붙이다가 수현이 볼을 꼬집자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였다.이게 뭐 하자는 거지?“뭐 하는 거야?”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수현의 팔을 밀어내며 이렇게 말했다.“이거 놔.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잖아. 이렇게 나올 거야?”수현이 손으로 윤아의 볼을 두어 번 꼬집더니 눈썹을 추켜세웠다.“지금 엄청 진지하게 듣고 있는데?”“…”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이게 어디 사람 말을 열심히 듣는 모습인가?열심히 듣는다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볼을 꼬집을까?“네가 너무 엄숙해 보이길래 기분 좀 풀어주려고.”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다시 한번 꼬집더니 그제야 손을 내렸다.“됐어. 내가 안정을 취하길 바란다니 나가지 말아야지. 호텔에서 푹 쉬자.”“그래, 이렇게 나와야지…”윤아는 자기 볼을 어루만지더니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호텔에 있자니 너무 심심했던 윤아가 베란다로 나가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베란다가 꽤 컸고 아래는 노천 수영장도 있었다. 큰 수영장은 지금 햇살이 비쳐 들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지금 겨울이라 아예 수영하는 사람이 없었다. 커다란 수영장은 풍경을 감상하는 곳이 되었다.윤아는 그렇게 난간에 기대 아래로 보이는 수영장을 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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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넘겨줄 수는 있는데 먼저 한가지 설명해야 할 게 있어.”“무슨 일인데?”현아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수현이 윤아를 힐끔 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수화기 너머로 한참 침묵이 흐르더니 현아가 이렇게 쏘아붙였다.“무슨 말이야?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설마 기억 상실이 왔다고 말할 건 아니지?”“응.”현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 돌아간 후로 윤아와 연락을 하지 않았기에 윤아가 안전하다는 것만 확인하고 그 뒤로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다. 일이 너무 바빠 분주하게 돌아치다가 짬이 생기자 바로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전화를 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전화를 하니 아예 통하지 않았다.현아는 전에 외국에 있을 때 수현의 연락처를 남겼던 게 생각났다. 수현이 무섭긴 했지만 윤아를 걱정하는 마음에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다.그러다 결국 윤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소식을 얻게 된 것이다.현아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왜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현아는 원래 수현에게 캐물으려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됐어. 일단 핸드폰 윤아한테 넘겨줘. 내가 말 좀 해보게.”수현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기에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윤아도 수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업무 전화인 줄 알고 자세히 듣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자기와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그러다 수현이 핸드폰을 넘기며 윤아에게 말했다.“네 친구.”수현이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대화해보면 생각이 좀 날 거야? 받아볼래?”윤아는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받아 갔다.“여보세요?”“윤아야!!”윤아의 목소리를 들은 현아가 흥분하며 말했다.“드디어 네 목소리를 다시 듣네? 지금 어때? 괜찮아?”윤아는 예전에 있었던 일과 사람이 기억나지 않아지만 현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뭔지 모를 익숙함과 친근함이 느껴졌다.거기다 현아의 걱정이 담긴 급박한 말투를 들으니 윤아는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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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현아가 말해준 일에 관해 윤아는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현아의 말투에서 기대가 물씬 느껴졌다.윤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윤아가 아무 말이 없자 현아도 눈치채고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아니야, 됐어. 생각 안 나면 억지로 생각할 필요 없어. 나도 곧 퇴사할 예정이니까 퇴사하면 자주 찾아갈게. 예전에 있었던 일들 들으면 생각날 수도 있잖아.”윤아는 현아의 말에서 다른 정보를 캐치했다.“퇴사?”“응.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사직서 냈거든. 결제 끝나면 돌아갈 거야. 그러면 같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자. 아참, 하윤이랑 서훈이 본지도 꽤 됐는데 애들은 지금 뭐 해?”애들 얘기가 나오자 윤아의 눈빛이 더 온화해졌다.“지금 할머니랑 같이 있는데, 잘 지내고 있어.”“할머니랑?”현아는 할머니라는 사람이 수현의 어머니냐고 자기도 모르게 물을 뻔했다. 하윤이와 서훈이를 수현의 어머니에게 맡길 만큼 이제 괜찮아진 걸까?전에는 아이를 뺏어갈까 봐 걱정하던 윤아였다.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지금 윤아는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게 생각나 다시 꿀꺽 삼켰다.이런 일은 일단 얘기해주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기억이 없으니 이런 일을 얘기하면 머리만 더 복잡해질 것이다.그리고 전에 발생한 일을 전부 윤아에게 알려준다 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현아가 친구로서 일의 자초지종을 다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일을 겪은 건 윤아이니 윤아의 마음속 깊은 생각까지는 파고들지 못할 것이다.만약 이 시점에서 현아가 말을 잘못한다면 윤아의 마음은 더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이렇게 생각한 현아는 하려던 말을 제쳐두고 이렇게 말했다.“그래, 알았어. 나 기다리고 있어. 가면 연락할게.”“그래.”윤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언제쯤 올 거야?”“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대표님만 동의하면 아마 빠를걸? 근데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어.”“업무 인수인계라면 빨리 끝나진 않겠네.”“내가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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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저번에 주한이 현아와 윤아의 일을 도와주면서 현아는 주한에 대한 인상이 많이 좋아졌다. 하여 존중을 표하기 위해 연락처도 까칠남에서 대표님으로 바꿨다.현아는 잠깐 기다리다가 전화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대표님?”가벼운 현아의 말투에 수화기 너머로 듣고 있던 주한이 침묵하더니 한참 지나서야 이렇게 물었다.“기분이 좋아 보이네요?”이 질문에 현아가 멈칫하더니 되물었다.“네?”“퇴사가 임박해서 기쁜 건가?”“…”현아는 할 말을 잃었다.평소 같았으면 바로 쏘아붙였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당연하죠. 퇴사하자마자 바로 고향 돌아갈 생각인데 당연히 기쁘죠.”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주한이 저번에 자기를 도왔던 게 생각나 현아는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 도와준 은혜도 모르고 이렇게 디스하면 배은망덕한 사람만 될 것이다.하여 이 말은 넣어두고 생각을 고쳤다.“아니에요. 그냥 아까 친구랑 통화해서 그래요.”“심윤아 씨요?”배주한이 물었다.“네.”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대화가 끝나고 둘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현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퇴사 리포트가 올라와서요.”“아, 맞아요. 저 퇴사하고 싶어서요. 근데 퇴사하려면 리포트를 써서 올려야 하잖아요. 근데 대표님, 올린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어떻게 아셨어요?”이 질문에 주한이 잠깐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인사팀에서 알려준 거예요.”하지만 주한이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현아가 퇴사 리포트를 올리자마자 바로 주한에게 올라왔다는 것을 말이다.“아, 보셨으면 바로 결제해 주세요. 며칠 더 기다릴 필요 없겠네요.”리포트를 바칠 때 적어도 며칠은 더 기다려야 결제가 끝나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만에 주한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이 좋은 기회를 현아는 놓칠 리가 없었다. 하여 얼른 주한에게 결제해달라고 졸랐다.“…”주한은 아무 말도 없었다.대답이 없자 현아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대표님?”그래도 대답이 없자 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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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그럼 무슨 원인이죠? 처우가 마음에 안 드나요? 월급 조정으로 안 되면 진급시켜 줄까요?”“…”현아는 말이 없었다.“다른 요구 있으면 말해도 좋아요.”현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주한의 목소리가 듣기엔 차분하고 정상이었지만 빨라진 말에서 그가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조급해? 뭐가?설마 퇴사한다고 해서?이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현아는 이를 부정했다.하지만 배인그룹에 인재는 많았다.현재 현아가 맡고 있는 업무도 꼭 그녀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현아는 자기가 원망이 적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다른 장점은 생각나는 게 없었다. 주한만 원한다면 좋은 인재는 많을 것이다. 현아가 떠난 후 바로 자리를 대체할 사람도 수두룩하다.이렇게 생각하자 현아는 방금 자기가 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달았다. 주한이 그녀의 퇴사를 안타까워할 리가 있나?안타까워한다면 아마 앞으로 쥐어짤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봐 그럴 것이다.현아는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그런 게 아닙니다.”주한이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회사 처우에는 불만 없습니다. 제가 그간 일해왔던 회사 중 제일 좋은 회사예요.”까칠남이라고 주한을 욕한 적도 많았다. 업무가 너무 바쁘기도 했고 쩍하면 출장에 밥 먹듯이 야근했다.하지만 월급에서는 절대 섭섭지 않게 받았던 현아였다. 업무로 발생한 비용을 처리해달라고 올리면 보지도 않고 결제해 줬고 분기마다 받는 상여금과 연말 상여금도 두둑이 챙겨줬다. 평소 받는 복리후생도 좋은 편이라 티타임도 자주 했었다.아무튼 휴가 외 기타 처우는 그 어떤 회사보다도 좋았다.하지만…“처우가 제일 좋은 회사라면 왜 퇴사하려는 거죠?”주한이 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우리 회사보다 처우가 더 좋은 회사가 있어서 떠나고 싶은 게 아닌지 말이다.그렇다면 당연히 월급을 올려줄 생각이었다.현아는 퇴사로 인해 이렇게 많은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냥 상대가 그녀를 신경 써준다고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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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진짜 퇴사할 거야?”“네, 확실합니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현아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현아는 이 회사를 떠날 마음을 이미 굳힌 것 같았다.“네, 잘 알았습니다. 퇴사 리포트는 최대한 빨리 처리할게요.”“감사합니다, 대표님.”주한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아마 현아가 끊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주한이 전화를 끊지 않자 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현아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주한이 입술을 앙다문 채 말을 주저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하나도 내뱉지 못하고 그저 그러라고 대답했다.주한이 그러라고 하자 현아는 시름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그럼 대표님 들어가세요. 사인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현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끝나자 주한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놓인 펜을 들었다.펜을 드는 주한의 눈빛이 어딘가 멍해 보였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비서가 들어오더니 주한의 테이블에 놓인 퇴사 리포트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퇴사 리포트 이미 받으셨나 보군요.”“네.”밖에 잠깐 일 처리를 하러 나갔다가 돌아올 때 인사팀을 지나는데 마침 그들이 현아의 퇴사를 토론하는 걸 들었다. 표정이 변한 비서가 얼른 사무실로 올라와 주한에게 이를 알리려는데 이미 퇴사 리포트가 대표님께 올라와 있었다.주한은 펜을 들고 사인하려 하고 있었다.비서는 이를 힐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제가 찾아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됐어요.”주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그의 목소리에 비서가 걸음을 멈췄다. 주한이 펜으로 결재란에 자기 이름을 적어넣었다.비서가 이 광경을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표님, 그냥 이렇게 결제하시는 겁니까? 상황… 확인해 보지도 않으시고요?”몇 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된 걸까?하지만 주한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사인한 리포트를 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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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사실 이 펜은 특별할 거 없었다.현아는 선물을 살 때 공정했다. 두 펜 다 같은 가격이었지만 설계가 달랐다.비서가 가져간 펜은 진작에 망가졌다.현아에 대해 다른 특별한 감정이 없었기에 현아가 선물한 펜은 비서에게 그저 일반 소모품이었다.소모품이니 망가지거나 불편하면 버리면 그만이다.하여 비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펜으로 바꿨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 비서는 대표님이 아직도 그 펜을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비서는 그 펜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대표님, 아직도 그 펜을 쓰시는 거예요? 저는 망가져서 바로 버렸는데. 현아 씨도 참. 프로젝트 성공해서 그렇게 많은 상여금을 받았는데 좋은 것 좀 사주지. 보세요. 모서리가 다 닳았네요. 새로 하나 사시지 그러세요?”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라 말에 존중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말이 끝나자 주한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혹시 한가해요?”“…”비서는 혹시나 자기가 말이 너무 많이 해서 주한이 성가셔하는 줄 알고 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시간이 오래 흘러도 주한은 계속 그 펜을 사용하고 어딜 가나 지니고 다녔다. 한번은 주한이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도 있었다.“펜이 망가진 것 같은데 믿을만한 사람 찾아서 고쳐와요.”비서는 낡아빠진 펜을 받아 들며 말할 엄두를 못 냈다. 고쳐줄 사람을 찾으며 비서는 뭔가 깨달았다. 마치 마음의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진 것처럼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그제야 비서는 그때 자기가 이 펜을 별 볼 것 없는 것이라고 했을 때 주한이 왜 그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봤는지 알 것 같았다.그가 말이 많아서 성가셔했던 게 아니라 눈치 없이 주한이 아끼는 물건을 함부로 말했던 것이다.하지만 비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로 찾아오는 예쁜 여자는 항상 있었다. 그 속엔 심지어 연예인도 있었다. 얼굴이 예쁜 것도 모자라 몸매도 죽여줬고 조건도 좋았다. 비서는 주한의 팔자가 참 좋다고 속으로 여러 번 감탄했다. 인성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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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하지만 비서는 왜 주한이 현아에게 털어놓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주한과 같은 신분에 현아의 마음을 얻기란 매우 쉬울 텐데 말이다.돈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참 읽어내기 힘들었다.…현아는 퇴사 리포트가 결제되었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 지금까지 몸을 짓누르고 있었던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평소에 출근할 때는 화장을 할 기분이 나지 않았지만 오늘 출근은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머리도 감고 화장도 옅게 했다.현아가 맡았던 업무는 새로 온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업무가 아니었기에 현아가 퇴사하면 타 부서의 사람을 옮겨와 인수인계해야 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현아가 회사에 도착하자 누군가 그녀의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화장을 한 현아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현아 씨, 화장했어요?”“…”현아는 오자마자 얼굴부터 보는 상대에 난감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현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인수인계하러 오셨나요?”“네.”상대의 이름은 허연우였다. 현아의 말을 들은 연우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인사팀에서 현아 씨와 인수인계하라고 하더라고요. 잘 부탁드릴게요.”“동료 사이에 별말씀을요.”현아가 연우를 향해 웃어 보이더니 의자를 빼서 앉았다. 연우가 바로 커피 한잔을 들고 다가왔다.“현아 씨, 제가 가져온 커피예요.”현아는 연우가 커피를 가져다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연우의 표정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곧 현아의 자리를 대신해야 해야 했기에 가기 전에 필요한 사항을 전부 가르쳐줬으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뒤에 실수도 적게 할 테니 말이다.“고마워요.”현아는 연우의 체면을 생각해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연우는 현아가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한시름 놓는 것 같았다. 사실 연우는 퇴사를 앞둔 현아의 태도가 좋지 않다거나 자기를 괴롭히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왔다.하지만 지금 보니 지내기 어려운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이 수첩은 전에 제가 만든 거예요.”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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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현아의 말에 연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 아니에요. 그냥 평소에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연우가 손톱을 뜯으며 말했다.“현아 씨, 혹시 화난 건 아니죠?”현아는 아직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못한 듯 고개를 저었다.“화낼게 뭐가 있다고? 일단 제가 준 서류들 보시고, 이 자료부터 처리해 주세요.”인수인계해야 하니 직접 움직이면서 배워야 한다. 속도가 빠를 수록 좋다. 연우가 빨리 배우면 현아도 빨리 이 회사를 떠날 수 있게 된다.회사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귀국행 티켓을 살 생각이었다.하윤과 서훈을 만난 지 꽤 오래됐다. 사이가 서먹해진 건 아니겠지?현아의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향했다.아직은 그저 퇴사 결제만 완료한 상태라 현아는 아직 연우와 인수인계를 해야 했다. 하여 중간보고하러 들어갈 때 현아는 바로 연우를 데리고 주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연우는 현아의 뒤에 선 채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현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괜찮아요. 대표님이 얼굴은 좀 차갑고 성질이 좀 더럽긴 하지만 다른 건 괜찮아요.”현아가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하지만 현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무실 문이 열렸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얼굴이 차갑고 성질이 조금 더럽다, 누굴 말하는 거죠?”차갑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연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현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 그저 한마디 불평을 늘어놓았을 뿐인데 딱 걸린 것이다.하지만 뭐 대수롭지 않았다. 그를 비난한 것도 여러 번이고 전에 그가 윤아를 찾으러 갔을 때도 참지 못하고 까칠남이라고 불렀으니 말이다.그때 주한의 안색이 별로긴 했지만 딱히 현아에게 따지지는 않았다.그러니 주한은 현아가 보건대 꽤 좋은 사람이었다.“뭐 하러 왔어요?”주한은 현아 뒤에 선 사람을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현아를 보며 물었다.현아는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업무 보고하러 왔죠. 아참.”현아는 뒤에 선 연우를 앞으로 당겨오며 소개했다.“저와 업무 인수인계하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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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하지만 현아 앞에서 넋을 잃었다는 걸 인정하기는 싫었다.게다가 사무실에는 지금 다른 사람도 있었다.하여 주한은 현아 옆에 선 연우에게 이렇게 물었다.“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연우가 얼른 대답했다.“저는 허연우라고 합니다.”“네. 어젯밤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한데 커피 한잔 부탁해도 될까요?”주한의 말은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아까 연우에게 확신에 찬 말투로 커피를 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현아가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연우 역시 잠깐 멈칫하더니 현아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얼른 커피 타러 나갔다.연우가 나가고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현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한을 보며 뭐라 디스하고 싶었지만 참고는 이렇게 물었다.“어제 잘 못 주무셨나요?”주한은 현아의 질문에 대답은커녕 오히려 되물었다.“화장했어요?”“?”현아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주한이 연우와 똑같은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그저 옅게 화장을 했을 뿐인데 왜 이 사람들은 자꾸만 이걸 신경 쓰는 거지? 전에 그 정도로 게을렀던 건가? 그래서 화장 하나 한 걸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화장하고 나와 기분이 좋아졌던 현아는 지금 오히려 난감해졌다. 그래도 주한 앞에서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화장하면 안 되나요?”현아의 말투에서 주한은 그를 향한 불만과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책망을 느꼈다. 주한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렇게 물었다.“퇴사해서 기분이 좋은가 보죠?”전에는 출근할 때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던 현아였다.현아는 주한이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그녀의 퇴사가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주한은 이미 결제를 끝냈다.사원으로서 대표님 앞에서 기분이 좋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걸 현아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곧 떠날 텐데 회사에 좋은 인상과 좋은 모습을 남겨주고 가야죠. 아닌가요? 사실 회사를 떠나서 저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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