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206 챕터
제1081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못나 보일 수도 있다.주현아 역시 전에 이렇게 생각했었다. 사람은 자신의 안락한 보금자리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역경을 이겨나가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충분히 힘들고 마음이 지쳤다.아마 너무 멀리 가는 바람에 지쳐 쉬고 싶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간 현아는 열심히 일했고 배주한을 따라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적지 않은 보너스를 받았으며 능력에 따른 높은 월급을 받아왔으므로 많은 돈을 모았다는 것이다.나중에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님 근처에 작은 가게 하나 정도는 차릴 수 있는 것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할 것 같았다.주현아는 개인사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고 배주한 역시 더 묻지 않았다.“본가에 가려고요?”“네.”배주한이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더 말하려 할 때, 허연우가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커피 타왔습니다.”배주한은 어쩔 수 없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였고, 두 사람의 보고가 끝날 때까지 배주한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보고가 끝난 뒤 현아가 연우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올 때, 연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현아 씨, 제가 타드린 커피가 입맛에 안 맞는 걸까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것 같아요.”확실히 조금 난처한 부분이긴 했다. 현아는 배주한이 그녀에게 직접 커피를 타오라고 분부할 줄은 몰랐다. 그러고선 결국 끝날 때까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주현아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했다.“금방 탄 커피는 뜨거워서 그러시는지 식힌 후에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연우: “그런 거였군요. 저는 제가 커피를 잘 못 타서 그런 줄 알았어요.”“잘 못 탔어도 마셔봐야 맛을 알잖아요. 입에 대지 않으셨는데 잘 탄 건지 못 탄 건지 어떻게 알겠어요.”“그러네요. 하하.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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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이틀 후면 이제 약은 하루에 한 번만 발라도 되겠다.”“응. 네 덕분에 상처가 빨리 낫네.”심윤아는 남은 약들을 약상자에 정리해 넣었다.“약이 좋아서 그런 거야.”“약도 좋고 네 솜씨도 좋은 거지.”심윤아가 입술을 말아 물다가 입을 열었다.“이 비는 또 얼마나 오래 내릴까.”그녀의 말에 진수현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확실하진 않지만, 추세를 보아하니 왠지 꽤 오래 내릴 것 같네.”아침에 깨어났을 때 진수현은 윤아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어제 윤아가 오늘 가자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렇게 큰비가 내려 길을 막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로의 속마음을 아는 듯하면서도 분명하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잠시 후 심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먼저 아침부터 먹으러 내려갈까?”“그래.”두 사람은 또 말없이 계단을 내려왔고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아침을 다 먹은 뒤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폭우는 마치 무언가 쏟아내듯 끊임없이 내렸다.호텔에 묵고 있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불편한 것은 잠시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아침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고 심윤아는 소파에 기대어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오늘 아침 식사 때, 진수현의 부하 직원이 윤아가 전에 쓰던 핸드폰을 가져다주었다.핸드폰을 받은 심윤아는 익숙하게 충전했고 몸이 기억하는 대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진수현은 그녀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그래도 아직 몸이 기억하는 것들은 많이 남아있는 듯했다.핸드폰을 켠 심윤아는 이것저것 클릭하며 구경했고, 익숙한 느낌에 왠지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이건 어떻게 찾았어?”“진우진 씨가.”“아침에 사람을 시켜서 보내왔는데 아마 막 생각이 나서 보낸 걸 거야.”“아침?”심윤아가 의아해했다.“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는데...”“응. 그런데도 가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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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곰곰이 생각하던 심윤아가 문득 진수현을 흘겨보았다.“다 네 탓이야.”“응?”“어제 돌아가자고 제안했을 때 들어줬으면 오늘 여기 안 갇혀도 됐잖아.”그녀의 말에 진수현이 한참 동안 묵묵히 바라보았다.“하늘의 뜻일 수도 있잖아.”“뭐?”“너희를 다시 만나보게 하려는.”그의 말이 심윤아를 침묵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한참 동안 말이 없던 심윤아가 입을 열었다.“왜 자꾸 만나보라고 부추겨?”질투 안 나? 기분 나빠야 하는 거 아니야?왜 자꾸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하는 거지? 심윤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둘이 만나봐야 내 마음이 개운해지니까.”그녀의 질문에 진수현이 내놓은 답이었다.그제야 심윤아는 진수현의 뜻을 이해했다.두 사람이 만나보지 않으면 심윤아가 돌아간 이후 계속 마음에 둘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계속 마음에 두어 그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것보다야 한 번 만나게 하여 괜찮다는 것을 확인토록 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물론 진수현은 이러한 생각이지만 이선우는 다른 속셈이었다.그가 심윤아를 보려 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자신을 계속 마음속에 두길 바라기 때문이다.비록 진수현은 아직도 그가 타협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는 결국 타협했고 다시는 심윤아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선우는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심윤아를 곁에 두지 못할 바에야 영원히 자신을 기억하고 마음에 두게 하는 것이다.앞으로 여생 동안 심윤아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둘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진수현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진수현의 뜻을 알아챈 심윤아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근데 그 사람이 날 만나고 싶지 않다잖아.”“한 번 더 시도해 봐. 정 싫어한다면 나중에 다시 기회 잡고.”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 어머님한테 연락해서 물어봐. 거기도 비가 오는지.”심윤아가 무언가 떠오른 듯 진수현에게 말했다.“그래.”진수현은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폭우가 이선희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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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잘살게 하려면 회사 일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상처도 나았고 심윤아도 잠들었으니 진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얼른 회사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서재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심윤아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비가 그치고 도로의 질서가 조금 나아진 뒤였다. 교통질서를 위해 많은 인원이 출동했음에도 일부 지역의 고인 물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진수현과 이야기를 나눈 뒤 심윤아도 더 이상 서둘러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어쨌든 윤이한테는 늦어서 5일 안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했고 오늘은 고작 이튿날이었다. 만일 진수현이 여전히 걱정한다면 이 며칠 내에 무조건 한번은 이선우와 만나야 했다.심윤아는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에는 적지 않은 채팅 기록이 있었는데 그중 양이 가장 많은 건 절친 주현아와 한 톡이었다.심윤아는 자신이 이전에 올린 게시물들을 구경하기도 했다.윤이와 훈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을 때는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게 되었다.지금 살아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둘이나 낳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는가.거의 죽을 뻔했기 때문에 심윤아는 아이들에게 유난히 각별했다.그녀는 인스타 피드를 내려 계속 구경했다. 심윤아가 게시물을 올리는 빈도는 그리 높지는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갈 때면 사진을 올리곤 했는데, 그 중 의아하게 사적인 내용이 보이자 심윤아는 얼른 클릭해 보았다.클릭한 후에야 심윤아는 이 게시물을 본인만 볼 수 있게 설정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다시는 어리석게 굴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그 내용을 지켜보던 그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사라지고 의문이 생겼다.더 이상 어리석게 굴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이 게시물의 내용은 도대체 무슨 뜻이지?심윤아가 급히 날짜를 살펴보았는데 뜻밖에도 올해, 그러니까 몇 달 전이었다.그 촘촘한 타임라인을 본 심윤아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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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심윤아가 사색하는 사이 누군가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진수현이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진수현이 잠시 어리둥절했다. 아마 심윤아가 이렇게 일찍 깼을 줄은, 게다가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을 줄은 예상 못 했을 것이다.진수현이 방문을 닫고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깼으면서 왜 말도 안 했어?”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안색이 흐려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진수현이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뭐 보고 있어?”“아무것도 아니야.”심윤아가 무의식중에 숨기며 베개 옆에 핸드폰을 두었다.“잠 많이 잔 것 같은데 그동안 돌아다니진 않았지?”“정말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거야?”그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심윤아의 오똑한 코끝을 쓰다듬었다.코끝의 따뜻한 감촉에 심윤아가 얼떨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진수현의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얼굴을 보며 그녀는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을 뻔했다.하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말을 삼켜버렸다.왠지 일이 더 복잡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윤아에겐 거의 모든 기억을 잊었으니 물어본다 해도 그녀에겐 단편적인 것이었다.이런 편면적인 일에 대해 어떻게 확실히 이렇다저렇다 할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됐다. 묻지 말자. 그냥 추억을 되찾는 데나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심윤아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고 이 일이 해결되면 주현아를 만나 도움을 청하기로 생각했다.말하려다 멈추는 그녀의 모습에 진수현은 궁금했지만 다시 묻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할 것으로 생각했다.“배 안 고파? 호텔에 음식 배달해 달라고 할까?”그제야 심윤아는 자신이 고민하느라 배고픈 것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최근 심윤아는 입맛도 돌아왔고 먹는 음식의 양도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가자.”심윤아가 손을 잡고 일어나려 하자 진수현이 대신하여 핸드폰을 들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진수현의 손이 아직 핸드폰에 닿지도 않았는데 심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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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방에 들어가기 전 분명 서재의 불이 꺼져있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지금은 환히 밝혀져 있다.이는 진수현이 서재를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아니나 다를까 앞서가던 진수현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대답했다.“어, 잠깐 썼어.”이미 들킨 마당에 부인하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된다.“잠깐?”심윤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훑어보았다.“네가 말한 잠깐이 설마 내가 방에 들어가서 잠에서 깰 때까지의 시간은 아니겠지?”진수현: “...”몸에 도청 장치를 달았나, 어떻게 다 맞추는 거야.“일했어?”“...”진수현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일했어. 그래도 계속 앉아서 노트북만 두드렸다 보니 안정을 취한 거랑 다를 바 없어.”그가 잠시 멈추더니 무언가 떠올리곤 말을 보탰다.“막 돌아다니지 않았어.”심윤아는 말없이 입술을 짓씹더니 갑자기 앞으로 걸어가 그의 옷자락을 걷어 올리려 했다.“상처 좀 볼...”“심윤아.”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진수현이 몸이 굳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심윤아는 이미 옷을 걷어 올렸다.무엇을 하려는지 의식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심윤아가 관찰하도록 내버려두었다.심윤아는 옷을 들춘 후 상처를 유심히 살폈고, 상처를 감싼 붕대에 핏자국이 번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야 안도했다.그녀의 모습에 진수현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렇게 걱정돼?”그러나 심윤아는 농담을 던질 기분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그를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이 와중에 농담해? 다치고 며칠만 더 가만히 있으면 낫겠는데 그 며칠을 참는 게 그렇게 어려워?”그녀의 질문에 진수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냥 일 좀 한 거야. 막 움직인 것도 아니잖아.”“휴식할 때랑 일할 때랑 같냐고.”“아, 알았어. 알았어.”진수현은 끝내 심윤아를 말로 이기지 못했다. 그는 심윤아가 화를 낼까 봐 더 잔소리 하기 전에 패배를 인정했다.“내가 잘못했어. 앞으론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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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흔한 커플의 만남과 헤어짐처럼 단순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두 아이와 부모님이 끼어 있으니까.“왜 그래?”진수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진수현이 심윤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배불러?”아직 많이 먹진 않았지만 오늘은 입맛이 별로 없었다.마침 타이밍 맞게 진수현이 물었기에 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배불러.”그러나 많이 먹지 않은 것이 보였으므로 진수현은 조금 걱정되었다.“두 입만 더 먹어볼래?”토할 것 같은 느낌은 없었으므로 심윤아는 그의 말대로 두 입만 더 먹었다.“오케이.”다 먹은 뒤 심윤아는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진수현도 이를 발견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늘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아니면 혹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어?”심윤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아니고 그냥...”심윤아는 마음속의 생각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결국 그저 자신이 올린 하나의 게시물일 뿐이었으니까.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지금 보는 것들은 모두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만약 이 이야기를 정말 꺼낸다면 진수현이 어떻게 설명한다 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그냥 없던 일로 하고 기억부터 되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냥 뭐?”심윤아의 대답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진수현이 조마조마한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심윤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 진수현 역시 그녀의 이상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심윤아가 지금 다시 부인한다면 그는 헛된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여 심윤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미안.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아.”진수현에게는 의외의 대답이었다.진수현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 일 아니다, 괜찮다고 말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심윤아는 직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계속 묻는 것은 오히려 실례이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었다.하여 진수현은 입술을 짓씹으며 납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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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그러나 이선우는 그의 말에 냉소해 버렸다.“보낸다고요? 심윤아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고 보내요? 정말 핸드폰을 돌려주고 싶었으면 왜 어제 보내주지 않았어요?”진우진은 그의 마지막 한 마디를 무시한 채 대답했다.“근처 이곳과 멀지 않은 호텔에 묵고 있어서 안 계신다면 알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이선우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 후 부하가 핸드폰을 가지고 나갔으나 오랫동안 회신이 없었다. 하도 오래 걸려 이선우가 핸드폰이 배달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을 무렵, 진우진이 연락을 받았다.“듣기로 핸드폰은 전달되었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쉰다고 합니다.”이선우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해서 제가 이해한 건 비가 많이 와서 윤아 씨도 잠시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이에 이선우의 입술이 조롱 어린 호선을 그렸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 작은 일도 제가 알아야겠어요?”말을 마친 그가 곧장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진우진은 이선우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는 한숨을 쉬며 깊은 비애를 느꼈다.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기에 그들이 정말 만나고 싶었다면 진작 왔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되도록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진우진은 이미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그러나 그와 다르게 이선우는 잘 참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초조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핸드폰은 이미 보냈고 진우진은 이제 더 보낼 것도 없었으므로 그저 이선우와 함께 그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이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진우진이 그를 불러세웠다.“대표님.”이선우가 발걸음을 멈추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돌아보았다.원망이 가득 담긴 차가운 눈빛이었다.“왜요?”“윤아 씨 기다리는 거예요?”“...아닙니다.”“누가 그래요? 내가 기다린다고?”진우진은 반박할 거리를 찾지 않고 되물었다.“윤아 씨가 찾아오면 만날 거예요? 안 만날 거예요?”이선우가 미간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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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진우진은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평온한 표정에 예상한 결과인 듯 놀라워하지도 않았다.그런 심윤아를 보며 진우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과연 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저도 더 강요하지 않을게요.”심윤아가 빙긋 웃으며 말을 붙였다.“저 대신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진우진: “...”“참, 전에 도와주신 건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계속 이선우에 대해 얘기할 줄 알았건만 이렇게 빨리 화제를 넘길 줄은 몰랐다.“윤아 씨, 제가 도와드린 일은 마음에 담아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사심이었으니까요.”만약 이선우가 무너진다면 그는 어디서 이런 사장을 찾을 수 있겠는가.이선우가 무너지지 않아야만 그의 밑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심윤아는 그의 겸손한 모습에 빙긋 웃으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우진이 자신에게 너무 큰 압력을 주지 않기 위해 한 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심은 안위에 비하면 사심이 아니었으니까.그는 두 번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선우에게 미움을 샀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수포가 되었다.이는 심윤아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어쨌든, 도움이 필요하면 절 찾아요. 꼭이요. 오늘 제 말은 영원히 유효한 거예요.”진우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그럼 먼저 가볼게요.”진우진이 심윤아의 눈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간다고요?”“네. 돌아갈 거예요. 이번엔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고 두 아이가 절 기다리고 있어서요.”“우릴 기다리는 거지.”곁에 있던 누군가의 심기 불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손을 내밀어 심윤아를 품에 안았다.줄곧 뒤따라왔으면서 갑자기 이 타이밍에 질투할 줄은 몰랐다. 그는 심지어 과시를 위해 심윤아를 껴안았다.심윤아가 조금 놀라며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그렇지.”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진우진은 속으로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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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잠시 놀란 이후, 심윤아도 뭔가를 알아차린 듯싶었다.그녀는 입술을 말아 물고는 입을 열었다.“그럼 다행이네요.”두 사람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심윤아가 고개를 돌려 진수현을 힐끗 보았다. 눈이 마주친 진수현은 말 없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의 모습을 보니 완전히 심윤아의 뜻을 따르려는 것 같았다.그와 몇초 간 눈을 마주친 심윤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이제 돌아갈까?”진수현이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네가 결정해.”“응.”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만나지 않겠다고 하니 저흰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심윤아가 위층의 방향으로 눈을 옮겼다.그곳엔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심윤아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이선우는 그녀가 이쪽을 향해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되었다.순간 심윤아의 눈은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듯 그와 똑바로 마주쳐졌다.하얗게 질린 입술이 달싹였고, 한쪽으로 처진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 쥐어졌다.심윤아를 만나고 싶은 순간은 끝도 없이 많았지만...자신을 만나게 되면 곧 모든 마음의 짐을 풀고 자신은 기억도 못 한 채 잘 살아갈 그를 생각하니...이선우는 차라리 현재 이대로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자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영원히 자신을 놓지 못하도록.힘껏 주먹 쥐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아.위층을 바라보는 심윤아의 표정과 눈빛은 평온하기에 그지없었다. 몇 번 바라본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곁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이제 가자.”“응.”진수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함께 자리를 떴다.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깔끔하게, 두 사람은 이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자리에 서서 동태를 살피던 진우진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결국 직접 위층으로 올라갔다.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카메라가 있는 곳을 무심코 훑어보았다.문을 열어보니 이선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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