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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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그녀는 하인우를 발견했다.어느 편의점 앞에서 하인우가 젊은 여자를 부축하고 있었는데, 여자가 임신 중인 걸보니 그들은 아마 결혼한것 같았다.하인우는 유아용품을 한 봉지 들고 있다가 박연희를 본 순간 멍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자루를 땅에 떨어구었다.그의 아내는 맞은편에 있는 박연희를 쳐다보았다.아주 아름답고, 귀하고, 젊었은 여자였다. 여자들은 모두 예민했다. 그녀는 남편이 이 여자를 좋아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다.그녀는 조용히 남편에게 물었다.“당신 찾으러 온거야?”하인우의 눈은 여전히 박연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평생 박연희를 볼 줄은 몰랐다. 그는 그녀가 조은혁에 혹독하게 시달려서 어쩌면 진작에 불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언젠가 그들이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그녀는 여전히 연약하고 예뻤다.비록 귀한 옷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그 연약함을 감추지 못했다.하인우의 눈에는 약간의 촉촉함이 감춰져 있었다. 그는 땅바닥의 물건을 주워담으며 아내에게 미소를 지었다.“모르는 여자야.”그는 부인을 부축하고 박연희과 스쳐 지나갔다.박연희가 그를 좋아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가 어떻게 모르겠는가.그녀가 온 것은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그래, 그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몇 년 전에 그는 조은서의 수표를 가지고 집을 사고 손을 치료했고, 이제는 장가도 들었고 곧 아이를 가질 것이다.그가 무슨 자격으로 박연희를 좋아할수 있을까?그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수표를 받은 자신 또한 결국 속물이었다.몇 년 동안 꿈을 꿀 때마다 박연희가 울부짖는 모습을 꿈꿨다. 충동적으로 그녀를 찾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가 이번에는 다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그래, 그는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다.그러니 사랑에 미치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다.그들은 스쳐 지나갔고, 서로에게 서로는 버려진 과거에 불과했다.박연희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그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속의 죄책감이 조금 줄어들었다.그때, 맞은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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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조은혁은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는 가볍게 말했다."혹시 그녀 자신이 원한 건 아니었을까? 200억은 평생 벌지도 못할 돈인데 거기다 하인우는 외모도 나쁘지 않고 성격도 온화하지. 동의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아? 그나저나 너는 왜 그렇게 신경 써? 옛정을 잊을 수 없어서 그래? 보니까 마음이 불편해?”박연희는 해명하지 않았다.그들의 다툼으로 차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아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차는 파티가 열리는 호텔까지 갔다.차가 멈추자 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살짝 꼬집으며 차갑게 말했다."아무리 마음이 언짢더라도 이따가 얼굴에 드러내면 안 돼. 이 프로젝트는 나한테 매우 중요하니까.”박연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마요. 당신 프로젝트 망치지 않을 거니까.”박연희는 박연준의 여동생이고 세상 물정도 잘 아는 좋은 집안 딸이었다. 그녀는 책임을 다해서 조은혁의 곁을 따라다니며 조은혁의 부인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아직 하와이에서는 아무도 그들이 이혼했다는 것을 모른다.하와이에서 조은혁은 명성이 자자했는데 창업 초기에 그는 하와이에서 많은 인연을 만들었었다. 거의 다 사업하는 와중에 만난 아는 만큼 아는 여자들로 그와 호흡이 잘 맞았다.그리고 오늘 밤, 그 중 한 사람을 다시 만났다.그녀는 한 주식회사의 임원으로 이름은 이미연이었다. 겉은 아름답고 부드러우나 속은 매우 똑똑하고 유능한 여자였다.그리고 오늘, 그녀는 옛 연인과 복도에서 마주쳤다.이미연은 요즘 만나는 사람이 없었고 아는 사람을 통해 조은혁이 이혼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파티룩 차림으로 벽에 기댄 채 가냘픈 팔을 남자의 목에 걸고 숨을 내쉬며 남자에게 말했다. "위층에 내 방이 있어. 은혁 씨, 우리 갈까?”예전 같았으면 조은혁은 바로 동의했을 테지만, 지난번 진시아의 일로 박연희가 매우 불쾌해하며 그와 오랫동안 말다툼을 했던 걸 떠올린 그는 생각해 보다가 여자의 팔을 목에서 떼어내고는 담담히 거절했다.“됐어.”하지만 이미연의 부드러운 몸이 다시 붙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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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사실, 그녀는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그저 단지 더럽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통로 위쪽의 크리스털 불빛이 박연희의 화려한 옷을 비추고 있는데 그 빛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비슷했다.그때, 기쁨에 겨운 두 남녀도 그녀를 보았다.세 사람은 늘 짝이 안 맞기 마련이다.박연희가 미소를 지었다.“방해했죠, 미안해요. 그럼... 계속하세요.”“박연희!”조은혁의 목소리가 빠르고 급하게 터져나왔다.그러나 박연희는 더 이상 그를 보지 않았고, 더 이상 그런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았으며, 그의 품에 안긴 여인의 붉어진 얼굴과 흐리멍덩한 눈빛, 그리고 그들의 방탕한 모습을 보지 않았다.그녀는 이것이 진정한 조은혁이라고 생각했다.방탕하기 그지없다.박연희는 몸을 돌려 떠났다. 화려한 드레스는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그때 조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박연희는 전에 없던 격렬함으로 발버둥쳤다. "이거 놔!”더럽다. 정말 더러웠다.하지만 조은혁은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고 깊은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해명했다.”그냥 맞춰준거지 진짜 하려던 건 아니야.”박연희는 목이 잠겨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했다."당신이 다른 사람과 연기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인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조은혁 씨, 난 그저 당신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애틋한 감정을 연기하지 마요. 당신 말대로 우리 사이에는 원망 빼고 다른 건 없으니까!”그녀는 힘껏 발버둥쳤지만 헤어나지 못했다.조은혁의 안색이 점점 나빠진다.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박연희를 안고 밖으로 나섰다.그들의 뒤에 있던 이미연이 그를 불렀다."은혁 씨!”그때, 김 비서가 나타나서 여성분의 옷을 챙겨주며 조용히 설득했다. "우리 대표님께서 갑자기 가정으로 돌아가신 일이 이미연 씨의 마음이 어느 정도 상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대표님은 당신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보상도 주실 분이죠.”이미연은 마음이 상했다.하와이에서 많은 남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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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말을 마친 그가 손을 뻗어 잡아당기자 박연희가 그의 품속에 안겼다.그녀는 지지 않으려 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조은혁 씨, 난 사실 별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그 동영상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설령 당신들이 이런 곳에서 정말 관계를 맺는다 해도 그건 당신이 언제나 그렇듯 그냥 다른 여자로 바꿔서 노는 거에 불과한데, 내가 신경 쓸 게 뭐가 있어요.”조은혁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얇은 입술을 그녀의 붉은 입술에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는데 내가 더러운지 아닌지 신경이나 쓰이겠어? 그래, 그럼 그 사모님으로서의 너그러움을 나한테도 좀 보여줘봐, 응?”박연희는 눈을 크게 뜨고는 눈에는 눈물을 가득 담았다. 그녀는 그가 차 안에서 이런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운전기사도 아직 있는데, 방금 다른 사람도 건드렸으면서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조은혁을 막을 수 없었다.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허리 아래로 당겨졌고 그에 그녀의 피부가 눈부시게 희고 고운 꽃처럼 빛났다.그는 조금도 상냥하지 않았고 그녀를 난폭하게 대했다.거친 움직임 와중에 그의 금속 지퍼가 그녀의 연약한 피부를 긁어 아프게 만들었다.그 움직임은 계속 그녀를 괴롭혔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이 치욕을 견디도록 강요했다.조은혁이 그녀의 턱을 감싼 채 말했다."아직도 그 새끼 생각하고 있지?”박연희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아니야. 아니라고!"파티 스타일링과 올린 머리가 흩어지며 하얗고 고귀한 피부에 퍼졌고 그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한 손으로 잡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강요했다.하지만 박연희가 그 말을 순순히 할 리가 없었다.그녀가 말하지 않자 그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목젖이 들썩였고, 검은 눈동자는 더욱 섹시하게 그녀의 모습을 노려보았다.고급 차체가 가늘게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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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하얀 싱크대에 검붉은 피가 물결을 따라 소용돌이 쳤다.박연희는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그녀는 아마 병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 비서는 조은혁을 데리러 왔다.조은혁은 넥타이를 매고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했고 김 비서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그녀는 침실 쪽을 바라보고는 아무런 기척도 없는 것을 보며 박연희가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이미연 씨는 어떻게 하죠?”조은혁은 하마터면 이 일을 잊을 뻔했다.이 정도의 일은 그에게 있어서 늘 있는 일이다.그러나 그는 여자에게 항상 대범했기에 잠시 생각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100억짜리 수표 보내. 그리고 앞으로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김 비서는 그가 이 인연을 끊으려 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박연희를 동정했기에 말을 보탰다."그럼 다른 사람들도... 이제 만나지 않으실 건가요?”조은혁이 고개를 들자 김 비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선을 넘었습니다.”조은혁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말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지.”그의 태도가 애매모호하여 잠시 김 비서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조은혁은 아침을 먹고 침실로 돌아와 외투를 챙겼다.박연희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다.그녀의 작은 얼굴은 고요했고, 그는 어젯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임계점에 이르러서도 그와 재혼하려 하지 않았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그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그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사람에 불과한데.그는 미련 없이 떠났다.그는 최근 박연희에 대한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는 걸 느꼈고 그게 신선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신선함이 지나면 그도 곧 싫증이 날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놓지 않으려 했고, 여전히 그녀를 곁에 두고 사모님으로 있게 하고 싶어 했다.평생.그도 그녀를 싫어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더 싫었기 때문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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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박연희는 나지막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이윽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진료실을 나갔다. 밖에는 긴 복도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너무나도 까마득하고 추웠다...그토록 오래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박연희는 결국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꽉 움켜쥔 명함을 보았다.의사에게는 정말 감사하지만 치료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의 오빠는 구치소에 있고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조은혁은 아마 그 원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고 그녀와 그녀의 오빠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박연희와 박연준은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만약 그녀가 죽는다면...아마... 조은혁의 화도 풀릴 것이다.창턱에 놓여 있던 그 작은 명함 한 장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자 가볍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박연희는 병원을 나섰다.그녀는 이미연이 직접 그녀를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햇빛 아래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상대는 오히려 꽃처럼 아리따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표정 사이에 약간의 분노가 쌓였을 뿐이다.박연희는 생각했다. 아마 조은혁과 싸운 것이겠지.잠시 후, 두 여자는 커피숍에 들어가 서로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이미연은 커피잔을 우아하게 섞으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하지만 이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죠. 저는 은혁 씨와 2년 동안 사귀었는데 매우 잘 맞더군요. 물론, 은혁 씨가 B시에도 많은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개의치 않아요... 저는 그의 부인이 아니니까요.”박연희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그녀의 말투는 담담했다.“저도 지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특별히 저한테 설명해줄 필요 없어요. 당신과 그 사람 사이의 감정, 그리고 따지자면 우리의 현재 위치와 신분도 사실 다를 게 없어요.”그녀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이미연이 얼굴을 찌푸렸다.“하지만 당신은 은혁 씨와 함께 살고 있고 당신에겐 그의 아들이 하나 있죠.”그러자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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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저녁 8시, 조은혁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스위트룸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박연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그녀의 얼굴에 드문드문 흩뿌려지며 그녀의 수려한 얼굴에 약간의 적막을 더했다.“왜 불을 안 켜고 있었어?”말을 이어가는 동안 조은혁은 스위트룸의 조명을 모두 켜 놓았다.등불이 밝게 켜지며 박연희의 눈가에 남아 있는 촉촉한 물기를 비춰 주었다. 아마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다.조은혁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더니 소파에 앉아 코트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 ... 밥은 먹었어?”박연희가 먹었다고 답했다.조은혁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미연의 일로 인해 그들 사이에 끼리까지 생기자 그도 예전처럼 그녀를 아껴주지 않았다.안 먹을 거면 먹지 마.박연희는 바보도 아닌데 배가 고프면 알아서 챙겨 먹겠지.조은혁은 종일 바삐 보내느라 힘들었을 테지만 그쪽의 욕구가 하도 강해서 좀 쉬었다가 그 일을 하자고 제안을 건넸다. 박연희가 거절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매우 협조적이었다.조은혁이 그녀에게 키스할 때, 그녀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그와 깊은 키스를 했다.박연희는 더 이상 그에게 반항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그의 목덜미까지 끌어안았고 가녀린 몸은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주었다.박연희를 바라보는 조은혁의 검은 눈에는 섹시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동안 그들이 함께 지내온 몇 년 동안, 박연희가 정신이 나갔던 척 흉내를 냈던 그 2년을 제외하면 다른 시간 동안 그녀는 성적인 일에서도 매우 보수적이었다. 거의 모든 순간에서 그녀는 줄곧 조은혁의 스킨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언제 지금처럼 즐기는 데 익숙한 여자처럼 행동했단 말인가?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마치 물로 이루어진 사람 같았다.여자가 기꺼이 협조해주니 남자는 자연히 많이 편안해졌다. 조은혁은 그녀의 몸을 통해 잠시 욕구를 달랬고 그 시간이 지나서야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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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조은혁은 사정없이 박연희를 산산이 깨부쉈다.박연희는 천천히 그녀의 큰 눈을 떠 하얀 손바닥을 차가운 유리 위에 평평하게 펴고 창밖으로 넘쳐나는 네온사인을 바라보았다. 그 불빛은 그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그리고 그녀는 지금 또 그렇게 견디기 힘들었다.그녀의 뒤에 있는, 잔인하게 그녀를 모욕하는 남자가 정말 조은혁인가. 그녀가 사랑했던 조은혁이란 말인가. 분명 처음에는 박연희의 손가락 하나조차 만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의 조은혁은 박연희를 이런 곳에 눌러서 마치 기생처럼 그녀를 대하고 있다.“은혁 씨...”“은혁 씨...”박연희가 몇 번 기침하자 검붉은 피가 투명한 유리 위에 흩뿌려졌다.그녀는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극심한 고통에도 조은혁의 이름을 불러야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연희가 부른 것은 현재의 조은혁이 아니다. 그녀의 옛 애인이다.박연희를 해치지 않던 조은혁.처음으로 그녀와 다정하게 밤새도록 잠자리를 함께했던 그 조은혁이다.왜 아직도 안 끝나는 것이지?몇 번이나 했는데 왜 아직도 끝내지 않고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거지...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너무 아파서 정신이 까마득해질 무렵,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버림받고 버팀목이 없어지자 부드러운 카펫 위로 천천히 미끄러져 넘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남자는 소파에 앉아 그녀더러 시중을 들라고 지시했다.옷은 온전하고 벨트만 풀려 있는 상태였고 지금은 그녀가 시중을 들어 그의 옷매무새를 정리하라는 뜻이었다.박연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장씨 아주머니는 일찍이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사모님, 만약 더 잘 살고 싶다면 대표님 앞에서 처남은 언급하지 마세요. 사모님께서 만약 말을 꺼내면 대표님은 아마 사모님을 끝까지 괴롭힐 거예요.”그리고 현재, 박연희는 결국 그 괴롭힘을 맛보게 되었다.그런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암에 걸렸고 어차피 곧 죽을 텐데... 죽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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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박연희를 대하는 조은혁의 행동에는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소파 위, 카펫 위, 곳곳에 그가 만들어 낸 흔적이 흩뿌려져 있었고 큼직한 유리창 위에도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혁은 눈치채지 못했고 오직 자신의 욕구에만 몰두하느라 그녀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다.그날 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박연희는 차가운 침대에 웅크린 채 유리창 너머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세기 시작했다.조은혁의 옆에 머물러 있다면 아마 빨리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반년, 어쩌면 두세 달 만에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진범이... 그래. 그녀에게는 아직 진범이가 있다.B시에 돌아온 후, 박연희는 진범이에게 해마다 엄마가 직접 준비해준 새 옷을 입게 하도록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여러 벌 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진범이에게 책도 골라주어야 했다. 조은혁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게 된다면 진범이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수중에 아직 돈이 좀 있으니 그 돈을 장씨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그녀가 진범이 대신 저축하도록 해야 한다.정말 사고나 다른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의 진범이는 고통받지 않을 것이니까.진범아, 하나뿐인 진범아... 박연희가 어찌 진범이를 두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밤에 그녀는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후에 다시 내렸다.새벽녘에야 돌아온 조은혁의 몸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었는데 박연희는 단번에 그 향이 이미연의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는 아직 썸타는 흔적이 남아 있다.이것으로 박연희에게 벌을 주려는 것일까?그러나 아쉽게도 박연희는 곧 죽을 운명이다.어느덧 벌써 오전 9시가 되고 이들이 체크아웃까지 한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박연희가 먼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옷 갈아입고 올게요.”그러나 손목이 잡히고 조은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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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진통제!그래! 지금 박연희에게 필요한 것은 진통제이다....깊은 밤, 하와이의 밤거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박연희는 외투를 두르고도 온몸이 으슬으슬 추웠는데 이 또한 병이 났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이전에는 그녀도 이렇게 추위를 타지는 않았다.거리마다 각양각색의 약국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박연희는 마침내 24시간 영업하는 약국을 찾아냈다.박연희는 불빛이 환한 약국 안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직접 진통제 두 상자를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그녀를 거절해버렸다.“의사의 처방전이 없다면 저는 약을 가져다줄 수 없어요.”그러자 박연희는 두툼한 지폐 두 묶음을 카운터에 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현금 400만 원이었다.직원은 깜짝 놀라서 좌우를 슬쩍 둘러보더니 즉시 현금을 들어 위폐 감별기에 넣어 검사하였다... 한바탕의 와글와글 소리 속에서 박연희가 건넨 것은 놀랍게도 모두 진짜 지페였다.박연희가 다시 창백한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처방전을 400만 원에 살 수 있나요?”“할 수 있죠! 당연히 할 수 있죠.”직원은 돈을 잘 쌓아두고 CCTV를 피해서 자신의 가방에 넣고는 몸을 돌려 박연희에게 약 다섯 상자를 건네주었다.“세 상자는 제가 더 준 셈 치죠. 하지만 이 약은 하루에 두 알만 먹을 수 있고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쨌든 병은 치료해야 하지 통증만 멈춘다고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보기에 손님도 돈이 모자라지 않는 것 같은데.”박연희는 그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약 다섯 상자의 포장을 뜯고는 조심스럽게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에 직원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약 하나 사러 오는데 뭘 그렇게 간첩 같이 굴어요. 맞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하와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남쪽 지역 사람이죠? 여기에서는 남쪽 사람이 제일 인기가 많아요. 밖에 나갈 때 카드도 안 쓰고 이렇게 현금을 쓰니까요.”“아니요. 그냥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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