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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저녁 8시, 조은혁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스위트룸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박연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그녀의 얼굴에 드문드문 흩뿌려지며 그녀의 수려한 얼굴에 약간의 적막을 더했다.

“왜 불을 안 켜고 있었어?”

말을 이어가는 동안 조은혁은 스위트룸의 조명을 모두 켜 놓았다.

등불이 밝게 켜지며 박연희의 눈가에 남아 있는 촉촉한 물기를 비춰 주었다. 아마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다.

조은혁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더니 소파에 앉아 코트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어젯밤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 ... 밥은 먹었어?”

박연희가 먹었다고 답했다.

조은혁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미연의 일로 인해 그들 사이에 끼리까지 생기자 그도 예전처럼 그녀를 아껴주지 않았다.

안 먹을 거면 먹지 마.

박연희는 바보도 아닌데 배가 고프면 알아서 챙겨 먹겠지.

조은혁은 종일 바삐 보내느라 힘들었을 테지만 그쪽의 욕구가 하도 강해서 좀 쉬었다가 그 일을 하자고 제안을 건넸다. 박연희가 거절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조은혁이 그녀에게 키스할 때, 그녀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그와 깊은 키스를 했다.

박연희는 더 이상 그에게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그의 목덜미까지 끌어안았고 가녀린 몸은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주었다.

박연희를 바라보는 조은혁의 검은 눈에는 섹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그들이 함께 지내온 몇 년 동안, 박연희가 정신이 나갔던 척 흉내를 냈던 그 2년을 제외하면 다른 시간 동안 그녀는 성적인 일에서도 매우 보수적이었다. 거의 모든 순간에서 그녀는 줄곧 조은혁의 스킨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언제 지금처럼 즐기는 데 익숙한 여자처럼 행동했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마치 물로 이루어진 사람 같았다.

여자가 기꺼이 협조해주니 남자는 자연히 많이 편안해졌다. 조은혁은 그녀의 몸을 통해 잠시 욕구를 달랬고 그 시간이 지나서야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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