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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박연희는 나지막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윽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진료실을 나갔다. 밖에는 긴 복도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너무나도 까마득하고 추웠다...

그토록 오래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박연희는 결국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꽉 움켜쥔 명함을 보았다.

의사에게는 정말 감사하지만 치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의 오빠는 구치소에 있고 박연희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조은혁은 아마 그 원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고 그녀와 그녀의 오빠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박연희와 박연준은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

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아마... 조은혁의 화도 풀릴 것이다.

창턱에 놓여 있던 그 작은 명함 한 장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자 가볍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

박연희는 병원을 나섰다.

그녀는 이미연이 직접 그녀를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햇빛 아래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상대는 오히려 꽃처럼 아리따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표정 사이에 약간의 분노가 쌓였을 뿐이다.

박연희는 생각했다. 아마 조은혁과 싸운 것이겠지.

잠시 후, 두 여자는 커피숍에 들어가 서로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이미연은 커피잔을 우아하게 섞으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하지만 이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죠. 저는 은혁 씨와 2년 동안 사귀었는데 매우 잘 맞더군요. 물론, 은혁 씨가 B시에도 많은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개의치 않아요... 저는 그의 부인이 아니니까요.”

박연희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녀의 말투는 담담했다.

“저도 지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특별히 저한테 설명해줄 필요 없어요. 당신과 그 사람 사이의 감정, 그리고 따지자면 우리의 현재 위치와 신분도 사실 다를 게 없어요.”

그녀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이미연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당신은 은혁 씨와 함께 살고 있고 당신에겐 그의 아들이 하나 있죠.”

그러자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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