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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하얀 싱크대에 검붉은 피가 물결을 따라 소용돌이 쳤다.

박연희는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마 병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김 비서는 조은혁을 데리러 왔다.

조은혁은 넥타이를 매고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했고 김 비서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침실 쪽을 바라보고는 아무런 기척도 없는 것을 보며 박연희가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이미연 씨는 어떻게 하죠?”

조은혁은 하마터면 이 일을 잊을 뻔했다.

이 정도의 일은 그에게 있어서 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여자에게 항상 대범했기에 잠시 생각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100억짜리 수표 보내. 그리고 앞으로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

김 비서는 그가 이 인연을 끊으려 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박연희를 동정했기에 말을 보탰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이제 만나지 않으실 건가요?”

조은혁이 고개를 들자 김 비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선을 넘었습니다.”

조은혁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말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그의 태도가 애매모호하여 잠시 김 비서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조은혁은 아침을 먹고 침실로 돌아와 외투를 챙겼다.

박연희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고요했고, 그는 어젯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임계점에 이르러서도 그와 재혼하려 하지 않았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사람에 불과한데.

그는 미련 없이 떠났다.

그는 최근 박연희에 대한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는 걸 느꼈고 그게 신선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신선함이 지나면 그도 곧 싫증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놓지 않으려 했고, 여전히 그녀를 곁에 두고 사모님으로 있게 하고 싶어 했다.

평생.

그도 그녀를 싫어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더 싫었기 때문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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