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770 챕터
제631화
그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나한테 주는거야?”박연희가 말을 하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기성복 사는 게 편해.”박연희가 창백한 얼굴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털실을 꺼내고는 흰 손가락으로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어루만졌다.한참 지난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진범이 줄거예요.”조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한참 후에야 그가 겨우 웃었다. "하긴, 진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조은혁은 그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냉담하게 말했다."가서 씻고 올게.”……조은혁은 박연희에게서 여인의 부드러움을 얻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내를 위해 정조를 지킬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진시아와 관계를 이어나갔다.그 후, 그렇게 두세 달 동안 그는 진시아와 관계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그의 시중을 드는 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녀관계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한번은 T시로 출장을 갔는데 조은혁은 진시아와 호텔에서 무려 3일을 머무르게 되었다.그러면서 평소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다 했다.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진시아는 재벌 2세 남자친구가 있었고, 조은혁은 그 남자친구의 집안과도 사업상 거래관계에 있어 이 관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 재벌 2세는 이미 진시아에게 꽤 화려하게 청혼을 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아무도 박연희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은혁과 같은 침대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지난 두세 달 동안 조은혁은 줄곧 박연희와 자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의 곁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 그녀의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조은혁의 거친 몸짓을 이기지 못했다.그날은 조진범의 생일이었다.이른 아침, 박연희는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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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결국 조은혁의 바람대로 일은 진행됐다.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침실 안으로 비쳐들어오며 부드러운 그녀의 몸에 닿았다.큰 침대에 수척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반듯이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 위의 남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취해 이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태도였다.“띠링!””띠링!”……머리맡에 있던 박연희의 핸드폰 알림이 계속 울렸다.그녀는 남자를 감당하면서도 몸을 비틀어 핸드폰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 움직임이 오히려 조은혁에게 자극을 주어 그의 몸짓이 더 격렬해졌다.조은혁은 그녀의 핸드폰을 꺼서 못 보게 하며 말했다.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머금고 있는 듯 했다.”집중 좀 해.”하지만 박연희는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다른 여자와 바람 난 남편 앞에서 그녀가 어떻게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한구석을 봉인해야만 이런 남자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다.이 행위는 조은혁에게만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고 박연희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얼굴을 하얀 침대 시트에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박연희는 곁눈질로 떨어진 핸드폰을 보더니 결국 다시 더듬어 집어들었다.그가 움직이든 말든 바들바들 떨며 휴대전화를 켰는데, 모르는 사람이 메시지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보내왔다.동영상들은 조은혁과 진시아가 함께 보냈던 3일을 담고 있었고 누가 봐도 둘은 썸을타는 관계였다.박연희는 눈을 깜빡였다.추측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듣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비록 그녀는 일찍이 그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나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그를 힘껏 밀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심한 헛구역질을 할 때, 조은혁도 박연희가 받은 영상을 봤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가 보냈는지 추측이 됐고, 그는 진시아가 박연희를 도발하여 조은혁의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려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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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단지 그녀의 아이, 진범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조은혁의 마음은 일찍이 복수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시아와 그런 일을 벌였을까.박연희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오늘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런 좋은 날, 그녀가 이렇게 빌어도 조은혁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진범이는 내 아들이야.”그 말에 박연희는 힘이 빠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조은혁이 떠난 뒤에도 박연희는 여전히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녀는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조은혁과 함께 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느낌을 잊었고,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도 거의 잊었다.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가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이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날 것이다.다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진범이었다.조진범은 잠에서 깬 뒤 엄마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기 고양이처럼 깜찍했다.박연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일어나더니 간단히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금방 갈게.”조진범은 송아지 잠옷을 입은 채 앉아 있었는데 아이의 가슴 앞에는 박연희가 절에서 받아 온 부적이 걸려 있었다.박연희가 걸어오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아기를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오늘은 우리 진범이 생일이야!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아볼까?”조진범이 박연희를 껴안더니 입을 맞추었다.“진범이는 엄마 좋아!”30분 후, 박연희가 조진범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조진범의 생일이었기에 도우미들은 일찌감치 아래층에서 기다리며 조진범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우리 도련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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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B시, 어느 고급 주택가.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 조은혁은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그는 박연희가 그의 발 옆에 엎드려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녀는 조진범을 다른 곳에 보내겠다고 그에게 말했다.조진범을 박연준에게 보내고, 조은서과 유선우에게 보내는 한이 있어도 절대 조은혁의 곁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그 정도로 인간쓰레기겠지.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조은혁은 옅은 회색 연기가 다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따라 22층까지 한 걸음씩 올라간 그는 진시아의 아파트 입구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진시아가 문을 열었다.일부러 꾸민 모습, 세련된 메이크업과 섹시한 잠옷. 문에 기대 선 그녀의 자태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왜 며칠동안 안왔어.”하지만 순간, 남자의 손이 그녀의 목을 졸랐다.조은혁이 힘을 주어 진시아의 목을 조르더니 그녀를 단단한 문에 짓눌렀다. 여자의 부드러운 몸이 그의 힘을 견딜 수 있을리가 없었다.진시아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고, 아름다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필사적으로 조은혁의 손을 두드렸다.하지만 남자는 마음이 약해지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미쳤어? 아니면 이 관계를 모든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싶어? 네가 휴게실로 찾아와서 날 꼬신 거 아니었어? 넌 몸을 바치고, 나는 수표를 주고. 그건 거래일 뿐이었잖아. 그런데 굳이 박연희 앞에서 소란을 피워서 내가 널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해? 진시아, 너 머리가 어떻게 된거야?”진시아는 여전히 끊임없이 조은혁의 손을 다급하게 쳤다.그녀는 조은혁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약간 놀랐다. 만약 살인이 죄가 아니었다면 조은혁은 지금 그녀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였을 것이다.그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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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조은혁이 침묵하자 마침내 진시아의 마음이 약간 풀렸다.그녀가 냉소를 흘렸다. "나는 만족하지 않아요. 내가 왜 당신의 내연녀 소리를 들어야 되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죠? 조은혁 씨, 당신은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전혀 몰라요!”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녀는 여전히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생생히 느꼈지만 조은혁은 그 일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그 당시, 그는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지 그의 사업에만, 그의 회사의 성장추세에만 관심이 있었다. 진시아가 매일 밤 누구와 술을 마시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무리하지는 않았는지는 그의 관심범위 밖이었다.그렇게 일을 해서 성공한 남자는 갑자기 박연희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야만적이던 남자가 뜻밖에도 풋풋한 소년을 흉내내며 소녀에게 고백을 하고 여자를 데리고 데이트를 했다. 심지어 결혼 전에는 조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키스도 그저 뽀뽀 정도에서 그쳤다.분명히 그때, 그는 이미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아났고, 진시아 외에도 많은 여자들이 있었음에도. 박연희만은 건드리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밤, 진시아가 술에 취해 세 남자에 의해 호텔로 끌려갈 때, 조은혁은 박연희를 데리고 풋풋한 데이트를 즐겼다.진시아가 눈가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조은혁을 갈망했고 그가 조금 더 그녀를 아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옛 상처를 들춰서라도 그녀는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다만 그녀를 냉담하게 흘겨보았을 뿐이었다."우리 관계가 예전에 어땠든, 지금부터는 이제 완전히 끝이야.”말을 마친 그가 뒤돌아 가버리자 뒤에서 진시아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그럼 앞으로 다시는 얼굴 안보겠다는 말이야?”조은혁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사라졌다.홀로 남은 진시아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여태껏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진시아는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조은혁은 집에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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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심지어 그의 등뒤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귓가의 욕설이 사라지고 세상이 조용해지더니, 그는 마치 하와이의 그 작은 교회로 돌아간 것 같았다.햇빛은 따뜻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박연희는 손에 꽃다발을 들고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구두가 깨끗한 마루와 부딫쳤다.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아 다녔다.그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결혼 반지를 끼워넣자 박연희는 눈을 들어 얇은 베일을 사이에 두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조은혁 씨, 앞으로 나한테 잘해 줘야 돼요.”왜 그녀한테 잘해 줘야 되냐고 하자 박연희는 그녀가 조은혁과 몰래 결혼했기 때문에 박연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의 다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제 조은혁 외에, 그녀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차창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창밖에서 사람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그에게 차를 옮기라고 소리쳤다.조은혁이 창밖을 내다보자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조은혁은 시선을 돌리더니 가속페달을 밟아 차를 몰고 나갔다.그는 강가에서 목적 없이 빙빙 돌다가 오후 4시 쯤에 조은서가 사는 별장에 도착했다.마침 일요일이어서 조은서와 유선우는 모두 집에 있었다. 조은서는 유이안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었고, 유선우는 막내아들과 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급한 서류가 하나 들려있었는데 방금 진유라가 보내온 것이었다.정원에서 차 소리가 들려오자 도우미가 들어와서 소식을 알렸다."사모님, 조은혁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조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마침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싶지 않았던 유이안이 환호성을 질렀다.“외삼촌 왔어요?”하지만 조은서가 그녀를 한번 쳐다보자, 유이안은 즉시 성실하게 바이올린을 다시 켰다.현관에 들어 오던 조은혁이 마침 이런 훈훈한 광경을 보고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조진범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유선우가 방금 조은서에 저녁에 가서 생일 선물도 주고 박연희와 아이도 보러 가지 않을까 얘기했고, 조은서도 동의한 참이었다.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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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그녀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그만 내려놔. 아빠도 우리가 증오 속에 사는 걸 원치 않으실 거야. 우리가 행복하길 원하실 거야.”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단정하게 빗어 넘긴 조은혁의 올백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자 한순간 그의 모습이 훨씬 젊게 느껴졌다. 그 순간, 그는 마치 20대 시절의 그 자긍심 있고 당당한 조은혁으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저녁 노을 아래, 하얀 셔츠를 입은 채 차 앞에 서 있는 그는 충분히 근사했다.조은혁은 여전히 핸들을 잡은 채 눈꺼풀을 내리깔고 여동생이 한 말을 되풀이했다.“행복? 은서야, 그거 알아? 연희와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없어.”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 그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예전에 샹겐에 있을 때, 그가 단호하게 진시아를 거절했다면 지금쯤 그와 박연희의 사이는 아직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짓을 해도 박연희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그와 진시아의 일로 박연희는 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단지 더럽다고만 생각한다.묻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모든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신혼 시절 김 비서가 처음 집에 나타났을 때, 박연희는 질투심에 사로잡혔으면서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자 그의 품에 안기며 겨우 작은 소리로 김 비서가 누구냐고 물었다.그때, 그녀는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가.하지만 지금의 박연희는 그가 다른 여자랑 썸 타는 영상을 보고도 홀로 마음을 추스르고 진범이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갑자기 슬픈 감정이 차오른 조은혁이 그의 여동생을 끌어당겨 가볍게 껴안았다."넌 유선우랑 잘 지내. 나 따라하지 말고."조은서는 무슨 말을 하려던 차에 곁눈질로 유선우를 발견했다.그는 별장 현관 앞 계단에 서서, 노을 빛을 받으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벨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렸다.조은혁은 여동생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는 김 비서에게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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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조은혁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끝내는 두려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는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차 열쇠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그가 한밤중에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도우미가 문을 지키고 있다가 그를 맞이하며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오후에 일이 생긴 뒤 사모님께서 쭉 서재에 혼자 계셨습니다.”조은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저녁은 먹었나요?”"그럼요.”하인은 한숨을 쉬었다."오늘 도련님 생일인데요. 사모님이 아무리 기분이 나빴어도 도련님을 위해 미역국을 몇 입 먹어야죠. 아이고, 사모님이 도련님을 좀 아끼시나요.”조은혁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올라 천천히 2층을 향해 걸어갔다....박연희은 거실에 앉아서 조진범이 8살 때 입을 스웨터를 짜고 있다.창밖에는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췄다.그녀는 이미 여러 밤을 새서 눈이 충혈되었지만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밤낮없이 조진범에게 작은 옷을 짜 주었다. 그러다가 아랫배가 아프면 진통제 두 알을 먹었고,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면 침대에 누워서 잠시 쉬었다.그런 다음 일어나서 계속해서 조진범의 옷을 짰다.정원에서 차 소리가 났을 때 그녀는 조은혁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눈을 들지 않았다.현재 그녀의 마음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평온했다.조은혁은 침실 문을 열고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고, 눈빛에는 약간의 화해의 의미도 있었다.박연희는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몸에서 흩어지는 악취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니었기에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눈빛을 보내는지 알고있었다.과연, 조은혁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에 들린 반쯤 짜인 작은 스웨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의 어조는 매우 부드러웠다."진범이한테 줄거야? 연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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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조은혁은 매일 밤 집에 갔다.다만 더 이상 관계를 강요하지 않았고, 가끔 서재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그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박연희는 결국 마음이 약해질 것이고, 심지어 그들 사이에는 진범이도 있었으니 언젠간 이 관계도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조진범을 매우 아꼈고 사랑스럽게 대했다.보름 후, 박연희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서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면 많은 피를 토해내기도 했다.하지만 박연희는 치료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생명을 포기했다.저녁 무렵, 그녀는 정원에 앉아 저녁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녀의 야윈 몸매는 황혼의 빛 속에서 곧 스러질 듯한 아스라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었다.장숙자가 와서 작은 담요를 덮어주며 조용히 말했다.“그 진시아라는 여자가 또 찾아와서 사모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길래 제가 돌려보냈습니다.”박연희가 살짝 멍해졌다.“진시아 씨 또 왔네요, 이번이 세 번째죠?”그녀는 격렬하게 기침을 몇 번 하고 장숙자를 불렀다.“들어오라고 하세요.”장숙자가 언짢아하며 찬성하지 않았다.“들어오게 하면 안돼요... 그리고 사모님, 정말 병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기침을 너무 오래 했어요!”박연희는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요. 어서 진시아 씨한테 들어오라고 하세요.”약 5분 정도 뒤, 진시아가 정원으로 들어왔는데 그녀는 박연희보다 더 말랐고 귀신같이 초췌했다.그녀는 만나자마자 박연희에게 무릎을 꿇었다.진시아가 이를 악물고 온몸을 떨며 말했다."사모님께 이렇게 부탁합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박연희는 그 말에 멍해졌다가 잠시 후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시아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만난 것은 당신의 부탁을 듣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에요. 사실 전 당신과 조은혁 사이의 일들에 조금도 흥미가 없어요. 당신을 만나자고 한 건 단지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만약 당신이 사정을 하고 싶다면 나를 찾을게 아니라 조은혁을 찾아가야 해요. 당신을 상대하는 사람은 조은혁이지 내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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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조은혁이 무정하게 말하자 진시아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빌었다."제발, 우리의 지난 정을 봐서라도 살려줘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더 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요.”"그 사람은 결국 부모님의 압력을 못 이겨 나와 헤어졌어요.”"나는 이제 가진 게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조은혁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그가 되물었다. "이것들은 네가 자초한 거잖아. 살 길을 열어주려고 했는데 너 스스로 무덤을 팠잖아.”그는 황혼 속에 서서 하얀 담배에 불을 붙였다.지금의 조은혁은 더 이상 그녀가 사랑했던 모습이 아니었다.연한 회색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가 저녁 바람에 흩어졌고, 조은혁의 말투는 차갑고 무자비했다.“B시를 떠나.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마.”진시아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 울먹였다."정말 나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나는 B시를 떠나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내 가족, 내 일, 내 인맥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나보고 여기를 떠나라는 거야?”그녀가 애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조은혁이 몸을 기울여 담배꽁초를 끄고 현관으로 향하려고 할 때, 진시아가 앞으로 나아가 그를 붙잡았다.“은혁 씨, 제발... 그때는 내가...”하지만 조은혁은 그녀를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도우미에게 말했다."저 여자 이만 내보내세요. 그리고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다시는 이 사람을 들여보내지 마세요.”그러자 두 사람이 진시아를 끌고 나가서 문밖으로 내던졌다.검은 꽃무늬 문 두 개가 그녀 앞에서 천천히 닫혔다. 마치 조은혁 마음처럼.그녀는 그 두 개의 문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조은혁이 거실에 들어섰지만 그곳에 박연희는 없었다.장숙자가 그에게 말했다.“사모님은 2층에 계십니다... 대표님, 요즘 사모님이 몸이 안좋으셔서 외출이 점점 뜸해졌어요. 평소에는 집에서 스웨터만 짜고 계세요. 기분 전환 겸 사모님을 데리고 나가시는 건 어떠실까요? 밖에 나가면 우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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