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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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그러자 감정이 격해진 진시아가 곧바로 뛰어내리겠다며 난동을 부렸다.성격이 좋지 않았던 조은혁은 막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창가에 대고 누르며 엄한 목소리로 위협했다.“뛰어, 어디 한번 정말 뛰어봐. 그러면 외국에 갈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힐 필요도 없잖아.”진시아가 입술을 바들바들 떨더니 갑자기 조은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안 뛸 거예요. 안 뛴다고요. 다 당신 말 들을게요. 은혁 씨가 외국에 가라고 하면 외국에 가고 거기서 잘 살게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그냥 지금만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 퇴원하면 집에 돌아가서 연희 씨와 함께하게 해줄게요.”곧이어 그녀는 그의 품속에서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세상 어떤 여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게 해줘요? 조은혁 씨, 당신은 나에게 너무 잔인해요.너무 잔인하다고요!”한 줄기 아침 햇살이 조은혁의 쓸쓸한 얼굴을 비추었다.만약 박연희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토록 위태로운 진시아를 마주하고 병든 그녀를 위해 정말 그녀와 결혼했을 것이다.사랑과는 무관하게, 단지 하나의 책임일 뿐이다.조은혁은 여러 번 거듭 생각을 마치고 진시아가 입원해있는 동안 그녀와 함께 있기로 동의했다.건강이 좋아지면 즉시 그녀를 해외로 보낼 것이다.날이 밝아오자 조은혁은 박연희의 번호를 눌렀고 6초가량 울리더니 통화가 연결되고 조금 잠긴듯한 박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감기에 걸린 거 아니야?”조은혁의 물음에도 박연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이번 주에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너랑 진범이 옆에 있어 줄 수 없을 것 같아... 맞다. 오전에 건강검진 꼭 잊지 말고 받아. 집안 고용인더러 함께 가달라고 하고. 응?”아무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조은혁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박연희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지금 진시아와 함께 있는 거죠. 이번 주 내내 그녀와 함께할 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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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장씨 아주머니가 계속하여 캐물었지만 의사는 보호자를 기다려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하여 장씨 아주머니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조은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음만이 울려대자 마음이 급해진 장씨 아주머니가 중얼거렸다.“받아라. 제발 전화 받아라.”휴대폰 벨 소리는 들었지만 마침 진시아의 치료를 돕고 있었던 터라 조금 귀찮아진 조은혁은 곧바로 전화를 받고는 장씨 아주머니에게 간단하게 한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은 일이 있으면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요.”장씨 아주머니는 초조한 마음에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박연희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몇 개 월전, 전 이미 간암에 걸렸어요. 하와이에서 알게 된 건데 저는 치료를 받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저는 치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 저한테 이제 시간이 얼마 없죠? 숨길 필요 없어요. 저는 진작에 모든 걸 각오했으니까요.”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박연희가 다시 말을 이었다.“전 그저 진범이가 걱정될 뿐이에요.”장씨 아주머니는 넋을 잃고 말았다.그 후, 그녀는 다시금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사모님, 왜 그런 바보스러운 생각을 하세요? 이런 일을 왜 대표님께 말하지 않고 저에게 말하지 않는 겁니까... 어쨌든 치료 방법을 생각해야죠. 희망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그 말에 박연희가 참담하게 웃었다.조은혁에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버렸는데.진범이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그는 끝까지 그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박연희가 낮은 목소리로 의사에게 부탁했다.“의사 선생님,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치료를 포기하고 존엄하게 세상을 떠나기로 했는데... 전는 온전히 가고 싶어요. 전 누군가의 참회와 허위적인 애틋한 말을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의사의 얼굴이 숙연하게 가라앉았다. 박연희의 말에 그의 마음은 오랫동안 평정할 수 없었다...나중에 조은서가 묻자 박연희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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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그는 박연희를 안아 들고 급하게 구급차에 올라탔다.유선우는 의학을 전공했기에 박연희의 증상이 안정될 때까지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후, YS 병원의 기록실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지금 당장 박연희 환자의 병명을 알려 줘.”2분 뒤... 기록을 찾던 사람이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병명을 알려주었다.“대표님, 은혁 대표님 사모님께서는 간암 말기입니다.”휴대폰이 유선우의 손에서 흘러 떨어졌다.잠시 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진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박연준의 행방을 알아봐 줘.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설령 그곳이 하늘 끝이라도 데려와... 늦지 않으면 박연희에게 간을 이식하고 이미 늦었다면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게 해줘.”유선우의 말에 진 비서는 깜짝 놀랐고 곧이어 박연희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유선우는 박연희를 데리고 YS 병원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조은서가 먼저 와있었고 그녀는 의료진을 따라 달리면서 장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오빠는 연락돼요?”장씨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눈물을 훔쳤다.“아니요. 대표님 전화기는 꺼져 있습니다.”조은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박연희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데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참담하고 누렇게 변해 있었다... 마치 마지막 한 줄기의 생명조차 남지 않은 듯 말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마주 앉아 함께 커피를 마셨다.박연희는 그녀에게 진범이를 유선우의 아들로 거두어 달라며, 유선우의 성으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게다가 유진범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며 얘기했었는데 당시에는 그녀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불치병에 걸린 것이었다.바로 그때, 박연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인 조은서의 목소리가 하염없이 떨려났다.“왜 숨겼어요? 저에게 알려주셨다면 선우 씨가 어떻게든 방법을 댔을 것이고 우리가 방법을 찾았을 거예요. 연희 씨가 자유를 원한다면 저도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연희 씨,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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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조은혁은 온몸이 오싹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전 간호사가 검사표를 보내온 그 날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박연희에게 말했었다.“넌 주사를 두려워하니 내가 같이 있어 줄게.”“앞으로 잘 지내자.”...하지만 그 뒤, 진시아의 심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고 그는 진시아의 곁을 지키다가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의 고용인과 함께 있으라고 통보했다.빌어먹을!다시 차에 올라타 병원으로 달려가는 그 순간, 조은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박연희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연희는 죽기만을 기다렸고 자신이 죽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린 것 아닐까?길목의 빨간 신호등이 번쩍이며 급정거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사방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운전할 줄 몰라?”“진짜 죽어볼래?”“거지 같은 놈!”...그러나 조은혁은 듣지도 못한 듯 계속하여 가속 페달을 밟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갔다.30분 후, YS 병원.1004병동 입구, 조은혁은 손잡이를 잡고도 차마 문을 열 수가 없었다.요 몇 년 동안 줄곧 악랄하게 일해왔던 그에게 이렇게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은 정말 드물었다. 그런데 이 순간, 막상 부서진 박연희를 마주하게 되자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두려움, 공포, 그리고 분노!병실 안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말소리는 매우 익숙한데... 아마 조은서인 것 같았다.그런데 그때, 병실 문이 그의 눈앞에서 열렸다.아니나 다를까 병실 안에 있던 사람은 조은서와 유선우였다. 그들은 마침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고 조은혁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더니 이내 울먹이며 말했다.“돌아왔네.”조은혁의 시선이 곧 병상에 떨어졌다.박연희는 마치 종잇장처럼 말랐고 얇은 이불에는 거의 기복이 없었다.“그래. 돌아왔어.”박연희가 쉬고 있기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조은서는 애써 자제하고 또 자제해서야 비로소 잔뜩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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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속상해진 장씨 아주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전 대표님께 여러 번 전화를 드렸는데 대표님께서는 항상 전화를 끊어버리셨잖아요.”...조은혁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숙인 자세를 유지한 채 몇 모금 빨더니 다시 물었다.“연희로부터 부탁받은 일이 있겠죠?”장씨 아주머니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서 우물쭈물 전부 털어놓았고 마지막에는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100억 원 말고도 사모님께서는 진범 도련님에게 스웨터 여섯 벌과 목도리 두 개를 짜줬는데... 그뿐만 아니라 진범 도련님의 호적을 고모님에게 옮겨주길 바랐고 고모님도 동의하셨습니다.”100억 원, 스웨터 6개, 목도리 2개...그녀는 또 진범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고 했다.하와이에서 병을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은 애초에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조은혁은 가볍게 눈을 깜박거렸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그 담뱃불은 갑자기 이유 없이 꺼져버렸다. 그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자 장씨 아주머니가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그럼 100억 원은 대표님께 드리면 될까요?”“아니. 됐어요.”조은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연희가 아주머니에게 준 것이니 대신 받으세요.”말을 마친 그는 담배를 끊고 다시 병실로 향했다.문을 여니 조용히 누워있는 박연희는 마치 종잇장처럼 얇고 허약했다.겨우 한 달, 그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살이 빠져서 이제 온몸에 살이 몇 냥 없다.조은혁이 박연희를 처음 알았을 때, 그녀는 가냘프지만 몸에는 살이 붙어 있었고 만지면 여기저기 소녀의 부드러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는 너무 낯설어 보였다.너무 낯설어서 아내답지 않고 박연희답지 않았다.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뻗어 박연희의 손을 살포시 잡고 속삭였다.“나 왔어.”박연희의 손은 조금의 온기도 없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소스라치게 놀란 조은혁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바닥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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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조은혁이 손바닥으로 박연희의 얼굴을 받쳐주자 뜨거운 온기가 전해져왔고 그는 울먹이고 있었다.“하지만 연희야, 난 신경 안 쓸 것 같아? 난 하인우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거짓된 마음으로 접근한 건 맞지만 나중에는 진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박연희는 오로지 죽음만을 추구하고 있다.조은혁이 천천히 그녀에게 얼굴을 갖다 댔다. 잠시 후, 두 볼이 맞닿은 곳에는 뜨거운 눈물이 넘쳐흘렀다... 순간, 이 눈물은 대체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그리고 옆에서 장씨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결코 박연희를 위해 기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박연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연희는 이미 조은혁에게 체념한 것이다.그때, 병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며시 열렸다.간호사가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임 의사 선생님께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혁은 그녀의 말에 응해주었다.임 의사는 외과계의 권위자로 유선우가 특별히 지정한 주치의다.조은혁이 찾아가자 임 의사는 병력 한 묶음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때도 임 의사는 낙관적이 아닌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암이 몸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기에 유선우 대표님께서 적합한 간원을 찾고 있다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적합한 간원이 있어도 이식할 수 없이 고통만 커질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은혁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의 손가락과 목소리 모두 하염없이 떨고 있었다.“만약 이식을 받지 않는다면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한 달도 안 됩니다.”한 달도 안 된다고...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담배를 연거푸 몇 모금 피우더니 사레들린 기침을 했다.“당신들 유선우 대표 지금 박연준을 찾고 있다 했죠? 박연준은... 찾았습니까?”임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조은혁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박연준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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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아니, 당신에게 진시아가 있다는 걸 잊었네.”박연희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날, 떠날 땐 일주일 후 돌아온다고 했는데 한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니 진시아와 함께하고 있었겠죠. 진시아를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왜 그녀에게 명분을 주지 않는 거죠? 대체 왜 진시아를 두고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말하고 여생을 보내려고 애쓰는 거예요?”“하지만 그거 알아요? 남은 생은커녕 나는 당신을 1분 1초도 보고 싶지 않아요.”“그리고 당신을 만난 적도 없고요.”“저에겐 오직 진범이만이 아무런 죄가 없어요. 진범이에게 당신 같은 생물학적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제가 다 비참한걸요... 하지만 괜찮아요. 진범이도 곧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테니까. 저는 진범이를 은서 씨와 선우 씨 아들로 넘겨줄 거예요. 그들 곁이라면 진범이도 분명 훨씬 밝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자랄 테니까.”...박연희는 많은 말들을 토해냈지만 그녀가 내뱉은 모든 말 한마디가 조은혁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조은혁은 그녀의 얼굴을 강제로 돌리더니 야위고 볼이 형편없도록 움푹 꺼진 얼굴을 쥔 채, 갑자기 그녀에게 미친 듯이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진범이는 내 아들이고 너는 내 아내야. 이 점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어.”그는 지체 없이 증명하고 싶었다.박연희는 여전히 그의 것이고 그녀가 여전히 사모님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박연희의 옷이 찢기며 장작같이 마른 몸이 드러났고 바싹 마른 몸에는 살이 거의 없어 사실 여자의 매력은 없었지만 조은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의 몸을 더듬으며 그녀와 관계를 맺고 그녀가 여전히 그의 여자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이럴 때, 그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이다.설령 박연희가 정말 죽더라도 그는 저승까지 쫓아갈 기세이다.박연희는 저항하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음을 잃었는데 사실 몸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또 한 번 더럽혔을 뿐이겠지.하지만 박연희는 너무 말랐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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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하지만 결국 조은혁은 끝까지 달리지 않았다.그는 박연희의 옆에 털썩 쓰러져 눕더니 그녀의 수척한 몸에 바싹 달라붙었다. 낮은 목소리가 옆을 통해 들려왔는데 어쩌면 말로 이룰 수 없이 쉰 목소리에는 심지어 약간의 비굴함을 띠고 있었다.“연희야,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난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고 이제 나에게도 다른 사람은 없을 거야. 일편단심으로 너만 바라봐줄게. 네가 어렸을 때 원하던 것, 좋아하던 것, 내가 다 줄게.”“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 너만 떠나지 않는다면.”그 말에 박연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다시 시작한다고? 어떻게 이토록 우스울 수가. 뭘 또 어떻게 시작하려고 하려나?그들은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그들 사이에는 거짓말과 속임수, 그리고 그녀의 젊은 시절 일방적인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박연희는 옷이 반쯤 찢긴 상태에서 병상에 누워있었는데 뼈만 앙상하게 삐쩍 마른 몸이 그대로 훤히 드러났으나 불빛 아래서 놀랍게도 그녀는 여전히 맑고 아름다웠다.그녀는 옷을 걷어 올리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그 순간,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영혼을 잃었고 박연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봄이 가고... 여름도 지나가고 이제 2년 가을이 지나면 진범이도 학교에 가겠네. 그래, 학교... 학교... 학교... 나도 원래 행복하게 학교에 다녔어야 하는 건데.”“전 몇 번이고 꿈속에서 당신을 만났던 그 날의 아침을 그려요.”“그리고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전 저 자신을 원망하죠. 그날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고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여기에 누워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캠퍼스에서, 또는 졸업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겠지.”결국 두 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조은혁은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박연희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빛은 참으로 깊고 이해하기 어려운 뜻을 품고 있다.“나는 네가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나는 절대 너를 죽게 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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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담배를 쥐고 있던 조은혁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멈칫했다.한참 동안 그의 목소리는 다 갈라진 땅처럼 메말라 있었다.“매칭이 안 된다니. 그럴 리가요. 그들은 이복 남매 아닙니까? 어떻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김 비서는 아무런 대답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서 사건, 사고, 그리고 예상 외의 일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조은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창가에 서서 천천히 담배를 다 피웠다... 담배 한 개비가 전부 타들어 가자 등 뒤에 서 있던 김 비서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지금 당장 나에게 적합성 검사를 마련해 줘.”“대표님,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아요.”조은혁은 마치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두 개의 셔츠 단추를 열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팍을 주시하며 중얼거렸다.“나는 연희와 부부 사이야. 어쩌면 난 이 세상에서 그녀와 가장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 나의 것도... 쓸 수 있겠지.”“대표님, 저희는 과학을 믿어야 해요.”“하지만 난 이제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어!”“연희에게는 이제 시간도 없고 간원을 찾을 시간도 없고 또 소모할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어... 연희의 몸은 수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메말랐어. 왜, 대체 왜 한 달 만에 이렇게 됐냐고. 왜...”조은혁의 주먹이 거세게 벽을 들이받았다.검붉은 선혈이 그의 손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김 비서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 밑은 어느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지금 당장 적합성 검사 병원을 마련해 줘. 오늘 밤 당장 결과를 가져야 하니까... 그리고 은서는 모르게 해.”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그녀는 줄곧 일 처리가 확실한지라 한 시간 뒤, 곧바로 병원 한곳에 연락을 넣었다.깊은 밤이니 병원에는 당연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김 비서의 제안에 병원 측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해버렸다.“죄송하지만 이 시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몇 시간 만에 결과가 나오는 건 어느 곳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그런데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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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그와 함께 있기를 바란다.전에 박연희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렸었다.그럼 하와이로 가서 그녀만 괜찮아지면 무엇이든 박연희가 좋다는 대로 계속하여 공부시킬 계획이었다....조은혁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었다.그리고 박연희는 어렴풋이 꿈에서 깨어났다.조은혁이 병실 문을 열고 천천히 그녀 곁에 다가와 앉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고 이에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그러자 조은혁은 그녀에게 겁먹지 말라고 속삭였다.“연희야, 말 들어. 우리 잘살아보자. 네가 원한다면 난 너에게 간 하나를 주고 네가 신장을 원한다면 내가 이식해주면 돼... 나는 너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어.”“연희야, 네가 날 오빠라고 불렀던 거 기억나?”“그거 한 번만 더 불러주면 안 돼?”...박연희의 손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게 식어있었다.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몇 글자 내뱉었다.“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물론 오빠라고 부르려 하지도 않았다.검은 눈빛으로 박연희를 뚫어지라 바라보던 조은혁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네가 죽고 싶어 한다는 건 알지만 난 너를 죽게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죽더라도 난 네가 바라는 대로 날 떠나게 하지 않을 거야. 혼자 멀리 떠나게 놔두지 않을 거야.”박연희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박연희는 이미 샹겐에 있을 때 죽어버렸다고.나중에 그와 함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몸일 뿐 영혼을 잃은 좀비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입 밖에 꺼낼 수 없었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조은혁은 서류 한 부를 그녀의 머리맡에 두었다.“유서에 진범이에 관한 일도 전부 적어놓았어. 우리가 죽으면 바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앞으로 진범이는 남의 아들이 될 거고 매년 이맘때면 조은서가 진범이를 데리고 와서 우리 둘에게 제사를 지내줄 거야... 진범이가 학교에 가고 장가를 가면 우리도 모두 그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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