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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조은혁은 온몸이 오싹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달 전 간호사가 검사표를 보내온 그 날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박연희에게 말했었다.

“넌 주사를 두려워하니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앞으로 잘 지내자.”

...

하지만 그 뒤, 진시아의 심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고 그는 진시아의 곁을 지키다가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의 고용인과 함께 있으라고 통보했다.

빌어먹을!

다시 차에 올라타 병원으로 달려가는 그 순간, 조은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박연희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연희는 죽기만을 기다렸고 자신이 죽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린 것 아닐까?

길목의 빨간 신호등이 번쩍이며 급정거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사방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운전할 줄 몰라?”

“진짜 죽어볼래?”

“거지 같은 놈!”

...

그러나 조은혁은 듣지도 못한 듯 계속하여 가속 페달을 밟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30분 후, YS 병원.

1004병동 입구, 조은혁은 손잡이를 잡고도 차마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요 몇 년 동안 줄곧 악랄하게 일해왔던 그에게 이렇게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은 정말 드물었다. 그런데 이 순간, 막상 부서진 박연희를 마주하게 되자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두려움, 공포, 그리고 분노!

병실 안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말소리는 매우 익숙한데... 아마 조은서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병실 문이 그의 눈앞에서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병실 안에 있던 사람은 조은서와 유선우였다. 그들은 마침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고 조은혁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더니 이내 울먹이며 말했다.

“돌아왔네.”

조은혁의 시선이 곧 병상에 떨어졌다.

박연희는 마치 종잇장처럼 말랐고 얇은 이불에는 거의 기복이 없었다.

“그래. 돌아왔어.”

박연희가 쉬고 있기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조은서는 애써 자제하고 또 자제해서야 비로소 잔뜩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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