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는 찔리는 게 있던 터라 들어와서 침실문을 닫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깼어?”박연희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처럼, 나도 아직 안 잤어요.”더 이상 시치미 떼는 건 의미가 없었다.조은혁은 소파에 다가가 앉았고 그 귀한 보석함을 꺼내 박연희에게 주었다.“이리 와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봐봐. 맘에 안들면 다음에는 네가 직접 가서 골라.”박연희가 아침 햇살 속에 서 있었다.그녀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조은혁 씨, 이제 와서 무슨 애틋한 척 해요. 그때 제가 아주머니와 두 아이를 데리고 제네르바에 가서 당신과 진시아가 잘 지내게 비켜줬잖아요. 근데 당신이 제네르바까지 쫓아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고요. 당신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진시아를 제가 보는 곳에서 케어해주는 거였어요?”“정말이에요. 전 당신이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신경 안 써요.”“하지만 진시아는 안돼요.”...박연희가 직접적으로 말하자 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손바닥을 모아 턱을 괬다. 그 모습이 매우 근사하고 늠름했다. 그가 눈을 들어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진시아와 자지 않았어.”사진 한 묶음이 그의 앞에 던져졌다.가정적이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것도 있었다.그리고 몇 장은 어젯밤에 찍은 것이었다.아파트의 통창 앞 주방, 그는 진시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평범한 부부 같았다.격정적인 사진도 몇개 있었다.진시아가 그의 몸에 앉아 그에게 매달려 키스를 하고, 그는 여자의 몸을 계속 어루만지는 모습.그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뜨거웠다. 박연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알았다. 매번 조은혁은 여자와 자려고 할 때마다 이런 노골적인 눈빛을 보였다.조은혁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 보고 그 사진들을 탁자 위에 던지며 고개를 들었다.“진시아가 사람을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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