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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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그러자 박연희는 벗어둔 선글라스를 다시 쓰며 빙긋 웃고는 별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오후, 햇볕은 따스하고 좋았지만 김 비서는 왠지 등 뒤가 서늘한 기분이었다. 박연희의 꼿꼿하고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 비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을 향한 사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나요?”박연희가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그녀는 등을 돌리지 않은 채 고민하는 듯 잠깐의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김 비서에게 답했다.“아니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별장 문을 나섰다.별장 입구에는 번쩍번쩍한 검은색 캠핑카가 멈춰서 있었고 박연희가 별장을 나서자 덩치 큰 독일 운전사가 일찌감치 문을 열어줬다.박연희는 차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리에 앉았다.검정색 캠핑카가 베를린대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따금 차창으로 빛이 스며들어 차 안을 알록달록 비춰주었다. 이렇게 조용하고 넘쳐흐르는 분위기는 마치 그들이 처음 데이트를 하던 그 시절의 모습과 흡사했다.그녀는 조은혁과 함께 차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박연희의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 현재 그들의 관계에는 수없이 많은 원한만이 남았을 뿐이다.한때 조은혁을 얼마나 사랑했다면 지금은 그만큼 그를 원망하고 있다......아파트로 돌아온 박연희에게 고용인 한 명이 다가와 말을 전했다.“대표님께서 서재에 잠깐 들르라고 당부하셨습니다.”박연희는 핸드백을 다른 한편에 버려두고는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완전히 닫히지 않은 서재 문을 넘어 갈색과 짙은 녹색을 위주로 차분하고 분위기 있게 연출한 조은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새하얀 셔츠를 입고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데다 얼굴까지 반듯하여 짙은 색의 가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서류를 보고 있다.티테이블 위에 시가 한 상자를 놓았지만 한 개도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이윽고 박연희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조은혁이 입구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는 여전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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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오후의 햇살이 나른하게 집안을 비췄다.박연희는 낮잠에서 깨어났지만 두 아이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탓에 그녀는 조용히 거실에 앉아 무심코 잡지를 뒤적여 보았다... 그런데 그때 문어 구에서 고용인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김 비서가 손님을 데려와 사모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박연희가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이어 그녀는 잡지를 내려놓고 문어 구를 향해 외쳤다.“화원 안에 있는 응접실에서 만난다고 전해요.”...응접실 안.운전사처럼 보이는 사람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했다.그가 바로 김 비서가 데려온 진시아 쪽의 사람인 것이다.김 비서는 그에게 오늘 만날 사람은 조 대표의 법적 사모님이라고 소개해주며 그가 사모님의 분부대로 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자녀들 모두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탓에 마침 큰돈이 필요했던 것이다.대략 10분 정도 지났을 때 박연희가 응접실에 들어왔다.그녀가 들어오자 고용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루이보스티를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혹여나 사모님께서 차가워하실까 2분 더 끓였습니다. 사모님 뜨거울 때 빨리 드세요.”박연희는 찻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고용인에게 잔을 돌려주었다.운전기사는 묵묵히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곳이 진시아가 사는 곳보다 더 사치스럽고 박연희도 진시아보다 훨씬 젊고 보기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실부인을 감탄하던 운전기사가 떨리는 입술로 먼저 입을 열었다.“사모님, 하실 분부가 있다면 직접 저한테 맡기십시오.”그러자 박연희는 신문지 한 장을 탁자 위에 가볍게 엎었다.[동양 재벌 조은혁, 부인과 결혼 피로연 참석]운전사가 놀라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자 이때 두툼한 돈다발이 신문지에 깔렸다.“이 신문을 진시아 씨 식탁에 올려놓고 결혼식 날 기사님이 직접 차를 몰고 XX 길로 데리고 가면... 이 돈은 기사님 돈입니다.”운전자의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사모님, 이건 무슨 뜻입니까?”“신경 쓰지 마세요.”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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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별장 안.호화로운 원형 침대 위, 남녀의 숨소리가 점차 가라앉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며 여자를 품에 안아서 여자의 온몸을 가볍게 떨게 했다.조은혁은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부드러운 베개를 높이 들어 꾹 눌렀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박연희는 긴 속눈썹에 반짝이는 투명한 눈물방울을 묻히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말할 수 없는 가녀림과 희고 엷은 홍조를 띤 작은 얼굴에 마치 사람 전체가 자욱한 물기 속에 묻혀버린 것만 같았다.조은혁은 허리를 숙여 턱으로부터 귓바퀴까지 입을 맞췄다.이윽고 쉰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정말 인형이 따로 없군.”그녀는 임신한 후, 가끔 협조하지 않는 것 외에는 매번 얌전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조은혁은 너무 좋아 어찌할 줄 몰랐다. 이때 그는 또 그녀를 달래며 애원했다.“한 번만 더 하자... 응?”박연희는 고개를 젖히고 눈을 지그시 감고는 가볍게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싫어요. 너무 힘들어요.”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만두려고 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에게 졸랐다.“너더러 힘을 쓰라는 건 아니야. 연희야, 눈을 떠. 눈을 떠서 나를 좀 바라봐 줄래? 내가 널 어떻게 사랑하는지 봐.”그는 당장이라도 처음부터 한 번 더 할 기세였다.다급해진 박연희가 급히 외쳤다.“... 하지 마요...”그런데 가녀린 그녀가 어찌 건장한 남자를 막을 수 있겠는가? 결국, 그녀는 남자의 좁은 허리에 매달려 넋을 잃은 채 그의 미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고 박연희는 피곤해 잠이 들었다.다른 한편, 조은혁은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겼다. 이 순간만큼 그의 몸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고 만족스러웠다.잠시 후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뒤적이던 조은혁은 순간 멈칫했다.그의 휴대폰 화면에 진시아와의 35분간 통화 기록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니 마침 박연희와 처음 관계를 맺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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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운전 기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사모님의 인정이 돈보다 더 감동적이네요.”하여 그는 곧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박연희에게 알려주었다.“진시아 씨는 신문을 보고 화가 나서 그날 밤 독한 술 한 병을 전부 마셨고 한밤중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저녁 무렵, 대표님께서 한 번 병문안을 가셨는데 그쪽에서... 한 두세 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두세 시간 있었다라.박연희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운전 기사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진시아 씨는 퇴원 후 매우 기뻐서 순백의 고급 드레스를 한벌 샀습니다. 그리고 전고용인으로부터 그 옷이 2억 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여전히 조 대표님의카드로 긁은 것이고요.”그는 박연희가 언짢아할까 봐 냉큼 입을 다물었다.박연희는 찻물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개의치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조 대표님께서 잘 달래주셨나 보군요.”운전 기사는 통나무와도 같은 사람이었기에 그저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뺏는 연극 코드인 줄 알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박연희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꽤 비싼 드레스인데 진시아 씨가 드레스를 입는 날, 치마를 더럽히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기사가 얼른 응했다.“사모님, 당신은 정말 관대하시군요. 그 진시아 씨가 당신의 절반만 철이 들었다면 조 대표님도 양쪽으로 난처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그러나 박연희는 그저 담소를 지을 뿐이었다.운전기사가 떠난 후, 장씨 아주머니가 버럭 화를 냈다.“그런 상류층 모임에 면목없는 내연녀도 갈 자격이 있습니까? 안돼요. 이 일은 조 대표님께 말해야지. 어떻게든 진시아의 뜻대로 이루지 못하게 할겁니다.”화가 난 장씨 아주머니와는 달리 박연희는 여전히 담담했다.“은혁 씨가 그녀를 총애하고 있어요. 게다가 여자 일인데 왜 그 사람한테 알려줘요?”장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대신하여 다급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사모님, 지금 지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모님은 아이를 임신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님도 예전과 달리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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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가을이 깊어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어느덧 부잣집 아들이 결혼하는 날이 되었다.진시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순백의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10시 전에 현지 교회에 도착하여... 맞춤 제작된 고급 예복으로 주위를 놀라게 해야 한다.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진시아야말로 박연희보다 우수하고 조은혁의 부인이 되기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진시아는 메이크업 팀 비용만 6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큰돈을 썼고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탄 캠핑카도 최고급으로 가치가 20억에 달한다.이런 물질적인 향수는 모두 조은혁이 준 것이다.그러나 진시아는 여전히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모님이 되고 싶어 한다.아침 8시 반, 진시아의 차가 출발했다. 그녀는 차 뒷좌석에 앉아 잠시 후 조은혁이 그녀를 보았을 때의 놀란 눈빛을 동경하였다.어쩌면 오늘 밤은 그를 붙잡아 밤을 지새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시아도 여자다.그녀는 오랫동안 남자와 관계를 맺지 못했기에 그녀도 여자의 생리적 요구를 풀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값비싼 캠핑카가 조용히 거리 위를 달렸고 잠시 후 진시아가 물었다.“뭐야? 송 씨, 왜 이 길을 가?”운전기사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충 둘러댔다.“방금 길은 수리하고 있나 봐요. 안내 표시판이 있더라고요.”진시아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모퉁이를 돌던 캠핑카가 빈 버스 한 대와 몸을 스치며 충돌했다.차 두 대가 심하게 부딪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이윽고 검은색 캠핑카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섬에 부딪혔다.진시아는 엄청난 충돌에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듯한 느낌에 다시 힘없이 시트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귓가에서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진시아 씨!”“시아 씨, 조금만 더 버텨요. 구급차가 곧 올 거예요!”...진시아의 의식이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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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별장의 드레스룸에서 조은혁은 박연희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오늘 그녀는 은색 프린지 드레스를 입었는데 하얗고 가녀린 몸이 고급스러운 원단에 감합되어 있어 매우 고귀해 보였다. 그중에서도 팔뚝과 가슴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이렇게 큰 공간은 사방이 모두 거울로 되어있었다.남자의 장엄함은 여자를 더욱 나긋나긋하게 만들고 그 물기가 섞인 용서를 비는 소리는 조은혁의 눈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그녀의 몸을 끊임없이 놀리는 움직임과 함께 그의 목소리는 뜨거운 기운을 머금고 그녀의 목덜미에 굵게 흩뿌려졌다.“이렇게 감겨놓고도 싫다고... 어?”박연희는 임신한 탓에 몸이 정말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다.결국, 조은혁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탐한 것이다...조은혁의 양복 주머니에 들어 있는 휴대폰이 울리며 계속 전화가 왔음을 알렸지만 박연희에 의해 음소거되고 말았다.이때 조은혁은 이미 정과 욕망에 빠졌는데 어떻게 그런 것을 돌볼 수 있겠는가?그는 박연희에게 매달려 자신과 한번 해달라고 졸랐고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후는 이미 출발 시각이 지난 시각이었다. 그러자 조은혁은 아예 박연희를 끌어안고 거울 앞에 놓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냥 가지 말자.”박연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그의 어깨에 기대어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조은혁의 말을 듣고는 가늘고 흰 손가락을 뻗어 그의 늠름한 미간을 그리며 속삭였다.“청첩장을 받았으면 어떻게 안 가요? 게다가 오늘 협상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지 않았어요?”박연희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양복바지에 묻은 윤기를 긁으면서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러자 조은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이런 여우 같은 여자를 봤나.”그는 남녀 방면에 있어서 수요가 보통 남자보다 훨씬 강하다.예전에는 많은 여자를 옆에 끼고 살아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박연희 하나뿐이고 그녀는 또 임신 중이니... 사실 대부분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그런데 오늘 박연희의 컨디션이 좋으니 조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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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하지만 조은혁은 끝까지 듣지 못했다.그는 마음속에 진시아를 품고 바쁘게 걸어 나갔다. 자신이 오랫동안 기대했던 아기가 이미 어머니의 뱃속에서 요절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그렇게 조은혁은 노기를 띠고 떠났다.한편, 박연희는 홀로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애써 바로잡으며 아랫배를 감싸 안은 채 땅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피가 서서히 짙은 카펫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은혁은 그녀를 껴안고 말했었다.“연희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은혁은 진시아 때문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그의 약속은 사실 줄곧 이토록 저렴했다.아이는 여전히 그녀의 몸을 벗어나고 있다.박연희는 고통을 참기 힘들어 몸을 움츠리고 벽을 짚으며 조금씩 계단 어귀로 몸을 옮기며 나지막이 장씨 아주머니를 불렀다.“아주머니... 아주머니...”마침 아래층에 있던 장씨 아주머니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2층에 서 있는 박연희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치마는 온통 피투성이였다.그 장면을 본 장씨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혼이 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그녀는 다급히 올라가 박연희를 부축하며 안달복달 울음을 터뜨렸다.“사모님, 사모님... 왜 그러세요!”그러자 박연희는 참담하게 웃으며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기사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줘요. 아이가 유산됐어요.”...같은 시각, 조은혁은 차를 몰고 진시아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수수한 병실 안, 생기가 없는 듯 누워있는 진시아는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자궁을 적출하여 아랫배도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완전한 여자가 아니다.조은혁이 병실에 들어서자 진시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 아리따운 눈에는 강한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하여 다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박연희, 어쩜 그렇게 독할 수 있어요?”“은혁 씨... 저 대신 복수해 줘요. 당신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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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런데 김 비서의 표정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상사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연희 씨가 유산했어요. 의사는 아랫배가 심한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말했고 이제... 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조은혁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담배와 주변도 잊은 채 오직 김 비서의 그 한마디만이 귓가를 맴돌았다.“아이는 이미 완전히 지워졌어요.”창밖에는 늦가을이 노랗게 어려 있었고 창가엔 하얀 셔츠를 입은 훤칠한 남자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연희 씨는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몸이 매우 허약해요. 대표님, 이곳에서 진시아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가서 연희 씨와 함께하시겠습니까?”그녀의 말이 끝날 때 조은혁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이에 김 비서도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운전기사가 서둘러 운전했고 조은혁은 뒷좌석에 앉은 채 말이 없었다.그는 묵묵히 뒷좌석에 앉아 아이가 생긴 후 박연희와 함께 지냈던 그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 기억은 매우 달콤했다.박연희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더 이상 그를 떠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여 조은혁은 그들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다.그는 심지어 아이의 이름도 다 생각해 놨었다. 조은희, 바로 그와 박연희의 막내딸의 이름이다.그 따귀가 아이를 잃게 한 것이겠지.박연희가 화장대에 부딪힌 장면이 기억났다. 박연희는 애써 화장대를 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홧김에 그녀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조은혁이다. 조은혁이 결국 자기 손으로 아이를 죽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은혁이 별안간 얼굴을 돌렸고 그의 눈가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려 있었다....VIP 병실에는 은은한 약물 냄새가 가득했다.박연희는 곤히 자고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에 깔려 있었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연약하다 못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조은혁은 침대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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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러나 박연희는 오히려 손을 빼냈다.그녀는 그의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박연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이불을 끌어당기고 혼자 이불 속에서 통곡했다.조은혁에게 있어서 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은 단지 유감일 뿐이다.아마 며칠 동안은 슬퍼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슬픔 또한 잊힐 것이다...그러나 한 여자에게 있어 잃은 아이는 모체에서 산 채로 베어낸 피와 살이며 평생 잊지 못할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조은혁은 하룻밤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다.다음날 그는 중요한 접대가 있어서 별장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리를 비웠다.드레스룸 안은 일찌감치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박연희의 유산된 피도 흔적도 없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지만 공기 속에는 여전히 희미한 피비린내가 남아 있었다...조은혁은 옷장 문을 열고 넥타이를 뽑아 매었다.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외출하려던 참이었는데 공기 중의 피비린내를 느끼고 심란해진 마음에 결국 넥타이를 다시 벗고 화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그는 손을 떨면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냈다.지금은 아이가 없으니 그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아도 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언제든지 피울 수 있다.사실 그는 이전에 이미 담배를 끊었다.담배의 매운 연기가 목을 자극했다.그는 은은한 니코틴 냄새 속에서 그와 박연희 사이의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요즘 그들의 감정이 다시 온기를 되찾으며 그들은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니, 심지어 신혼 때보다 더 좋아졌다... 그 당시 박연희는 너무 풋풋했고 지금은 온화하고 여유로워서 사모님이 되기에 더 적합하다.조은혁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답답해졌다.그때, 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입구에서 말을 건넸다.“대표님, 진범 도련님께서 울고 계십니다. 계속 사모님을 찾고 있어요.”그러자 조은혁은 다급히 담배를 끄고 답했다.“아, 진범이를 데려오세요.”고용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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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잠시 후, 조은혁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난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을게.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그러자 박연희는 지극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연희는 남자의 치졸한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고 그의 연기에 맞춰주며 싸늘한 눈빛으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흉내 내고 있는 조은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남자의 약속은 자정이 넘으면 신데렐라의 크리스털 구두처럼 먹통이 되어 추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조은혁은 종일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심지어 휴대폰을 꺼놓기도 했다.황혼 무렵에 이르러 진범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작은 머리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절대 자려 하지 않자 조은혁은 그제야 아들을 안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난 진범이 집에 데리고 가서 잘게. 내일 아침 일찍 올 거야.”그리고 박연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담담하게 그를 응시했다.종일 전화를 꺼놓았으니 저녁에는 틀림없이 진시아를 보러 갈 것으로 추측했다.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폭로하지 않았다.단지 그가 떠날 때 가볍게 한마디 거들뿐이었다.“진범이는 밤에 한 번 분유를 먹여야 해요. 잊지 마세요.”그러자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아들을 바라보며 답했다.“알겠어. 걱정하지 마.”그렇게 조은혁은 진범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눕자마자 진범이는 곧 단잠에 빠졌고 작은 몸은 이불 속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참으로 차분하고 보기 좋았다... 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는 진범이를 사랑한다.진범이는 박연희의 외모와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완벽한 아들이었다.이윽고 조은혁은 진범이를 보면서 휴대폰을 켰다.종일 걸려온 전화는 68통. 그중 62통은 진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잠시 생각해보던 조은혁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여자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구슬픈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두냐고,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두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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