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576 챕터
제451화
윤소현은 이제야 왜 아빠가 한수민과 결혼했는지 알았다. 새엄마가 친엄마보다 자기한테 더 신경 써주었다.처음에는 한수민 단지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정수미는 올해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 왜 딸 하나밖에 없는지 이유도 알았다.윤소현은 쓰레기통 속 파편을 보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화장실 변기에 던져버렸다.“나는 사업가 정수미의 딸이지, 딴따라의 딸이 아니야.”정수미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한수민은 그저 가정주부였고 정수미만이 자기의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윤소현은 한수민을 다시 불러들여 가짜웃음을 장착하고 말했다.“엄마, 알겠어요. 앞으로 제가 꼭 효도할 거예요.”한수민은 이 말을 듣고 그녀를 덥석 껴안았다.“그 말을 들으니 엄마가 기쁘구나.”“근데 이 일은 우리가 사적으로만 알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줄래요?”한수민은 의문스러웠다.“왜?”“정수미는 아이가 저 뿐인데 죽으면 기업을 다 저한테 맡기겠다고 했어요. 지금 진실을 알게 되면 기업을 저한테 물려주시지 않을 거예요.”윤소현이 내뱉는 말들은 모두 도리가 있었다.한수민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애초에 윤소현을 낳고 윤세권에게 건네준 후 윤세권은 정수미에게 이 아이가 주운 아이이고 아이의 친부모를 모른다고 해서야 정수미가 키우기로 한 것이었다.“그래.”......다음날 박민정은 임신검사를 받으러 갔다. 유남준도 굳이 같이 가자고 했다.“출근 안 해도 돼요?”“휴가 냈어.”유남준이 대답했다.“하루가 멀다 하고 휴가를 내면 대표님이 내버려둬요?”박민정은 점점 그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었다.“우리는 자선사업이어서 대표님 월급도 많지 않은 데다 나처럼 눈이 보이지 않고 업무 능력은 뛰어난 사람은 드물어.”유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박민정은 이전에도 유남준의 일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력이 훨씬 더 필요했다.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보
더 보기
제452화
박윤우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도 시치미를 뗐다.“죽다니요. 저희 아빠는 죽지 않아요. 아저씨는 나쁜 사람.”유남준은 꼬마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눈앞의 이 아이는 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짜증이 났다.“울지 마.”“싫어요.”박윤우는 계속 거짓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유남준은 박윤우가 가짜로 운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이따가 박민정이 검사하고 나와서 보면 자기한테 화낼까 봐 무서웠다.“네 아버지는 죽지 않았어.”“그런데 왜 우리 아버지를 저주했어요!! 흑흑흑!!”박윤우는 더 크게 울었다.유남준은 머리가 아팠다.“울지 마, 농담이야.”박윤우는 자신을 달래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나서야 엄마의 건강검진 시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보아하니 지금 이 아저씨가 엄마를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이걸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어른이신데 왜 이런 농담을 치는 거요? 흑흑흑,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흑흑, 엄마랑 에스토니아로 돌아가 아빠 장례를 치뤄줄거야...”유남준은 어린아이가 이렇게 진지할 줄은 몰랐다, 만약 박민정이 알면 큰일 났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농담이야, 어떻게 하면 안 울래?”“선생님이 잘못했으면 사과하라고 하셔서요.”박윤우는 쓰레기 아빠가 어떻게 사과했는지 보고 싶었다.유남준은 평생 박민정에게 사과한 것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지 않았다.이 꼬마가 박민정 다른 남자의 아이이고 자기 몸에 오줌을 쌌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더욱 그에게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유남준이 계속 사과하지 않자 박윤우는 더 크게 울었다.“흑흑흑,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난 이제 아빠 없는 아이야, 우리 아빠...”그의 울음소리에 밖에 있는 간호사들이 다가왔다.“윤우야, 아버지가 왜요?”유남준이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줄도 몰랐다.“아버지는 잘 계세요.”유남준은 간호사가 차가운 시선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괜찮으면 됐어요.”간호사가
더 보기
제453화
한수민은 쌓인 눈을 밟으며 짜증스럽게 서 있다가 박민정이 오자 얼떨떨해졌다.그녀의 시선은 박윤우를 향해 곧장 쏠렸고 의문투성이었다.이 아이는 누구야?한수민은 박윤우를 몰랐다. 박윤우는 진작에 그녀를 알고 있었따.그녀가 할머니라는 것을.그는 눈에 분노를 가득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바로 이 할머니가 하마터면 엄마를 죽일 뻔했어, 내가 꼭 복수할 거야.’한수민은 어린아이의 눈에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분명히 보여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어린아이가 왜 그런 원망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까?그러나 너무 신경 쓰지 않고 한수민은 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박윤우 앞을 가로막았다.유남준은 낯선 사람의 발소리도 들었지만 누군지 알 수 없었다.박윤우는 엄마 앞에서는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남준을 돌아보며 말했다.“아저씨, 우리 돌아가요.”“응.”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방에 들어선 그는 박윤우에게 물었다.“누구 왔어?”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췄다.“몰라요.”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유남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밖에 있는 경호원에게 누가 왔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입구.한수민은 박민정이 눈이 먼 사람과 아이를 데리고 방에는 병든 노인이 있는 것을 보며 비아냥거렸다.“애초에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지금 이런 생활을 하는 거야.”박민정은 이런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여기에 무슨 일로 왔어요?”한수민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얼렁뚱땅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경고하는데 유남우에서 떨어져, 그는 지금 소현이의 약혼자야.”박민정은 이기적인 한수민이 남을 위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며칠 전 그녀는 한수민의 머리카락으로 윤소현과 그녀의 친 모녀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나는 유남준과 결혼했고 유씨 집안의 며느리이기도 해요.”한수민은 울컥했다.지금의 박민정이 너무 고집스러워서 그녀는 좀 주체할 수 없었다.명령을 내려 다른 사람을 지휘하는 데 익숙했던 부잣집 부인 한수민은 욕을 먹고는
더 보기
제454화
한수민은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박민정을 쳐다보았다. 예전처럼 얌전하고 순종적이었던 딸이 자신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박민정은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뗐다.“한 여사님, 말 좀 가려서 하세요.”한수민은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바로 박민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경호원 몇 명이 달려들어 그녀를 제압했다.한수민은 눈밭에 내팽개쳐졌고 귀부인의 자태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이거 놔, 이거 놔! 내가 내 딸을 때리는데, 너희들이 무슨 근거로 막는 거야?”유남준의 분부 없이 경호원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박민정은 한수민의 소란 피우는 소리를 들으며 가소롭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평소에 한수민은 자신이 그녀의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다가 지금은 자신을 때리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인정하다니.박민정은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내보내. 이분을 보고 싶지 않아.”그녀의 말에 유남준의 경호원들은 한수민을 그대로 데리고 떠났다.소란 소리는 은정숙의 주의를 끌었다. 결국 그녀가 걸어 나왔다.“왜?”“괜찮아요, 들어가서 쉬세요. 추워요.”박민정은 은정숙을 데리고 들어갔다.한수민이 나갈 때 박민정과 한 가정부가 모자처럼 자상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은정숙을 은근히 원망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집에 돌아와 은정숙을 부축하고 쉬게 했다.박윤우는 자기 방에 있었지만 조용히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오늘 윤소현으로 감싸주던 한수민을 생각하면서 방으로 돌아와 피로연에서 뽑아준 한수민의 머리카락을 꺼냈다.그녀는 전화를 걸어 물었다.“윤소현의 샘플을 받았나요?”“네,오늘 막 받았어요.”전화 너머의 사람은 정민기를 통해 찾은 사람이었다. 그는 어려운 문제를 많이 처리해 주었다.“그럼, 한 번 오세요.”얼마 전 박민정은 윤소현과 한수민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윤소현의 생물학적 샘플을 가져오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후 박민정은 머릿속에 한수민이 하는 말들로 가슴
더 보기
제455화
박민정과 유남준은 당장 떨어졌다. 얼굴에는 어색함이 가득했다.“윤우, 왜 나왔어?”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박윤우는 겉으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였지만 쓰레기 아저씨가 또 엄마를 꼬시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엄마가 그렇게 순진한데 쓰레기한테 또 속으면 어떡해.’박윤우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말했다.“위층은 너무 심심해요. 아저씨 나랑 같이 놀러 갈래요?”“그런데 너무 늦었잖아...”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대답했다.“그래.”남자로서 그는 어떻게 윤우가 자신에 대한 생각들을 느끼지 못할까?유남준은 이 아이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는 박민정의 아이이다. 민정 씨를 곁에 두고 싶으면 그를 남겨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일찍이 두 아이를 버렸을 것이다.박민정은 부자가 화기애애하게 산책하러 나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나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박윤우는 허리를 굽혀 눈으로 공을 만들어 유남준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유남준은 발걸음을 멈추며 차가운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윤우는 그 순간 긴장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아저씨, 우리 눈싸움이나 할까요?”그는 이 순간, 유남준이 무서웠다.“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너랑 눈싸움 해? “유남준은 이 녀석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역시 다른 남자의 아이는 나빠. 민정이와 나 사이의 아이는 절대 이 녀석처럼 나쁘지 않을 거야.’박윤우는 어린애라고 생떼를 썼다.“아니, 아저씨랑 눈싸움이라도 해야 하는데, 흑흑흑, 나랑 놀지도 않고 왜 우리 집에 왔어요?”박윤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만약 네가 보인다면 내가 너랑 무슨 눈싸움을 하겠어,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네가 눈이 안 보이니 너와 눈싸움을 해야겠지.’“그럼 먼저 약속해, 진 사람은 울지 말고.”유남준이 말했다.박윤우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네. 딴말 하기 없기.”말을 마치고 그는 허리를 굽혀 눈덩이를 만들러 갔고 오늘은 쓰레기
더 보기
제456화
박윤우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박민정을 닮은 탓에 은정숙은 유남준이 아이를 막 대할까 봐 한 마디 당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이 말했다. 고작 어린 아이한테 막 대하진 않는다.욕실에서 박윤우는 샤워를 하며 엄마가 쓰레기 아빠와 그만 엮일 방법을 생각했다.결국 아이는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밤에 자기 전 박민정의 손을 끌어당겼다.“엄마, 오늘은 나랑 같이 자면 안 돼요?”전에 목욕하는 걸 부끄러워하던 윤우를 떠올리며 박민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그래.”원하는 것을 얻은 박윤우는 침대에 행복하게 누웠다.불이 꺼진 후 윤우는 박민정을 꼭 껴안으며 물었다.“엄마, 지석 삼촌은 어디 있어요?”박민정 역시 지난번 저녁 식사 이후 연지석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궁금했다.“엄마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사업하느라 바쁜가 봐.”하지만 박윤우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연지석이 아무리 바빠도 항상 엄마에게 연락이 왔었는데, 요즘은 어찌 된 일인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엄마, 지석 삼촌 너무 보고 싶은데 전화 좀 해줄래요?”박민정도 연지석과 연락한 지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휴대폰을 들고 연지석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에스토니아 병원.전화벨이 울리자 연지석의 친한 동생 하민재가 다가와 확인하더니 발신자에 적힌 박민정이라는 이름에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형이 사고 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전화하네. 양심도 없지.”하민재는 고개를 돌려 상처투성이에 의료 기기를 꽂은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연지석을 바라보다가 박민정의 전화를 끊어버렸다.“형, 날 원망하지 마. 유부녀랑 얽히지 말고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았어야지.”이렇게 말한 후 하민재는 박민정의 번호를 차단하고 휴대폰을 다시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박민정은 다시 한번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전화를 받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 박민정은 다시 전화를 걸지
더 보기
제457화
박민정은 겉으로는 유남준과 사이가 좋아 보였던 윤우가 사실 그를 좋아하지 않고, 자신이 그와 함께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당연히 그녀에겐 아들이 제일 중요했다.“그래, 엄마가 윤우 말대로 할 테니까 이제 그만 자자.”박윤우는 그제야 고분고분 잠에 들었지만 여전히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었다.다음 날 아침, 박민정이 바쁜 틈을 타 박윤우는 스마트 워치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소 늦게 받는 상대에게 박윤우가 투덜거렸다.“형, 뭐 하느라 이제야 전화를 받아?”박예찬은 현재 초호화 저택 최상층 발코니 구석에 서서 사방으로 펼쳐진 진주의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이곳은 김씨 가문, 윤소현과 유남우의 약혼 파티가 끝나고 이제 김훈이 조하랑과 김인우의 약혼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조석천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고 그날 밤 딸 조하랑과 박예찬을 김씨 가문 저택으로 보냈다.떠나기 전 조석천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박예찬에게 말했다.“증조할아버지 댁에 가도 외할아버지 잊지 말고 엄마 아빠 약혼식 끝나면 할아버지 보러 자주 와, 알았지?”김훈도 박예찬을 애지중지했다.“똑똑하고 이해심 많은 우리 증손자가 외할아버지를 잊을 리 있나. 자, 할아버지랑 같이 집에 가자.”조씨 가문이 김씨 가문만큼 세력이 대단했다면 조석천은 딸이야 시집을 가든 말든 박예찬을 줄곧 곁에 두었을 것이다.박예찬은 두 노인의 소중한 아기가 되었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김인우조차도 이전의 친자 확인이 가짜라고 여기며 박예찬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박예찬은 어쩔 수 없이 하랑 이모와 함께해야 할 운명을 받아들였다.박윤우에게 짧게 설명한 뒤 박예찬은 덧붙였다.“지금 김씨 가문 사람들이 자꾸 날 보러 오니까 전화 받기가 불편해서 늦게 받았어.”그러자 박윤우는 화를 가라앉히고 박예찬에게 외할머니가 어제 엄마를 망신 주러 왔던 일을 이야기했다.“어제 일을 왜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야?”박예찬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박
더 보기
제458화
윤석후와 한수민은 오늘 진주 중심가에 있는 땅 한 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특별히 김훈을 찾아왔다.지금 윤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인연을 맺은 데다 유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한수민과 윤석후는 유씨 가문과의 혼약을 빌미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이 일은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한수민은 오늘 여기에 의외의 요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거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박예찬이었다. 당시 윤우와 그저 스치듯 만난 탓에 처음에는 낯익은 느낌만 들었지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김훈은 차를 마실 뿐 두 사람을 맞이하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사업하느라 도가 튼 그는 자연스레 윤석후와 한수민에 대해 조사를 했고 두 사람이 벌인 추악한 짓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윤석후의 딸이 유남우와 약혼한 것만 아니었으면 저 둘을 집안에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윤 사장님, 최 여사님, 앉으세요.”김훈이 덤덤하게 말했고 윤석후와 한수민은 마다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한수민은 다시 한번 박예찬을 바라보았다. 앳된 분홍빛 얼굴에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 맞춤 정장을 입은 아이는 유난히 귀티가 났다.그 옆에는 조하랑도 있었는데 예쁘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명문가 아가씨였다.진작 조하랑을 알고 있었던 한수민은 한낱 조씨 가문처럼 작은 집안이 김씨 가문 같은 명문가로 시집가는 게 배알이 꼴렸다.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하랑아, 아줌마 기억나? 옛날에 너랑 민정이랑 같이 대학 다닐 때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었잖아.”조하랑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겠나.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기억나죠. 처음 아줌마 집에 갔을 때 졸부의 딸인 내가 어떻게 감히 박씨 가문을 넘보냐며 저랑 민정이를 쫓아내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조하랑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고 김훈은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미래의 손주며느리가 될 그녀를 총애하던 그
더 보기
제459화
“증조할아버지, 제가 알기로는 사흘 안에 위에서 공장을 철거하고 지하철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올 텐데 그러면 땅값이 올라 윤 사장님이 제시한 가격의 최소 3배는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할아버지께서 그 땅을 개발하면 그 가치는 몇 배는 더 뛰겠죠.”박예찬은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고 순간 놀란 김훈이 얼른 손짓하자 부하가 귀를 들이댔다.“가서 확인해 봐.”“네.”김훈은 공장 철거 지시가 내려올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고 윤석후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썼다.윤석후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몇 살 안 된 아이를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저 아이가 이런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지?“아가야,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있어?”윤석후가 허허 웃으며 말하자 한수민도 남편이 아이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얼른 거들었다.“그래 꼬맹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그녀는 결국 박예찬도 어른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박예찬을 노려보았다.그런데 박예찬은 그녀의 체면 따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증조할아버지, 저 사람 맘에 안 드는데 나가라고 하면 안 돼요?”한수민과 윤석후는 순식간에 당황했다.3분 후 두 사람은 결국 밖으로 내보내졌다.이를 지켜보던 조하랑은 무척 통쾌해했고, 김훈은 박예찬이 두 사람을 싫어해서 일부러 공장을 철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거라 생각하며 물었다.“예찬아, 왜 최 여사님이 싫어?”박예찬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훈이 시켰던 부하 직원이 서둘러 달려왔다.“회장님, 제가 방금 나가서 알아본 결과 작은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롭니다. 윤석후는 진작 정보를 매수해 김씨 가문을 이용하려 했습니다.”헐레벌떡 뛰어와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부하 직원은 탄복하는 눈빛으로 박예찬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저렇게 어린아이가 위에서 내려온 소식을 그리 똑똑하게 알 수 있단 말인가.사실 김씨 가문의 힘으로 이 정보를 입수하는 건 아주 쉬웠지만 워
더 보기
제460화
박예찬은 단어선택에 무척 신중을 기했다. 외할머니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단지 혈연적인 할머니라고만 말했다.박민정은 아이가 인터넷에서 한수민을 안 게 틀림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박예찬이 다시 말했다.“엄마, 할머니가 엄마를 나쁘게 대하면 난 할머니로 인정 못 해요. 감히 엄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지켜줄게요.”영상 반대편에서 진지함이 가득한 예찬이를 보며 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걱정하지 마, 엄마는 엄마 스스로 지킬 수 있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안 당해.”박민정이 다시 당부했다.“요즘은 하랑 이모 말 잘 듣고 절대 이모 성가시게 굴지 마.”조하랑은 옆에서 이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혔다.사실 예찬이를 성가시게 구는 건 자신이었고, 예찬이가 없었다면 어른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심지어 아빠도 예찬이 때문에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었다.“걱정 마, 예찬이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워.”조하랑이 다른 말을 하려던 찰나 누군가 방 문을 두드렸고 그녀는 예찬에게 전화를 끊으라고 말해야 했다.걸어가 문을 열자 병원에서 막 돌아온 듯 먼지가 쌓인 흰 가운을 입은 김인우가 문 앞에 서 있었다.“무슨 일이죠?”그가 옷도 안 갈아입고 온 것을 본 조하랑은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었는데 김인우가 이렇게 말했다.“할아버지가 웨딩 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셨어요.”“우리 이제 겨우 약혼했는데 이렇게 빨리 웨딩 사진을 찍어요?”조하랑은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약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려면 반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웨딩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 보름 이상 걸릴 테니 할아버지가 설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김인우도 짜증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그는 조하랑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곧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대체 할아버지는 뭘 보고 그러시는 건지.새해를 보름 남짓 앞둔
더 보기
이전
1
...
4445464748
...
5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