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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강하리는 택시를 안 잡고 그냥 길을 따라 목적 없이 걸어갔다.

이때 익숙한 차가 그녀 앞에 멈춰 섰고 도어가 내려가더니 구승훈의 얼굴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

“타.”

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후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검사결과 언제 나와?”

“오늘 오후 세 시에요.”

구승훈은 무관심한 태도로 알겠다며 대답한 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이에 강하리가 먼저 해명했다.

“아버지 때문에 임 변호사님한테 문의할 일이 있었어요.”

구승훈이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

“그래서 함께 밥까지 먹어야 했어?”

“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요.”

“모든 신세는 돈으로 갚는 게 제일 간편해.”

“전 돈이 없잖아요.”

강하리가 대답했다.

그녀는 구승훈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면서.’

구승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

“어제 준 2억을 그새 다 썼어? 강 부장 혹시 밖에서 슈가마미 놀이하는 건 아니지?”

“아니에요, 그런 거!”

강하리가 해명하려 들자 구승훈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집안 사정을 구승훈에게 너무 많이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구승훈도 딱히 관심 없을 것이다.

강찬수가 처음 회사에 찾아왔을 때 구승훈이 그를 바라보는 짜증 섞인 눈빛을 그녀는 잊을 수 없다.

다행히 구승훈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강하리는 몰래 한숨을 돌렸다.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후 구승훈은 바로 자리를 떠났고, 시동 걸기 전에 잊지 않고 그녀에게 당부했다.

“강 부장, 우리 계약 잊지 마.”

강하리와 구승훈 사이에 근로계약서 외에도 스폰 협의서가 하나 더 있다.

그 협의서에는 구승훈이 갑이고 강하리가 내연녀이자 을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협의서에 계약 기간 강하리는 이성과 그 어떤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고 보란 듯이 적혀 있다.

강하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대표님.”

구승훈은 그녀를 힐긋 바라보며 더 말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오후 세 시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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