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비를 거는 성격은 아니지만 상대가 시비를 걸어온다면 아예 싹을 제거하는 것!이게 그의 방식이었다.“어쩔 수 없군.”원종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은둔 가문인 이씨 가문에 대해 그들은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도 범상치 않은 가문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장공만 봐도 알 수 있었다.어린 이장공마저 이미 무도 왕자의 단계까지 달성했는데 오랜 시간 수련한 가문의 장로들은 또 얼마나 무시무시할까?게다가 지난번 신무대회에서 염구준이 신무옥패를 사람들에게 선보인 것도 숨은 적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기에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한편, 용하국의 서북부에 있는 한 미지의 땅.이씨 가문의 본거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지난번에 가족들의 허락도 없이 속세에 발을 들였던 이장공은 이미 돌아올 때부터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었다.그런데 돌아온지 며칠이 되도록 아무도 그에게 그것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몰래 본거지를 떠났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설마… 적풍상인?”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에 이장공은 통로를 따라 신속히 산 아래로 이동했다. 대략 30분 정도 갔을 때 드디어 산기슭에 있는 호숫가에 도착했다.붉은색 도복을 입은 적풍상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조용히 호숫가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기가 미끼를 물었군!”‘고기? 대체 누가 미끼를 물었다는 것이지?’이장공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어르신, 제가 사사로이 본거지를 떠난 일을 숨겨주신 분이 어르신인가요?”“왜… 그러셨습니까?”‘이래서 똑똑한 애들이 좋다니까.’적풍상인은 빙긋 웃으며 나뭇가지로 만든 낚시대를 한방에 들어올렸다. 그러자 아주 가느다란 물고기 한마리가 낚시대에 걸려 나왔다.“난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가문의 규정대로 너에게 처벌을 내릴 수도 있겠
“설마… 가주의 자리를 차지하실 생각입니까?”이씨 가문의 가주는 한 나라의 국왕과도 같은 무한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다만 대대로 그 자리는 이런 더러운 정치질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만 쟁취할 수 있었다. 그 규칙을 어긴다면 속세의 범부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어르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이장공은 거대한 충격에 목소리까지 떨며 그에게 말했다.“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적풍상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면 나중에 가주의 자리로 올려주겠다고 약속하지.”그 말에 이장공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적풍상인이 언제부터 이런 대담한 생각을 가진 걸까?이씨 가문에서 적풍상인은 그야말로 헌신적인 존재였고 존경 받는 어른이었다. 그런 상냥한 얼굴 뒤에 이런 거대한 야망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내 답은 같아. 난 널 해치지 않아.”적풍상인은 이장공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찬 웃음을 지었다.“내 도움이 없으면 넌 가주 자리를 경쟁할 자격을 잃게 되는 건 물론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야.”“기억해. 오늘 아무 일도 없던 거고 너랑 나는 만난 적 없던 거야. 알겠니?”“알아듣게 얘기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낚시꾼 같은 모습이었다.“어르신….”이장공은 따질 말이 많았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에 자리를 떠났다.이장공의 모습이 사라진 뒤.“어르신.”멀지 않은 곳에서 도천연이 재빨리 다가오더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고 존주의 동향도 계속해서 감시 중입니다. 최근에….”적풍상인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최근 같은 소리가 아니라 현재야.”“예, 어르신.”도천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적풍상인은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요즘 점점 건방지더라고. 그 녀석 손에 있는 신무옥패는 내가 직접 가서 취할 것이야!”신무옥패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다.그가 원하는 건 옥패에 기록된 무술비전만이 아니라 그 배후에 숨겨진 비밀이었다.현재까지 세상에 드러난 옥패 중에 염구준은 혼자 세 개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가 이토록 적의를 불태우는 것도 당연했다.“드디어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건가.”도천연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적풍상인의 뒤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적풍상인을 전면전에 내세우는 것, 그가 원하던 그림이기도 했다.염구준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만약 적풍상인이 직접 움직인다면 이씨 가문에서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라 전체가 들썩이게 될 것이다.그리고 혼란은 흑풍존주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었다.“존주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도천연은 착잡한 얼굴로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없는 사이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한편, 고성.해번가에 있는 유럽식 별장 주변에 시체가 즐비했다.“도망쳤어? 이런 상황에서 도망을 쳤다고?”검은 도복을 입은 흑풍존주가 시체 더미 중간에 서서 음침한 얼굴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조직 혈향의 주인이자 킬러들의 우상이라고 불리는 블러드가 도망쳤다는 소식에 그는 경악했다.킬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그를 잡으려고 흑풍존주는 아주 오랜 시간 준비했고 혈향 내부에도 인원을 침투하여 그야말로 완벽한 그물망을 쳤다. 그리고 부하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잡으러 왔는데 정식으로 접전하기도 전에 블러드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신분, 명성 이런 것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집 잃은 개처럼 도망을 간 것이다.“어쩌면 존주님의 명성을 이미 듣고 두려워서 도망친 게 아닐까요?”가면을 쓴 백인사내 백터가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손실 하나 없이 혈향 조직의 수뇌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무조건 블러드를 찾아내.”잠깐의 침묵 뒤에 백터가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쳤다.“살아 있으면 살려서 데려오고 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아내라고!”백터의 신변을 수호하던 검은색 인영이 핸드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블러드는 무조건 죽어야 하는 존재였다.“블러드가 살아 있는 이상 난 진정한 킬러의 왕이 될 수 없어.”백터는 창가를 마주하고 서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살기를 번뜩였다.한때 모두를 두렵게 했던 킬러의 왕, 블러드.하지만 현재는 중상을 입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그 시각, 별장과 10km 떨어진 지점의 해수면.광풍과 파도가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다.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한 사내가 간신히 판넬 하나를 붙잡고 해수면을 표류하고 있었다.사내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과거 킬러의 왕이라고 불리던 블러드는 현재 과다출혈로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 사실 상 시체나 다름없었다.“염구준… 그 존주의 무술이 염구준과 흡사한 점이 많아.”블러드는 낮게 기침하며 붉은 피를 토해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자 그제야 안색이 조금 돌아왔다.세상에 이렇게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스피드, 힘 모두 최상이었고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모습이 전신전 전주 염구준과 매우 흡사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저 음험하고 교활한 흑풍전주는 아마 신무옥의 무학을 수련한 게 틀림없었다.“하!”갑자기 들려온 웃음소리에 블러드는 사고를 멈추었다.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7m 정도 되는 요트가 그를 향해 신속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갑판에 선 수십 명의 사내들이 블러드를 향해 웃고 있었다.“그렇게 건방을 떨더니 꼴이 이게 뭐야?”“우리 손에 잡혔으니 죽어줘야겠어!”‘결국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안 그래도 이동수단이 필요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정말 충성이 지극한 녀석들이군!”비록 중상을 입기는 했어도 블러드의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과거의 부하들을 마주한 그
이제 기세가 기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급의 인간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조심해!”남은 인력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슬슬 뒷걸음치기 시작했다.곧 죽을 것 같았던 블러드가 이런 폭발력을 보여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물론 블러드의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중상을 입은 데다가 찬 바닷물에 한참이나 몸이 담가진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내력을 가져다 썼기에 부상 정도는 더욱 심각했다.“죽여!”잠깐의 고민 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미친듯한 고함을 지르며 블러드에게 달려들었다.“같이 상대하면 돼. 당장 저 녀석의 목을 가지고 백터님에게 돌아가자!”사내들의 협동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손에 든 무기를 블러드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고작 너희들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블러드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낫을 집어들었다.사신의 낫이라고 불리는 그만의 무기였다.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가 휘두른 낫에 목숨을 잃었고 그렇게 블러드는 최강 킬러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날카로운 낫이 번뜩이더니 조금 전 소리치던 사내에게로 날아갔다. 사내가 잠깐 당황하는 사이 그것은 이미 사내의 목을 베고 사내 머리는 그대로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머리를 잃은 시체는 그대로 갑판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무기가 블러드의 손을 떠나 사내의 목을 베기까지 불과 3초도 걸리지 않았다.그게 끝이 아니었다.조금 전과 같은 섬뜩한 빛이 번뜩이더니 낫은 다시 공중을 날아 블러드를 향해 달려드는 사내들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갔다.여덟 명의 사내의 몸뚱아리가 그대로 두동강이 났다.“말도 안 돼!”갑판 위에 남은 여섯 명의 사내들은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블러드,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보스입니다. 저희도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었어요. 백터가 그러라고 우리에게 협박했어요. 보스… 안 돼!”목소리는 얼마 안 가 사라지고 말았다.블러드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낫을 치켜들어 남은 여섯 명의 목을 그어버렸다.거친 파도가 갑판 위를 스치고 지나가
연습장 중심에 도복을 입은 손가을이 염구준을 향해 주먹과 발길을 휘두르고 있었다.염구준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방어만 하고 있었다.겉보기에는 그가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손가을의 주먹은 그의 옷깃 한번 스친 적 없었다.“성장이 너무 빠른걸? 이제 잘 못 피하겠어.”교전이 시작되자 염구준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비틀어 날아오는 손가을의 주먹에 일부러 가슴을 맞고는 엄살을 부렸다.“아, 맞았어! 아파!”손가을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염구준을 쓰러뜨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와 오래 함께 했고 무관에서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무도 등급간의 차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비록 원종, 정경림, 서문당, 북궁야 같은 고수들의 가르침을 받기는 했어도 무술을 익힌지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은 초짜였다. 이제 겨우 내력을 약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반보천인인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일반인은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고 군대에서 사용되는 특수 살상무기를 제외하면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잇는 사람은 몇 없었다.오히려 그의 몸에 맞은 그녀의 주먹이 더 아팠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염구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뒤돌아서 염희주를 품에 안고 볼을 비볐다.다시 뒤돌아선 그는 담담한 어투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봤지? 내 아내와 딸이 여기에 있어. 내 가족들을 놀라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살기 거둬!”신위무관 내부에 금방 입문한 손가을을 제외하고 원종과 정경림을 비롯한 무관 학도들 모두 공기 속에 만연하는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쿨럭… 역시 들켰네.”무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길게 뻗은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탁!약간 허약해 보이는 인영이 그대로 나무에서 추락하더니 대자로 바닥에 뻗었다.“아!”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염희주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아빠, 저 사람 나
침실로 들어온 염구준은 블러드의 상처를 살피고 표정을 굳혔다.“흑풍전주?”그의 예상은 정확했다.블러드 체내에서 강력한 기운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염구준이 수련했던 공법의 기운과 매우 흡사했다. 신무옥패에 기재된 무학 전적에서 본 내용이었다.블러드를 다치게 한 사람이 그였다니!“맞아. 흑풍.”블러드는 침대에 누워 염구준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주는 내력을 느끼며 아까보다는 밝아진 안색으로 대답했다.“흑풍존주 한 명만 상대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내 부하들, 백터가 나를 배신하고 흑풍과 손을 잡았어.”염구준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지하 세계에서 킬러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은 매우 잔인했다. 백터라는 사람이 만약 정식으로 보스의 자리에 앉으려 한다면 블러드와 정면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그는 승산이 없자 결국 흑풍존주와 손을 잡고 킬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블러드를 왕위에서 끌어내린 뒤, 새로운 왕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염구준.”블러드는 낮은 소리로 염구준을 불렀다. 안색은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이 일, 염구준 당신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백터는 배신하기 전에 엘 가문의 짐과 만난 적이 있어.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엘 가문이야.”역시 짐이 고성에 갔을 거라던 추측은 맞아떨어졌다.“나도 들은 바가 있어.”손을 내린 염구준은 블러드의 혈자리를 봉인하고 계속해서 말했다.“부상이 심각해서 한동안 쉬면서 요양해야 해. 일단은 여기서 지내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침실을 나가 연무장으로 돌아갔다.손가을과 염희주는 여전히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이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두 모녀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다가와서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아빠…”“희주 착하지.”염구준은 애틋한 얼굴로 딸의 볼을 살짝 꼬집은 뒤에 아내를 보며 말했다.“봉황국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너무 걱정하지 마. 일만
엘 가문이 다른 업계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금융이나 IT 산업은 폭리가 가능한 산업으로 최단 기간에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서 오샤나지 그룹과 손씨 그룹 사이의 분쟁은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었고 엘 가문은 새로운 자금체계를 가지게 되었다.엘 가문은 거기서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계속해서 과감한 투자를 하며 자금을 불려나갔다.“앨리스 씨는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군요.”엘 가문의 저택.거실에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이런 결과에 만족하십니까?”당연히 만족스러웠다.최근 일주일 동안 염구준은 비록 봉황국을 떠나 있었지만 주작전존은 이곳에 남아 그들의 신변안전을 지켜주었다.비록 반디엘 본인도 많은 경호원을 배치하고 거금을 들여 무인들을 호위로 고용했지만 왕자 레벨의 호위마저도 붉은색 갑옷을 입은 그 여자와 눈길을 마주치지도 못했다.게다가 더 무시무시한 건 호위들의 말에 의하면 주작이라는 여자의 실력은 전신 단계라고 했다.“주작 씨의 실력을 믿었습니다.”인재가 급히 필요한 반디엘은 간청하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염 선생, 값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주작 씨를 저희 엘 가문의 경호팀장으로 고용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주작을 고용하고 싶다는 말에 염구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전쟁 시기, 청용, 백호, 주작, 현무 4대 전존은 고생을 마다하고 수련을 거듭하면서 무성의 경지까지 돌파했다.현재 용하국은 태평성새를 마주했지만 그들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전신 단계를 가장 먼저 돌파한 사람은 청용 전존이었다.그 뒤를 이어 백호, 주작, 현무 세 명도 성장을 거듭하며 전신 단계를 돌파했다.용하국에서 공개된 전신 강자는 도합 아홉 명.그들을 제외하고 108명의 전왕들도 돌파의 기미를 보이면서 도합 20여 명의 무성의 단계까지 올라갔다.전신전의 전반적인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용하국의 든든한 기둥으로 불리게 되었다.반디엘은 그런 대단한 존재를 고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