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진서호가 결심한 듯 어딘가로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바로 본론을 꺼냈다.“이번에 좋은 건수가 있는데, 성공하면 이천억 줄게. 어때, 할 수 있겠어?”이천억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총황션은 내용도 듣지 않고 크게 웃으며 곧바로 수락했다.“당연하죠. 말씀만 하십시오. 사례금이 이천억인데, 무엇이든 못할까요? 안 돼도 되게 해야죠!”진서호와 총황션이 통화하는 그 시기, 염구준은 손가을 등을 데리고 다시 호텔 객실로 돌아왔다. 염구준과 손가을이 머물고 있던 로열 스위트룸은 매우 컸기에 충분히 모든 인원을 수용했다. 손가을은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왕서희를 데리고 욕실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납치에 매우 놀랐을 텐데,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다 보면 긴장이 조금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염 선생님, 일 처리 잘 끝났습니다.”오부라은이 소파에 앉아 있던 염구준을 향해 살짝 몸을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지금쯤 오정형도 죽었겠네요. 진씨 가문에서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저도 염 선생님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지만….”봉황호텔은 봉황국 북쪽에 위치해 있어 황혼대로에 속하지 않아 그의 관리 밖에 있었다.봉황국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용하국 출신 사람은 함부로 황혼대로에 들어갈 수 없었고, 황혼대로 쪽 사람도 용하국 사람들이 머무는 북구 지역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됐다!“규칙이란 사람이 정한 것.”염구준이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 하나만 묻자. 도대체 왜 이렇게 용하국 출신 사람들만 차별하는 거지? 용하국과 무슨 일이 있었어? 넌 황혼대로의 실질적 지배자이니, 이 부분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아?”“염 선생님,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제가 아무리 담이 크더라도 어떻게 용하국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습니까? 금지구역에 대한 건 정말….”지잉...이때, 갑자기 오부라은 상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 것 같았다.“염 선생님, 잠시만 실례
전화 너머 총황션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부라은, 규칙을 어기고 황혼대로에 용하국 사람을 들여보내다니, 이건 같은 황혼대로 사람들한테 반기를 드는 거나 마찬가지!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왕서희를 데려와 오늘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아니면 나랑 직접 대면해! 하지만 나랑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 아니면… 각오해!”그 말을 끝으로 총황션은 오부라은의 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젠장, 빌어먹을!”오부라은은 분노가 치솟았지만, 염구준 앞이라 함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화를 삭였다.“조급해할 것 없어.”염구준이 오부라은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통화했던 일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용하국 출신 사람 금지하는 구역이 어떻게 생기게 된 건지 말해봐.”이 일은 5년 전에 시작되었다!“제가 봉황국에 정착하게 된 건 5년 전입니다.”오부라은이 분노를 가라앉히며 낮은 목소리로 염구준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그때 용하국 사람들은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죠….”5년 전, 전신전은 설립되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퍼진 전쟁이 꺼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봉황국은 비교적 전쟁의 영향을 덜 받아 많은 기업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봉황국은 13개의 도로, 26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구역도 많은데 서로 모두 다른 출신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자주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나라에서 보다 못해 직접 나서 충돌을 억제하며 지금의 남북지역이 생기게 되었다.오부라은은 황혼대로의 지배자가 된 후로, 줄곧 금지구역을 해제해 용하국과 다른 기업들의 교류를 활발히 이뤄지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총황션과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며 금지구역 구도를 유지하려 했다. 그리하여 생기게 된 규칙이었다!총황션은 이 규칙을 명목으로 오부라은에게 왕서희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충돌하면 서로 큰 피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가만히 있던 염구준이 주차장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가자. 총황션 만나러 가자!”총황션이라는 명성은 과연 헛된 것이 아니었다!주차장 끝에 80년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총황션이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꽂은 채, 오토바이 위에 여유롭게 앉아 총탄을 위로 던졌다가 잡기를 반복하고 있었다.“형님, 준비 모두 완료됐습니다!”근육질의 거구 대머리가 총황션에게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오부라은이 나타나는 즉시 형님께서 명령하시면 바로 해치울 수 있습니다. 7대 세력이 연합한 이상, 아무리 전신의 경지를 오른 오부라은이라도 내일의 해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7대 세력!황혼대로 8대 세력 중, 오부라은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연합해 이곳에 잠복해 있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던 오늘 반드시 오부라은과 형제들을 해치워야만 했다. 진서호한테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도 있었지만, 총황션은 오부라은이 항상 눈엣가시였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오랜 숙원을 이루고자 했다.오부라은이 아무리 대비했더라도, 이 정도 인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왔습니다!”대머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총황션은 만지작거리던 총탄을 집어넣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앞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오부라은이 아니었다!용하국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부라은과 그의 형제들은 부하처럼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못 보던 남자의 출현에 총황션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곧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그쪽이 염구준?”총황션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염구준도 같이 온 이상, 굳이 황혼대로를 나가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뜻밖의 선물이로군! 오부라은 말고도 네놈까지 올 줄이야! 오부라은을 처리하고 네놈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알아서 자기발로 찾아오다니! 덕분에 더 쉽게 진 도련님에게 네놈의 목을 바칠 수 있게 되었구나! 하하!”
“이 정도 규모의 함정이라니, 꽤 공을 들였나 보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진서호에게 내 머리를 바친다고 했던가? 진씨 가문의 개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어. 총황션, 네가 그렇게 총기를 잘 다룬다며? 기회를 줄 테니, 어디 한번 네 실력을 증명해 봐. 네놈이 쏜 총알이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오늘은 이 자리에 물러나 주마. 하지만 성공 못 하면, 오늘 이 자리에 온 너와 네 편들을 모조리 하나도 남긴 없이 죽일 것이다!”그 말을 들은 총황션은 입술을 꽉 깨물며 허벅지에 끼워져 있는 총을 더듬었다. 지금, 이 순간 총만큼 그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봉황국에 자리 잡은 뒤로, 그는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었다. 그는 이 권총 한 자루로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왔다. 그는 황혼대로 8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는 전신 경지의 강자가 오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지와 총 실력이 결합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염구준에게 매복된 아군의 위치를 모두 들킨 것이었다. 아군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 실력으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만약 전자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후자라면 염구준의 경지가 최소 전신 후기 또는 정점이라는 뜻이 된다. 아군 중에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자는 없었다. 종황션은 골치가 아팠다.“총황션, 쓸데없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오!”20미터 정도 떨어진, 주차장 모퉁이에 매복해 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총황션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 다음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매복 위치를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잖소! 7대 세력이 연합했는데, 전신 경지의 강자라고 한들, 어쩔 텐가? 전신 후기 경지에 있더라도, 우리 손에 죽게 되어 있소!”전신 경지에
너무나도 순식간에,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기술, 총알은 놀라운 명중력으로 염구준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아무리 전신이라도 방심한 상태에서 받은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터, 총황션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후!”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염구준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간이 멈춘 듯, 주차장에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반보천인, 천인합일!총알이 발산된 그 찰나, 염구준은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공기에 녹아 들었다. 땅과 하늘, 바람과 공기, 그 모든 것과 동기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염구준은 빠르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당당히 군중들을 마주 보았다.짧지만 매우 강력한 증명! 염구준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노란 총알을 낀 채, 총황션을 향해 미소 지었다.“졌네?”졌다니, 졌다니!모든 공력을 담은 일격이 실패했다! 총황션은 얼빠진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어느새 그의 몸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어떠한 공격도 이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바라봤다. 좀 전의 일격은 그가 할 수 있는 극한의 공격이었다. 이 속도는 그가 낼 수 있는 한계였다. 그 최선이 막힌 것이다! 심지어 총황션은 염구준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정말 눈뜬 채 코 베인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총알은 이미 염구준 손안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이것이 바로 전신의 경지인가?’ 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상식 안에 있는 전신의 경지는 결코 이런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아무리 전신의 경지라도, 좀 전의 속도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총황션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전신의 경지가 아니라면, 염구준은 도대체 무슨 경지란 말인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무성경지까지 이루고 이 정도 총술까지 갖추다니, 확실히 꽤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군.”염구준이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던 총탄을 대수롭지 않게
백전백승의 전신전 전주!“염구준, 염구준… 그래, 전신전 전주의 이름이 염구준이었어….”혼이 나간 사람처럼 혼자서 중얼거리던 총황션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수하에게 소리쳤다.“황혼대로 전면 개방, 금지구역 전면 철회! 내일이 밝기전까지 황혼대로에 있는 진씨 가문 산업들 모두 없애 버려! 그리고 염 선생님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오부라은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해!”긴 밤이 마침내 지나갔다.“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봉황국 진씨 가문 저택, 진서호는 미친 사람처럼 온갖 물건들을 부수며 소리쳤다.“당장 알아내! 당장 알아내라고! 어느 놈들이 감히 황혼대로에 있는 우리 가문 사업체들을 모두 부쉈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거의 발작에 가까운 분노였다. 경호원을 포함한 모든 사용인들이 숨죽이며 얼른 이 폭풍이 지나가길 빌었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해질 뿐,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한밤중, 진씨 가문에서 10년동안 고심해서 키운 황혼대로 모든 사업체들이 정체불명 세력들에 당해 처참히 파괴되었다. 여덟 구역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과장없이, 진씨 가문은 하룻밤 사이에 최소 2조를 손실 입었다!“도련님!”이때, 파괴된 진씨 가문 사업체 임원중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오며 상황을 보고했다.“모두 총황션이 한 짓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그 놈이 부하들을 데리고 직접 저희 사업체들을 부수고 불태웠어요! 저도 하마터면 그 놈들한테 당해 숯 검댕이가 될 뻔했어요!”‘총황션?’진서호는 크게 충격 받은 듯, 온몸이 경직되었다.어젯밤, 총황션에게 거액을 대가로 오부라은과 염구준을 의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꿈에도 총황션이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그냥 배신한 것도 아니고 염구준 편에 서서 진씨 가문을 공격할 줄이야!진서호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좀 전에 보고한 사람의 신원이 너무 확실하여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진씨 가문 핵심 임원 중 하나였다. 거짓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총황션, 총황션!”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참지 않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총황션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가문을 배신한 이유가 뭐야? 염구준과 오부라은을 제거하라고 거액을 줬더니, 감히 진씨 가문의 뒤통수를 때려? 미쳤어?”이유는 당연히 염구준 때문이었다.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인데, 진씨 가문을 따를 이유가 없었다. “이유를 알면 뭐 어쩔 건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전화 너머 총황션의 목소리는 매우 냉랭했다.“옛정을 생각해서 충고 하나만 할게.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진씨 가문 힘만 믿고 함부로 사람 건드렸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뭐, 이미 그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진서호는 분노에 핸드폰을 든 채 자리에 부들부들 떨었다.이런 배은망덕한!처음 총황션이 황혼대로에 들어설 때만 해도 겨우 중위권 세력밖에 안 됐었다. 그런 총황션의 세력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진씨 가문의 후원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진씨 가문의 돈을 먹고도 염구준을 제거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도리어 진씨 가문에 엿을 먹였다.그깟 염구준이 뭐라고!진서호는 반드시 총황션에게 진씨 가문의 위력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멍청한 놈!”이때, 갑자기 조용하던 이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무석도 이 소식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는 망설임없이 거실로 내려와 진서호의 따귀를 때렸다. 진서호는 그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능력을 보이랬더니, 도리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진서호는 처음부터 선택을 잘못했다. 총황션에게 연락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진무석은 오늘 진서호에게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다. “수습하라고 했더니, 사고를 쳐!”진무석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진서호를 향해 크게 호통쳤다. “앞으로 가문을 물려받을 놈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제정신이야? 지
이건 우연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누구예요? 도대체 누가 뒤에서 이런 장난질 친 거예요!”진서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진씨 가문 상대로 이런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얼마 전까지 해도 화련상조회는 봉황국 최강 가문이라 할 수 있는 김씨 가문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멸문한 상태, 이정도로 회원들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 기업도 아닌, 수십개의 기업들이 줄줄이 진씨 가문한테서 등을 돌리다니! 진서호는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손가을, 염구준… 이 둘 아니면, 누구겠어!”진무석이 진서호의 무능함에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이 정도도 모르다니, 진씨 가문을 너에게 맡겼다가는 5년도 못 버티고 망하겠네!”염구준, 또 염구준이라니!그는 이를 악문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갈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날 연회에서 있었던 사건 뒤로, 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진서호는 곧바로 왕서희를 납치해 모든 죄를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했으나, 도리어 아무런 손실도 입히지 못하고 진씨 가문만 기둥이 뽑히게 생겼다!“아버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제발 한 번만요!”진서호가 무릎을 꿇은 채 진무석에게 애원했다.“제가 직접 염구준을 처리하고 이 치욕을 씻어낼게요! 아버지,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아무리 못났어도, 진무석에겐 아들 진서호 하나밖에 없었다.“후….”그는 한숨을 내쉬며 분노를 가라앉힌 뒤, 진서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진서호.”그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청동 영패를 바닥에 던졌다.“이번엔 절대로 날 실망시키면 안 된다. 꼭 제대로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손씨 그룹을 무너뜨리거라!”그 말을 끝으로 진무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진무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서호는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영패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