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뒤로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하세요.”강연과 송예은, 나이란이 고개를 돌리자, 차에서 내린 세훈이 큰 보폭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이런 상황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세윤도 함께였다.세훈의 남다른 카리스마에 압도된 나이란은 바로 얌전해졌으며 강연의 어깨에 올려둔 손도 조용히 내렸다. 송예은 역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방금과는 완전히 다른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 대표님, 안녕하세요!”두 사람이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세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고 옆의 세윤은 입을 삐죽였다.“나는 병풍인가?”송예은이 조금 당황하나 싶었으나 바로 미소를 장착하고 말했다.“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 안녕하세요.”나이란은 혀를 내두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이 더 잘생겼으니까 그렇지!”“허 나 참!”세윤이 양손을 허리로 올리고 말했다.“너는 왜 매번 나한테 시비야? 나 좋아해?”그 말에 나이란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었다.“둘째 도련님은 참 뻔뻔하시네요.”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세훈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세윤아, 나이란 씨는 여성이니 매너를 갖춰야지.”세훈의 말에 세윤 얼굴이 확 굳었고 눈꼬리도 축 처졌다.그에 반면 나이란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감사합니다. 오빠! 아니 강 대표님!”“괜찮습니다. 강연이처럼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세요.”강연은 파이팅 넘치는 나이란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강연이와 함께 프랑스에 가고 싶다고요? 비자나 여권 수속 문제는 저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우리 애들 잘 부탁드립니다.”카리스마 넘치는 강 대표의 예의 바른 부탁에 나이란은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너무 감동이라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야!’이어 가슴 언저리를 두드리며 나이란이 호언장담했다.“오빠 걱정하지 마시고 강연이를 저한테 맡겨주세요!”“그리고 우리 세윤이도...”“걱정
강연은 턱을 매만지며 어떻게 안택을 도울지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을 보며 송예은은 말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나는 이런 온정을 평생 느낄 수 없을 거야.’입꼬리는 웃고 있었으나 눈동자는 더없이 슬퍼 보였다. 늘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던 예은이었지만 지금처럼 혼잡한 배경에서는 조금 외로워 보였다.예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정을 미소 뒤로 숨겼다. 그리고 말없이 나이란과 세윤이 티격태격하고, 세훈이 강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걸 지켜보았다.그러나 예은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제훈과 수아는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예은의 감정 변화를 쭉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강씨 가문 전체 인원을 만난다면 부담스럽거나 불편할 수도 있으니 두 사람은 차에 남았었다. 하지만 강연의 친구인 만큼 세훈이 직접 인사를 건네며 예의를 차렸다.세윤이야 예은과 나이란과 모두 익숙한 사이였으니 자연스레 차에서 내렸다.수아는 차가운 인상에 처음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으므로 얌전히 차에 있었다. 제훈 역시 마찬가지로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였고, 가족이거나 회사 일이 아니라면 감정변화가 없기로 유명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제훈은 차에서 내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예은의 당당하고 매력적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세상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소란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나서지 않고 조용히 이 세상의 어지러운 번잡함에서 한 발 떨어진 모습...그리고 얼굴에서 살짝 읽히는 부러움과 초연함이 그녀의 강인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했다.‘이 여자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아.’예은은 마치 두꺼운 책과 같아 보였으며, 보기에는 도도하고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아직도 그 어느 한 페이지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그리고 누가 이 페이지를 넘겨줄지 궁금해졌다.강렬한 제훈의 시선을 느낀 건지 예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차 안을 바라보았다.제훈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올곧게 에은과 눈을 마주했
‘네?’제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강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눈꼬리를 예쁘게 접었다.이어 핸드폰을 꺼내 타자를 시작했다.[제훈 오빠, 누굴 물어보는 거예요?]제훈은 강연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읽었고 손을 들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강연은 바로 이마를 부둥켜안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이제 오빠도 놀리려고 드네? 다 컸다는 거야?”제훈은 강연을 바라보며 느직느직 말했다.강연은 코끝을 살짝 찌푸리며 빠르게 타자를 했다.[제훈 오빠 이러다가 평생 장가 못가요!]제훈은 더 이상 대꾸를 하거나 물어보지 않았고, 시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다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장가를 가지 못한다고?’‘그게 무슨 대수라고.’‘그 아이 이름 정도는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 급할 거 하나 없어.’차는 곧장 공항으로 달렸고 뒤쪽의 나이란과 세윤이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제훈과 세훈은 잠시 눈을 붙였다. 강연과 수아는 핸드폰으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이따금 마주 향한 시선에 장난기가 가득했다.얼마 뒤, 차가 공항에 도착했다.세훈은 강연을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도착하면 몸부터 챙겨. 그곳에 얼마나 머물지 정하지는 않았으나 당분간은 절대 돌아오지 마.”강연과 전서안의 만남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전정해가 아직도 몸을 숨기고 있었으니, 그에 대한 위험도 줄여야 했다.강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고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나이란이 다가와 강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세훈에게 말했다.“강 대표님, 우리 강연이는 한국에서 어엿한 직업이 있는 아이예요. 지금 촬영이 막바지에 들어갔는데 장기적으로 귀국하지 않는다면 전체 촬영에 지장이 갈 수 있어요.”세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세훈은 강연의 연예계 일을 탐탁지 않아 했고 앞으로 연예계에 종사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다만...나이란의 초조하고 진지해 보이는 눈빛과 강연의 굳건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니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몸이 회복되면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
강연의 눈동자에 단호함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씨 형제에게 있어 이런 눈빛은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세훈이 비즈니스계의 신화로 불릴 때의 시선이 이러하였으며, 세윤이 실험실에서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개발해 낼 때 시선이 이러하였고, 제훈이 적의 방어선을 뚫고 제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의 시선이 이러했다. 또한 늘 무뚝뚝하던 수아가 무대에만 올라가면 이러한 시선을 장착했다.이런 눈빛은 반대표를 던지려던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형, 송이는 진심으로 연예계 일을 좋아해. 몰래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송이는 연기 재능도 있고 즐기면서 일하는 게 느껴졌어.”세윤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보탰다.강씨 형제 중 가장 먼저 강연이 이 일에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린 사람이 바로 세윤이었다. 그래서 세윤은 직접 투자를 하고 동생이 이 업계에서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려고 했었던 것이었다.처음부터 세윤은 강연의 꿈을 응원했었다.입을 삐죽인 세윤이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위험한 일을 한번 겪었다고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걸 알아. 하지만 무섭다고 송이 꿈을 접게 만들 수는 없잖아.”“걱정되면 더 많이 사람을 붙여서 보호하면 되지. 우리나라 안전한 나라야.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어.”세윤의 말은 현장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세훈이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이 일은 추후에 다시 얘기해 보도록 하자. 일단 몸부터 잘 챙기고 있어. 다시 데리러 갈게.”나이란이 강연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강연은 작게 한숨을 뱉으며 잠시 제 뜻을 굽혔다.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세훈에게 폭삭 안겼다.당황하던 세훈이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동생이 지금 애교를 부리는 중이라는 걸 세훈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강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토닥이고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네 마음 알겠어.”강연은 세훈의 따뜻한 품에 안겨 머리를
제훈은 바로 세훈의 생각을 읽어냈고 눈썹을 치켜세운 채로 삐딱하게 말했다.“형, 내가 질 거라고 장담하는 것 같은데?”세훈이 흠칫하다가 마른기침하며 말했다.“큼큼, 그럴 리가. 당연히 네가 이길 거야.”제훈이 세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나도 비행시간이 다 됐어. 송이 일은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 줘.”제훈은 임시 휴가로 돌아온 것이었으므로, 돌아가면 할 일이 산더미였다.“그래, 몸조심하고.”“참, 전정해 추적하는 거 잊지 말고.”세훈의 말에 제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내가 할 게 뭐 있나? 전서안이 그렇게 대단한데.”톡 쏘는 제훈의 한 마디에 세훈은 소름이 돋았다.‘저 녀석 뒤끝 장난 아니네.’“에이, 네가 세계 1등이잖아.”제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흔들었고 바로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갔다.세훈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제훈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몸을 돌린 세훈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거참 이상하네. 제훈이 해커 능력은 나보다도 훨씬 위고,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아이가 왜 전서안과 붙으면 당연히 질 거로 생각한 거지?’‘정말 이상하네.’세훈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막 떠나려는데 뒤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세훈!”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에 세훈은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바로 송청아였다.늘 진중한 모습의 강씨 그룹 대표는 한순간에 소년으로 돌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세훈은 빠르게 성큼성큼 걸어가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아를 품에 넣었다.익숙한 향기가 느껴지고 세훈은 곤두서있던 신경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청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세훈이 낮게 물었다.“내일 비행이라고 했잖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야?”“이거... 이거 좀 풀어봐.”주변의 의아한 시선을 받은 청아는 바로 얼굴이 붉어졌다. 세훈의 가슴팍을 팡팡 내리치며 청아가 말했다.“여기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거 좀 풀고 말해.”
송청아의 분노 게이지가 드디어 폭발해 버렸다. 청아는 세훈의 발을 세게 밟고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 빠르게 강씨 가문의 차로 쏙 들어가 버렸다.세훈은 발등이 저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파왔다. 다행히 타고난 교양과 끝내주는 인내력 하나로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었다.세훈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뒤로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세상에! 저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아 보이는 남자에게 애인도 있다니!”“여자 친구도 너무 예쁘잖아. 분위기도 너무 좋아 보이고, 두 사람 너무 알콩달콩해!”“부럽다 부러워!”차량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차 안의 청아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세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강연이는? 나 사실 강연이 보러 온 거야.”세훈이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저런. 강연이는 수아랑 방금 막 떠났어.”“강연이가 떠났다고?”청아는 조금 당황하다가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지. 나도 바로 돌아가 봐야겠어. 귀국한 이유가 사라졌잖아.”청아가 떠나려는 시늉을 하자 큰 손이 바로 청아를 잡았다.세훈이 청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안기도록 했다. 표정이 조금 굳어진 세훈이 말했다.“귀국한 이유가 없어져?”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 읍.”말을 채 하기도 전에 키스가 말을 끊었다.“그럼 우린 다른 재밌는 걸 하면 되지.”...프랑스, 파리에서.착륙 후 눈앞에 보이는 건 금발과 푸른 눈의 미남미녀였다.강연 무리의 등장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수아! 연주가 수아야!”“정말 외모도 예쁜데 실력도 있는 사람이라니까!”누군가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수아 선생님! 안택 선생님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안택은 국내에서도 꽤 유명한 음악가였다. 그의 남다른 재능과 신분뿐만 아니라 잘생긴 외모와 고귀한 기질은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 있었다. 그들의 왕자님은 수년간 공주님을
안으로 들어가니 흰색 슈트를 차려입은 잘생긴 안택이 서있었다.안택의 손에는 비슷한 계열의 장미꽃 다발이 있었고, 시선은 뜨겁게 강연을 향했으며 표정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선배 돌아온 걸 환영해요.”“안택... 너.”수아는 자신이 이런 서프라이즈를 받게 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수아의 의아함을 읽은 안택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선배한테 화내고 공항 마중도 가지않은걸 가지 않은 걸 많이 후회했어요. 그래서 돌아오면 꼭 빅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선배, 저 용서해 줘요.”‘이건... 너무 큰 서프라이즈잖아?’옆에 선 사람들이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찍자, 수아는 바로 얼굴이 붉어졌다. 늘 차갑던 눈동자가 어느새 촉촉해졌고 지금 대체 기뻐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안택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수아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수아는 이런 자리가 불편했으나 눈앞 남자의 진중해 보이는 파란 눈동자를 마주하자, 마음이 약해졌다.손을 들어 꽃다발을 받으려는데 누군가 한 발 더 빨리 꽃다발을 낚아챘다.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아도 놀라서 자리에 얼어붙었다.고개를 돌리자, 둘째 오빠 세윤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입꼬리는 웃고 있으나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었다.“나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네요. 너무 예뻐요.”세윤이 눈꼬리를 접으며 안택에게 말했다.“잘 받을게요, 고마워요.”“...”안택과 수아는 할 말을 잃었고 주변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렇게 청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꽃다발이 바람기 가득한 너한테 어울리는 게 말이나 돼?’‘어디서 굴러온 사람이 감히 내 왕자님과 공주님의 재회를 망가뜨려?’‘설마 수아 공주님을 좋아하는 사람인 건가?’주변 사람들은 바로 경계 태세에 돌입해 세윤을 확 잡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꽃을 받아 쥔 세윤이 생글생글 웃더니 몸을 돌려 바로 나이란에게 건네주는 것이었
“나 알아요?”세윤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표정으로는 위험한 신고를 보내고 있었다.안택이 바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바른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도련님 안녕하세요.”“날 안다면 우리 저쪽으로 가서 따로 얘기하는 게 어때요?”질문이긴 했으나 세윤은 이미 안택을 끌고 옆쪽의 개인 휴게실로 이동하고 있었다.“택아!”수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안택이 걸음을 멈춰서고 고개를 돌려 수아를 안정시키고 다시 세윤의 뒤를 따랐다.“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에요?”나이란이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조금 있다가 누가 두발로 나오고 누가 실려 나오는지 맞혀볼까요?”[나는 세윤 오빠가 이길 것 같아. 그래도 전에 운동했던 사람이잖아.]강연이 신이 나서 타자를 했다.[안택의 얇은 몸집을 봐봐. 지금까지 음악만 하던 사람이니까 오빠한테 크게... 당하지 않을까?]“그럼 우리 내기해요!”나이란이 흥분에 겨워 말했다.“내기는 안택 씨가 얼마나 버틸지에 대한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강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안택이 이길 거야.”“네?”강연과 나이란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나이란이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안택은 최연소 태권도 검은띠 6단을 따낸 고수야.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아주 된 통을 당할 거라는 말이지.”“뭐... 뭐라고요?”강연과 나이란이 입을 딱 벌렸다.보기에는 얌전히 피아노만 연주했을 귀공자 스타일의 안택에게 숨겨진 힘이 있었다니.세윤뿐만 아니라 그들도 감히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세윤 오빠가 무사하길.]강연히 조용히 문자로 기도했다.“너희들은 먼저 돌아가 있어. 안택이 사람을 시켜 세윤 오빠를 데리고 올 거야.”수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안택은 책임감이 넘치는 아이라 오빠를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두 사람은 다시 한번 손을 모아 세윤을 위해 기도했다.안택의 경호원이 수아 무리를 먼저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눈앞으로 펼쳐진 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