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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제훈과 서안의 대결 승부는 아무도 몰랐다.

장장 8시간이 넘도록 대결을 펼쳤음에도 두 사람은 표정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제훈은 서안과 강연의 관계에 가입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번 대결은 해커 대결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수수께끼로 남겨졌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제훈의 아들이 이 길을 계속해서 걸게 되고, 4살이던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존경을 담은 표정으로 제훈에게 물었다.

“아빠는 대결에서 져본 적 있어요?”

“져본 적 있어.”

제훈이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무승부였지만 나보다 어린 나이의 상대였으니 내가 졌다고 할 수 있지.”

“누구데요?”

제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 말을 아꼈다.

송예은이 몰래 다가와 그 사람이 왜 서안이라고 알려주지 않냐고 묻자 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 아들이 서안이 뒤꽁무니만 쫓아다닌 것도 넘쳐서, 아버지가 대결에서 졌다고 하면 아버지의 위신은 어떻게 되겠어?”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제훈의 모습은 어딘가 귀여워 보였다.

예은은 아직도 아이처럼 구는 제훈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첫 만남에서 얼음처럼 차갑던 남자가 이런 모습을 여태껏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 후회하기는 너무 늦어버렸다.

이번 생은 저기 부자와 끈질기게 엮여 버렸다.

하지만 이건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다시 현재.

프랑스의 강연은 제훈을 이미 접수했다는 서안의 연락을 전해 받았다.

너무 기쁘기도 놀랍기도 한 강연은 옆의 수아와 세윤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나이란이 세윤을 찾아간 뒤로 두 사람 사이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늘 털털하던 나이란이 갑자기 몰래 몸을 숨기지 않나 세윤과 시선을 마주하기 부끄러워했다.

평소 건들건들하던 세윤도 갑자기 한껏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식사 자리에서 몰래 나이란을 훔쳐보기도 했는데, 시선이 오래 가지 못하고 자꾸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강연과 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가십을 발견한 듯 웃어 보였다.

세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을 보러 밖으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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