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세훈은 약속대로 강연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그 시절, 우리는” 촬영장도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여신 강연은 촬영장으로 돌아와 무사히 남은 촬영분을 모두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냉기로 사람을 잠식시킬 뻔한 전서안도 드디어 얼굴을 느슨하게 풀었다.또 새로운 점이 하나 있다면, 늘 텔레비전이나 기사를 통해 얼굴을 봐왔던 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자존심이고 뭐고 버리고 한낱 어린 매니저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원수가 연인이 되는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했다.사람들은 예전에는 세윤과 서안이 경쟁 상대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제는 그건 단지 허상일 뿐 진상은 따로 있음을 알아차렸다.또한 강연이 바로 전설속의 강씨 가문 어화둥둥 막내 공주님이자 세윤의 친동생임도 밝혀졌다.고귀한 신분의 공주님이 촬영장에서는 직원들을 편하게 대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선배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제 모든 촬영장 직원이 강연을 좋아했다. 모두 강연을 제 친동생처럼 아꼈으며 예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의 원정희와 도하경은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다.연속 보름 동안 이어진 촬영에 모든 직원은 조금 지쳐있었다.다행히도 이제는 ‘그 시절, 우리는’ 촬영이 정말로 끝이 난다는 것이었다.종방연에서 감정에 북받친 감독은 소주를 연거푸 석 잔을 마시더니, 준비해 온 멘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술에 취해 뻗어버렸다.어쩔 수 없이 조감독이 그를 대신해 모든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연예계에서 더 멀리 더 높게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정상에서 다시 만나요!”그 말을 끝으로 샴페인을 따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곳곳에 행복한 기운이 넘쳐났다.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있었다.수아의 프랑스 연주회도 드디어 시작되었다.강씨 가족은 모여 앉아 스크린을 통해 수아의 연주 라이브를 시청했다.연주회는 현장 모든 사람의 귀를 황홀하게 했다. 오케스트라 악단은 모두 글로벌 탑 클래스로 강연의 연주에 더 큰 힘을
[사귀어라! 사귀어라!]환호성이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수아가 관객석의 안택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늘 차갑던 시선에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15년이 지났어. 그동안 내 곁을 지키고 응원해 주고 모든 비바람을 막아줘서 고마워.”“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앞으로 있을 모든 비바람을 나와 함께 맞서줄 수 있을까?”늘 말수가 적고 차분하던 수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범한 말들 속에 안택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감히 예상을 하지 못했다.안택은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안택은 무대 위 눈부신 수아를 보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 환청인가?’‘어떻게 나한테 이런 행운이 찾아온 거지?’그동안 오랜 세월 수아의 옆을 지키며 안택은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전전긍긍했다.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세상을 수아에게 보여주며 자신은 몰래 쓴 술을 삼켰었다.하지만 안택은 단 한 번도 수아의 사랑을 탐하지 못했다.그런데...모든 게 반전되었다.수아가 안택을 향해 절절하게 고백하고 있었다!수아의 다정한 눈빛은 오직 안택 한 사람을 향했다.안택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고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이 녀석아, 대체 뭘 하는 거냐! 빨리 올라가거라!”옆에 앉아 있던 안택의 할머니가 안택을 다그쳤다. 그러나 할머니의 눈시울도 조금 붉어져 있었다.“내 아들아,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안택의 어머니도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오래 기다리지 않게 빨리 올라가 봐.”가족들의 재촉에 안택은 얼떨떨해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안택 역시 수많은 국제 대회에 참석하며 카메라와 관객에 익숙해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덜컥 겁이 났다.내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현실 감각이 없었다.대체 무슨 정신으로 수아를 향해 걸어가고 수아의 손을 잡았는지 기억이 나지
“당장 파리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해. 내가 직접 안택 그 녀석이랑 결판을 내야겠어!”세훈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공개 프러포즈, 심지어 수아가 먼저 청혼했다니!이 사실을 오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가문의 보배인 수아를 세훈과 세윤은 늘 애지중지 대했었다. 세상 그 어떤 남자도 감히 수아의 어울리는 짝이 아니며, 수아의 짝으로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깟 안택이 뭐라고 감히 수아의 옆을 넘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오빠들의 심사를 거치지도 않고 수아를 공략해 바로 프러포즈로 넘어가 버렸다.세훈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는 세윤도 마찬가지였다.“내가 그 녀석 수상하다고 했잖아! 저번까지만 해도 수아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줄 알고 안심했는데 어떻게 바로 수아를 채가게 된 거지? 바로 전화 걸어서 수아더러 방금 일은 없었던 일로 해라고 말해야겠어!”흥분한 오빠들을 보며 강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오늘 언니의 행동은 정말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언니가 점점 사랑에 눈을 뜨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직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정말 믿을 수가 없어!’‘하지만 지금 오빠들이 정말 파리로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큰 오빠, 둘째 오빠 일단 진정해요.”강연이 다급하게 말렸다.“지금 파리로 간다고 해도 모든 게 늦어버렸어요. 언니는 늘 독립적이고 이미 결정한 선택은 절대 고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에요. 언니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건 이미 충분한 고민을 거쳤다는 걸 설명한다고요. 그러니까 오빠들이 언니를 만나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지.”세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택 그 녀석이 우리 강씨 가문 무서운 줄을 모르는 거야! 그래서 감히 이렇게 행동한 거겠지!”“지금 당장 가서 목을 쳐낼 거야!”세윤이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빠들, 한 가지 잊어버린 게 있는 것 같은데요...”강연이
수아는 남다른 가문 배경과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졌으며 타고난 기세도 독보적이었다.그러니 전 세계 팬층이 놀라울 정도로 두터웠다.안택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리고 이 두 사람의 열애설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강연은 참지 못하고 수아의 SNS에 들어가 댓글을 남겼다.[언니랑 형부랑 백년해로해야 해요.]SNS에 글을 남기고 서안에게 오늘 휴가를 냈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강연은 잠에 들었다.눈을 떠보니 이미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 되었다.꺼진 핸드폰을 다시 켜자 잠금 화면에 매니저 조혜영과 수많은 메시지가 찍혀있었다.가장 최신 메시지 내용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겠냐고 묻는 내용이었다.강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로 몸을 일으켜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는 바로 잠에 들기 전 무심코 남긴 댓글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인터넷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사람들은 모두 강연을 욕하고 있었다.강연의 안 좋은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 3위까지 올라갔으며 그 위의 순위는 수아와 수아의 청혼 기사에 관한 것이었다.1위, 2위는 모두 축복 기사였지만 3위 강연의 기사에는 악플만 담겼다.[강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배우가 전에는 서안이랑 친한 척하더니 이제 수아 선생님한테 비벼보려는 거야?][강수아, 강연. 두 사람 모두 강씨 성이지만 인품이며 신분이며 하늘과 땅 차이잖아. 절대 한 가족일 리가 없어.][강씨 가족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강연은 갑자기 먼 친척 행세를 하며 한번 떠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야? 웃기지도 않아.]글을 내려보니 악플 외에도 악플러들이 몰래 찍은 사진들을 게시하고 있었다.서안과 가깝게 붙어있는 사진, 이상한 각도로 도하경과 스킨십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 집 아래에서 세윤과 만나는 사진, 큰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쥔 사진, 각종 스포츠카에 탑승한 사진...사진들 외에 의미심장한 글이 함께 적혀있었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보기에는 순진해 보여도 사실 고
강연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송예은과 나이란이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연의 안색이 괜찮은 걸 확인한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연아, 나도 방금 소식을 전해 듣고 온 거야. 아직 나이란이랑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지 못했는데 우리 같이 얘기라도 해볼까?”예은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그래 강연아! 조혜영 언니도 우리 대답만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뭐라고 언질을 해야 언니도 움직일 수 있다고.”나이란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인터넷 여론이 너무 안 좋게 흘러가고 있어.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괜찮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강연은 두 사람을 다독이며 물었다.“큰 오빠랑 둘째 오빠한테 연락이 온건 있어?”예은과 나이란의 얼굴은 확연히 굳어버렸다.“지금 전정해의 은신처를 찾아내 서안 씨와 둘로 나뉘어 수색 중이라고 하더라고.”그 말에 강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쟁해가 강연에게 남긴 트라우마는 결코 작지 않았으므로 강연은 전정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서안이 고층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다행히 강연은 이런 일에 쉽게 무너질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생각을 빨리 정리했다.“어쩐지 여론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더라니. 다들 전정해에게 몰두하고 있었나 보네.”강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이란을 향해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혜영 언니한테 내 신분 공개하는 게 어떻겠는지 물어봐 줘. 나는 이제 상관없거든.”지금까지 신분을 숨겼던 건 첫째로는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고, 둘째로는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해결이 되었다. 이런 불편함과 논쟁이 생긴다면 공개를 해버려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그 말에 나이란의 얼굴이 밝아졌다.“좋았어! 이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고!”나이란이 흥분에 겨워서 말했다.“바로 혜영 언니한테 전할게. 그리고 어떻게 네 신분을 공개하면 좋을지 상의해 봐야겠어. 넌 강씨 가문의 가장 소중한 막내딸이잖아!”이 일이 공개되면
각국 유명 인사, 왕실의 공주, 연예계 최고 스타, 평소에 상상치도 못한 유명 인사들이 모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들은 모두 강연을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최고급 연회, 호화 크루즈, 럭셔리 브랜드 쇼장에서 찍힌 사진들도 유출이 되었다.강연은 모든 사진 속에서 센터 자리를 차지했다.그러니 강연의 지위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강연을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누가 한번 떠보려고 애썼다는 건가? 강연의 권력에 사람들이 아부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누가 스포츠카나 타고 다니는 허영심 많은 여자라고 했던가? 이런 차키는 강연의 방에 넘쳐날 것인데.그리고 누가 이성에게 꼬리를 쳤다고 그러는가? 강연의 외모와 몸매에 남자들이 알아서 대시를 해도 모자라지 않는가?강연의 세 오빠를 보면 누가 하나 빠지지 않고 잘생기고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이런 세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강연이 도하경 같은 남자에게 작업을 건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연예계를 모두 뒤져보아도 그나마 어울리는 짝은 전서안 한 사람뿐이었다.가문의 공주님이 겸손하게 제 신분을 숨기고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연기를 하는데 대체 누가 악플을 다는가?이어 네티즌들은 사과글을 연이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씨 형제의 게시물에 사람들은 성지순례 오듯 글을 남겼다.[선생님들 안녕하세요! 혹시 매부가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매부가 안 된다면 막내 공주님 강아지라도 되고 싶습니다.][공주님 혹시 도우미는 필요하지 않은가요? 제가 더 분발해서 도우미라고 되고 싶네요]....여론은 바로 뒤집어졌다.네티즌뿐만 아니라, 강연을 비웃던 여러 연예계 선배도 깜짝 놀라버렸다.강연이 얼굴 하나만 믿고 세윤을 꼬셔 배역을 따내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강씨 가문 공주님이었다니.이 신분에 못 따낼 배역이 어디 있겠는가?어떤 남자 배우들은 남몰래 강연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강연처럼 순진하고 든든한 가정 배경을 가진 사람을 꼬신다면 앞으로 인생은
강연의 팔로워는 어느새 3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 공개된 작품도 없는데 말이다.강연은 제 SNS를 들여다보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식탁 맞은편의 서안은 이런 강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좋아? 앞으로 팬은 더 빨리 더 많이 생길 거야. 넌 정상에 설 거야.”“헤헤, 기대돼!”강연은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말했다.“자기야, 내 팔로우가 5천만 명이 넘으면 내가 프러포즈 해도 돼?”서안이 조금 놀란 듯 얼어붙은 얼굴로 물었다.“네가... 나한테 프러포즈한다고?”“응!”강연이 서안의 옆으로 넘어가 팔짱을 끼며 눈을 깜빡였다.“언니가 안택 씨한테 프러포즈했던 것처럼. 오빠도 좋아?”서안은 강연의 손을 꼭 잡았다. 너무 벅찬 마음에 힘 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한 서안이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이런 일을 어떻게 너한테 미룰 수가 있겠어?”낮은 목소리로 서안이 말을 이었다.“넌 매일매일 행복하고 아무 고민도 없이 지내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그러다가 나 바보 되면 어떡해?”“그럴 리 없어.”서안이 단호하게 말했다.“넌 영원히 내 소중한 보물이야.”진지한 서안의 고백에 강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어디 한번 기대해 볼게!”강연이 새침하게 말했으나 눈에는 기대로 가득 찼다.서안도 입꼬리를 올렸고 강연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테니까. 나도 오래 기다리지 못할 것 같고.”두 사람이 알콩달콩 대화를 이어가다가 강연이 대화 주제를 바꿨다.“참, 전정해는 잡은 거야?”서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입가를 매만지는 서안은 이 대화 주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하지만 강연의 순진한 눈빛을 마주하자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아직.”“우린 이미 전정해의 모든 잔여 세력을 부숴버렸어. 그래서 ‘전정해’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대역이었더라고. 죽음으로 은폐시킨.”“그리고 진짜 전정해는 놓쳤어.”“놓쳤다고?”강연
그 기억을 서안은 떠올리기조차 힘들어했다. 그 시절은 서안이 가장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다.강연은 서안의 손을 꼭 잡았다. 처음으로 서안이 제 마음속 상처를 꺼내 보여주었다.“나한테 말해줘.”강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혼자 끙끙 아파하지 말고.”아프다.서안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아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서안은 전씨 가문에서 좋은 추억을 쌓기도 전에 정신이 나간 전정해에 의해 납치되어 외딴 시골로 보내졌다.서안의 어머니는 아이를 잃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아버지인 전정민은 원수 가문이 벌인 짓일 줄만 알고 도처를 찾아 헤맸다.전정해는 그 틈을 타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안의 어머니가 거대한 전씨 가문을 원망하게 하고 남편이 지독하고 악랄한 사람이라고 세뇌했다.그래서 납치범의 연락을 받고 서안의 어머니는 홀로 돈을 챙겨 아들을 구하러 떠났다. 전정민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타협했다.하지만 다행히 떠나기 전 남겨진 단서로 전정해는 바로 진상을 알아차렸고 구조하러 떠났다.납치범이 사실은 가족 성원이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전정해는 서안의 어머니를 유인해 감금시켰고, 그녀가 남긴 단서를 지우고 조작해 전정민이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전정민은 실망한 아내가 집을 박차고 나가고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은 것으로 생각했다.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고 전정민은 아내와 아들을 계속해서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정해는 나어린 서안을 빌미로 서안의 어머니를 협박하고 이용했다.세 사람은 음습한 동네에서 칩거했으며, 두 사람이 절대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전정해의벌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위해 서안의 어머니는 십수 년을 치욕스러운 나날을 견뎠다.전정해는 자주 정신병이 도졌고, 어린 서안이 이런 그를 자극할까 서안에게 진실을 숨겼다.그래서 서안은 전정해는 제 친아버지처럼 존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