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화

도제훈의 목소리는 유독 차가웠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싸늘한 기운에 다른 아이들은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아를 놀려줬던 아이들 모다가 별명 하나씩 갖게 되었다.

도제훈은 외모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수아를 먼저 놀려줬다면 얘기는 달랐다.

‘감히 수아를 놀려? 어디 한번 놀림당하는 기분이 어떤지 느껴봐.’

역시나 도제훈이 여자애들에게 별명을 붙여주자 반 남자애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까마귀! 이빨 빠진 두더지! 돼지! 앞으로 이렇게 부를게!”

남자애들의 짓궂은 장난에 여자애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우세정은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왔고 선생님을 보자 여자애들은 바로 고자질했다.

“선생님, 도제훈이 우리한테 별명을 지어주며 놀려요!”

“저를 뚱뚱하다고 놀려댔어요, 엉엉엉…….”

우세정은 아이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제훈은 아무리 봐도 교양 있고 점잖은 아이 같은데 그런 일을 할리가?’

하지만 그때…….

“선생님, 얘네가 먼저 별명을 부르면 친해 보인다면서 수아한테 벙어리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받은 게 있으니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별명 하나씩 지어준 거예요.”

도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친구들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도제훈의 말에 옆에 있던 남자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얘네가 먼저 도수아를 벙어리라고 놀려서 도제훈이 얘네한테도 별명을 붙여준 거예요.”

그제야 우세정은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자기 반에 전학 오는 두 아이 중에 자폐 어린이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자신만만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의 어머니를 설득한 것이 불과 어제 일이다. 그런데 결국 하루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우세정은 휴지를 뽑아 울고 있는 여자애들에게 건네주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이제 별명이 얼마나 상처되는지 알겠지?”

자기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선생님마저 엄격한 태도로 말하자 아이들은 흐느끼며 대답했다.

“알…… 알겠어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