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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귀국하고 새로 전화번호로 바꾼 뒤 그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몇 없었기에 도예나는 당연히 광고 전화일 거라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상대는 끈질기게 또다시 전화해왔다.

그제야 도예나는 앞치마에 손을 닦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예나니?”

중후한 중년 남자의 음성에 도예나는 순간 얼굴이 구겨졌다.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도진호였다.

그녀가 귀국한지 벌써 며칠째인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제야 전화한 거다.

‘참으로 자애로운 부친이 따로 없네.’

도예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싸늘하게 말했다.

“도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에 도진호는 목이 메어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제 목소리를 찾았다.

“예나야,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거 안다. 그런데 너도 이 아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다…… 그때 네가 집에 불을 지르고 간 것도 모자라 귀국하기 바쁘게 도 씨 가문과 전쟁을 선포했는데 내가 화나지 않고 배겨?”

“그러니 도 사장님 말씀은 딸이 회사보다 못하다는 뜻이네요. 그렇다면 저한테는 뭣하러 전화하셨나요?”

도예나의 목소리는 유독 싸늘했다.

“우리가 그래도 피를 나눈 사이인데 언제까지고 이렇게 대립할 수만은 없잖니?”

도진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게 전화 건너편에서도 느껴졌다.

“예나야. 넌 내 친 딸이자 첫째 딸인데 내가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니? 너 도 씨지 서 씨가 아니야. 제 집을 놔두고 외가에 가 있는 게 말이 돼?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 집으로 돌아와.”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도중 도예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갑자기 잘해주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다시 집으로 불러들여 도설혜에게 손쓸 기회를 주라고?’

아쉽지만 도예나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었다.

“됐어요. 저 그 집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도예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그 말에 도진호는 핸드폰을 내팽개치려는 욕구를 겨우겨우 눌러 참았다.

‘고얀 것. 내가 먼저 머리를 숙였는데 거절해? 예전에는 귀엽고 말만 잘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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