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화

“뒤에서 학생 험담이나 하는 것도 교육자의 도덕에 어긋난 거 같은데요.”

침착하게 받아치는 도제훈을 보자 중년 선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교사 인생 십몇 년을 하면서 그녀한테 이렇게 구는 학생은 아마 도제훈이 처음일 거다. 게다가 그 상대가 고작 네다섯 살 되는 어린애라니.

그런데 그때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선생 하나가 도제훈을 알아봤다.

“이 선생님, 이 애가 바로 그 9반 전학생이에요. 이름이 아마…… 도제훈이랬나. 맞아요, 도제훈!”

다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왜 갑자기 쳐들어왔나 했더니 동생을 자폐 아동이라고 말했던 걸 들은 거였어?’

“도수아는 제 동생이에요.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도제훈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하나도 꿀리지 않는다는 듯 중년 선생을 쏘아보았다.

“앞으로 다시 이런 말이 들리면 교육청에 신고할 거예요.”

교육청과 신고라는 말은 선생에게 있어 확실히 무서운 협박이었다.

이에 놀란 선생들은 연신 뒷걸음을 치다가 번뜩 자기를 협박하는 사람이 고작 네다섯 살짜리 애라는 걸 인식했다.

자기가 어린애의 협박에 놀랐다는 게 자존심 상했는지 이 선생은 버럭 화를 냈다.

“어린 것이 감히 교무실에서 와서 소란을 피워? 못 배워먹은 티를 내나? 당장 네 어머니더러 데리러 오라고 해!”

“전화하기 전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도제훈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분필 하나를 쥐고 사무실 뒤편에 있는 흑판에 숫자를 적어댔다.

“선생님 교사 생활도 18년이 되어가는 거로 아는데 그 18년 동안 개인 자산이 몇 배로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확인해 봤더니 몇 년간 학부모들한테서 돈을 꽤 받았던데요. 백 단위부터 억 단위까지.”

도제훈은 말하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걸 몇 년간 해왔으니 자그마치 10억 가까이 되던데요. 법률 조항에 따르면 이걸 횡령이라고 하던가? 단위도 크니 형사 처벌은 피하지 못하겠죠?”

아이의 말에 이 선생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게 무슨 헛소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