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화 아들을 죽인 원수

박경의 혼자 힘으로는 세력이 너무 약하다.

하지만 지민건이 저지른 일만 생각하면 이가 갈리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박경은 설영준이 누군가에게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이 사건의 진실을 그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설영준이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또 혹은 두 범인을 상대할지 말지는 박경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그는 녹음본을 남긴 후 자리를 떠났다.

...

설영준은 홀로 사무실에 앉아서 더할 나위 없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녹음을 다시 틀었다.

두 남녀의 대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지민건의 비겁한 인성은 딱히 놀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주현아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어쨌거나 수년간 알고 지낸 재벌가의 따님이었으니.

전에 주승아와 약혼했을 때 주현아는 껌딱지처럼 그들 뒤를 따라다녔다.

인상 속 주현아는 얌전하고 온순하며 착한 아이였는데 이 녹음이 폭로되면서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산산조각이 났다.

주현아의 언니 주승아는 몇 년 전에 사망했다.

주씨 일가와 혼약을 맺는 건 이미 다 정해진 일이다.

다만 요즘 설영준은 확실히 마음을 집중할 수가 없다.

그는 무심코 사무실 서랍을 열었다.

서류 더미 밑에서 반지가 하나 굴러 나왔다.

이 반지는 전에 주현아가 끼고 다니던 반지였다. 그녀는 이 반지를 애지중지 아껴왔다.

왜냐하면 이 반지는 그녀가 곧 ‘설영준의 아내’가 된다는 걸 증명해주니까.

나중에 주현아가 잃어버렸는데 설영준이 얼떨결에 주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반지를 주현아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설영준은 ‘아내’라는 신분에 딱히 큰 기대가 없다.

늘 그렇듯 재벌가에서 조건이 비슷한 현모양처 신붓감을 골라서 결혼하면 그만이다.

전에 설영준은 주현아가 이 조건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다시 고려해봐야 할 듯싶다.

감히 제멋대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잔혹한 수법으로 그의 핏줄을 살해한 건 이미 그의 역린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다!

설영준은 주현아와의 혼약을 취소할 생각이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