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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몰살

설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휴대폰이 주머니에서 떨어졌다.

그는 허리 숙여 휴대폰을 줍다가 부주의로 갤러리를 눌렀다.

그의 갤러리에는 대부분 비즈니스 계약서에 관한 사진들이었다.

그중 한 장이 유난히 돋보였다.

바로 며칠 전 송재이가 호텔 입구에 서서 가방을 뒤질 때 설영준이 차 안에서 찍었던 그녀의 사진이다.

그땐 순전히 송재이의 몸매가 예뻐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수없이 만져봤지만 여전히 그녀를 원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축축하고 흐린 날, 그녀는 흰색 치마에 가는 허리띠를 걸치고 날씬한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

하늘거리는 그녀의 몸짓을 떠올리며 설영준은 무언가에 홀린 듯 사진을 확대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3일 후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송재이는 한창 오케스트라에 있었다.

휴식 시간, 그녀는 벤치에 앉아 물을 마셨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유은정의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와 있었다.

송재이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이야, 왜 인제 받아? 뉴스 봤어? 지민건 회사가 하루아침에 와장창 무너졌어. 전에 그 회사에 대출해줬던 빚쟁이들이 전부 찾아와서 빚 갚으라고 다그친대!”

“그리고 걔 요즘 계약한 몇 개 프로젝트도 갑자기 상대측에서 줄줄이 계약을 해지했대. 지민건 혹시 무슨 큰 인물이라도 잘못 건드린 거 아니야?”

유은정이 말을 더듬거렸다.

“사실 우리 아빠도 걔네 회사에 100억 가까이 투자했는데 지금 전화해도 안 받는대. 어떡해? 그 돈 못 받아오면...”

송재이는 화들짝 놀랐다.

‘큰 인물을 잘못 건드리다니?’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유은정과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지금처럼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 부녀는 도저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서 마지못해 송재이를 찾아온 듯싶다.

“재이야, 너 전에 설영준 씨 만났었잖아. 알아, 지금은 헤어진 거. 그래도... 한때 연인이었던 정을 봐서라도 나 대신 설영준 씨한테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

설영준은 인맥도 넓고 수단이 잔혹해 그가 나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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