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4화 수석보다 더 예뻐요

달 말, 콘서트 당일.

설영준 외에도 경주시의 정계, 비즈니스계의 거물들이 도착했다.

송재이가 백스테이지에서 준비하는데 서유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아까 몰래 백스테이지를 한번 봤는데, 이야, 정말 대단하던데요? 설 대표님 지금 갑자기 혜성처럼 내려온 서진 그룹 전무랑 얘기 나누고 있더라고요?”

“그 사람은 누군데요?”

송재이는 이런 소식에 빠삭하지 못한 편이었다.

“서진 그룹 후계자잖아요. 투자회사 중에서도 유명한 재벌 2세.”

서유리는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외국에서 엄청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다녔다고 하던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대요.”

“재이 씨처럼 예쁘게 생긴 여자는 조심해야 해요. 저런 사람한테 찍히지 않게.”

서유리가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송재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

무대에 오르기전 송재이는 화장실로 향했다.

백스테이지 대기실엔 다 화장실이 있었다.

문 앞까지 갔는데 연지수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석이 된 후로 연지수는 데시벨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드레스 자락을 들고 바깥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복도를 건너는데 까만 슈트를 입은 키 큰 남자와 스쳐 지나갔다.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송재이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송재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남자는 고개를 다시 돌렸고 성큼성큼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옆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쉬고 있는 서도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무님, 아까 어떤 여자와 마주쳤는데 곧 무대에 오를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근데 오케스트라 수석인 지수 씨보다 훨씬 예쁘게 생겼더라고요...”

“난 지수만 있으면 돼.”

서도재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오케스트라 화보에서 수석 피아니스트인 연지수는 센터에 서 있었다. 그 얼굴은 그렇게 서도재의 머릿속에 각인한 듯 떠나지 않았다.

서도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