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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토사구팽

원래는 원만하게 끝낼 수 있었던 공연이 연지수가 백스테이지에서 일으킨 소동 때문에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오점은 ‘연지수’만의 오점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다른 사람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회식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

이번 공연은 연지수가 수석으로서 펼치는 첫 번째 공연이었다.

아무리 아까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해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빠질 연지수가 아니었다.

연지수도 설영준이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룸으로 와서 술을 두 잔 마시더니 다시 매혹적이고 어여쁜 연지수로 돌아갔다.

연지수는 설영준의 옆에 앉아 술잔을 들며 교태를 부렸다.

“영준 씨 마음은 마치 6월의 날씨처럼 예측 불가에요. 오늘 내가 그 미친 아줌마들한테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옆에 가만히 서 있었잖아요. 나 정말 너무 서운했어요.”

말투가 오버스러웠지만 모두 진심이었다.

연지수가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두운 조명에 설영준의 예쁘고 깊은 눈동자가 보였다.

눈빛은 덤덤해 보였지만 그 뒤로 격렬한 파도를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쉽게 보아낼 수 없는 설영준의 매력이 연지수를 자꾸만 빠지게 했다. 밤에 잠을 설칠 만큼 연지수는 설영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연지수는 설영준이 끓어넘치는 그 남성 호르몬으로 자기를 정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연지수와 단둘이 있다 해도 설영준은 아무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연지수는 아직 타이밍이 무르익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이렇게 썸을 타면 언젠간 불타오를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아무리 도도해봤자 결국 넘어오게 되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연지수는 여자의 촉이 발동했다.

설영준은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사꾼일 뿐이다. 천천히 그녀를 옭아매면서 어떻게 그녀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머리를 굴리고 있다.

전에 했던 행동도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릴 수 있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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