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0화 그녀와 결혼하지 않는다 해서 너랑 결혼하는 건 아니야

설영준은 아무 미련 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별장에서 나온 설영준은 바로 출발하지 않았고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느긋하게 피우기 시작했다.

아까 별장에 있을 때부터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었지만 민효연과 장기를 두느라 꺼내보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이 나니 꺼내서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현아가 걸어온 부재중 전화였다.

설영준이 약혼을 취소하자고 말한 후부터 주현아는 설영준을 귀찮게 했다.

그날.

설영준은 주현아와 밖에서 만나기 싫어 곧장 대학시절 주정명이 주현아에게 사준 별장으로 향했다.

비워놓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줌마가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었기에 먼지는 별로 없었다.

설영준은 바로 목적을 얘기했다. 주현아의 체면을 생각해 그녀가 송재이의 아이를 해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주현아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흘렸다. 그 모습이 실로 가여워 보였다.

한참 후 주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영준의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눈물범벅인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영준 씨, 나 영준 씨 사랑해. 헤어지고 싶지 않아.”

“주현아, 넌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설영준은 다리를 꼰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다. 거기다 슈트까지 입고 있어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냉정해 보였다.

점잖은 외모였지만 남성적인 매력이 다분했고 여자로 하여금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었다.

주현아는 그런 설영준을 놓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녀는 울먹이며 허둥지둥 설영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빌었다.

“영준 씨, 나 9살 때부터 영준 씨 좋아했어. 이번에는 내가 잘못한 거 알아. 나한테도 기회를 줘.”

송재이의 아이를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건드린다 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했는데 결국 그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지금 경주 사람들은 내가 연지수랑 바람 나서 약혼 취소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 여론도 자연스럽게 네 편일 거고. 너랑 주씨 집안에 손해될 건 없어.”

“내가 죽어도 동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