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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미움을 받는 게 더 낫다

설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넋을 잃은 송재이를 바라봤다.

너무 급하게 걸다 보니 숨이 차오른 송재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지금 여자의 성숙함과 소녀의 억울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설영준은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가 제일 역겨워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아무 표정 없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이렇게 물었다.

“왜? 못 알아보겠어?”

송재이는 설영준이 진주로 내려온 걸 모르고 있었다.

진주처럼 작은 도시에 설한 그룹이 확장할 업무가 있을까?

“나는...”

송재이가 말끝을 맺기도 전에 설영준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마주쳤으니 가자. 나랑 밥 먹어.”

발버둥 치던 송재이가 아까 스쳐 지나갔던 사람을 생각하고는 다시 마음이 불안해졌다.

설영준 옆에 있으면 그래도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송재이도 배고프긴 했다.

설영준은 송재이를 차에 태우고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웨이터가 설영준에게 메뉴를 건넸다.

“캐비어, 성게, 스테이크, 전복죽, 이렇게 주세요.”

메뉴를 정하고 설영준은 메뉴판을 웨이터에게 넘겨주었다.

맞은편에 앉은 송재이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설영준은 늘 그랬듯 송재이의 의견은 묻지 않고 혼자 결정했다. 3년 동안 만나면서 외식한 적이 별로 없긴 했지만 가끔 나갈 때도 메뉴는 설영준이 결정했고 송재이는 그 메뉴에 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참 비굴했던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 송재이는 몸을 뒤로 살짝 뺐다.

송재이는 모르고 있어도 설영준의 눈빛은 지금 송재이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그날 그러고 약은 먹었어?”

설영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잠깐 넋을 잃었던 송재이가 이내 반응하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먹었어!”

송재이는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설영준이 이 질문을 한 목적을 곱씹어봤다. 설마 다시 애라도 가질까 봐 그러는 건가?

설영준은 두 사람의 관계를 그저 살을 섞는 사이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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