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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감성과 이성 사이

송재이는 저녁이 다 될 때까지 엄마의 묘소 앞에 앉아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머리 위로 노을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바람이 불자 주위의 나뭇잎들이 바람을 따라 율동하며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세상에 그녀와 엄마, 둘만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

진주로 가기 전날, 유은정은 송재이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유중건이 지민건의 회사에 투자한 돈을 아직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송재이 덕분에 유중건은 설영준이라는 인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유중건은 설영준과 일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이 밥은 아빠가 사주는 거야. 꼭 맛있는 거 사주라고 하셨어.”

유은정은 감격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송재이에게 말했다.

유중건의 회사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설한 그룹과도 거래를 트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은정의 약혼자도 요즘 다시 그녀를 살갑게 대했다. 선물도 주고 영화도 보자고 하는 것이 연애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유은정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번 ‘시험’이 없었다면 약혼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유은정은 약혼자와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재이야, 난 가끔 네가 쿨한 게 부러워. 시작도 쿨하고 끝도 쿨하잖아.”

밥을 먹는데 유은정이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송재이가 고개를 들자 유은정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랑 설 대표님 말이야. 내가 너랑 알고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너는 한 사람을 좋아하면 끝까지 그 사람이잖아. 그렇게 깊은 감정인데도 너는 단칼에 잘라냈으니까.”

젓가락을 쥐고 있는 송재이의 손이 멈칫했다.

송재이는 유은정의 부러움을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쿨한 게 맞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설영준과 차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당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전혀 쾌감을 얻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송재이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더니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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