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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나쁜 놈

송재이는 오늘 겁을 먹은 게 분명했다.

그녀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수록 왠지 모르게 더 불쌍해 보였다.

설영준이 고개를 들었다.

“유리 씨는 먼저 가서 쉬어요. 오늘 저녁은 내가 남아 있을 테니까.”

“네.”

남자의 품에 안겨 옴짝달싹 안 하는 송재이를 보자 서유리는 그녀가 설영준을 꽤 많이 의지하고 신뢰한다는 생각에 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은 갔다.

그러나 굳이 캐묻지는 않고 뒤돌아서 룸을 나섰다.

방 안에는 송재이와 설영준만 남았다.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얼굴에 눈물 자국 범벅인 그녀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깨질듯한 유리처럼 위태위태했다.

설영준은 단단한 팔로 송재이의 다리를 들어 자기 허벅지 위로 앉혔고, 마치 아이를 달래듯 넓은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 넘겼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남자에게 대부분 여자는 반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느낌을 경험한 게 대체 얼마 만이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그녀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마저 잃어버렸다.

그동안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밤을 지새운 적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고 싶은 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고, 이 세상에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마치 외딴섬 같은 무력감은 너무나도 두려운 경험이다.

그녀는 설영준이 좋았다. 든든한 가슴도 그렇고, 더욱이 매일 아침 넓은 품에 안겨 눈을 뜨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햇살, 연인, 모닝 키스.

하지만 나중에 그가 결혼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자신만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홀로 제자리에 남겨져 또다시 버려질 운명에 직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설영준이 자신을 버리기 전에 먼저 떠나가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 그녀를 좌지우지하는 버튼은 결국 설영준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다.

송재이는 마치 밖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온몸이 다치고 진흙투성이가 된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따뜻한 품은 그녀에게 모든 위험과 혼란으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쉼터였다.

설령 찰나의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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