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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누가 감히 쉬쉬거려

송재이는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지민건의 마수에서 벗어났더니 설영준에게 딱 걸릴 줄이야.

심지어 맹수의 먹잇감이 된 느낌이었다.

유난히 거칠고 난폭한 모습은 단순히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뒤로 갈수록 일종의 증오를 표출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대체 왜 화가 났고, 또한 어떤 것에 대한 분풀이인지는 몰랐다.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헤어진 후에도 매달리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심지어 실수로 임신했을 때도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주현아와 지민건만 아니었다면 끝까지 함구하고 홀로 아이를 낳고 키웠을 것이다.

그녀는 결코 성가시게 구는 전 와이프는 아니라고 여겼다.

격정의 순간이 지나고 송재이는 눈물을 흘렸다.

옆으로 돌아누운 그녀는 어깨가 훤히 드러났고 이따금 부르르 떨렸다.

단지 뒷모습만 보더라도 사뭇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가 대체 왜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설영준은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결국 송재이는 울다가 지쳐서 곤히 잠들었다.

오늘은 경주로 돌아가는 날이며, 그녀는 오전 10시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찬란한 햇살 아래 뒤돌아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설영준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루아침에 3년 전으로 돌아간 듯싶었다. 마치 첫 관계를 가졌을 그때처럼...

그날도 오늘처럼 햇살이 포근했다.

침대에 돌아누워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등 뒤의 인기척을 느낀 설영준은 고개를 돌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깼어?”

당분간 그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송재이는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나 남자는 억지로 이불을 젖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송재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뻔뻔한 자식!”

“나도 어쩔 수 없었거든?”

당시 치사하다는 둥, 나쁜 놈이라는 둥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던 그녀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

화가 난 그녀는 주먹을 쥐고 남자의 가슴을 마구 때렸지만 단번에 제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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