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9화 기어오르는 게 싫어

송재이가 앞에서 걸고 설영준이 그 뒤를 따랐다.

오늘은 송재이의 생일이었지만 설영준은 모를 것이다. 설영준은 송재이와 관련된 일을 기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설영준은 1월 19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다. 그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송재이가 허황한 꿈을 꾸는 게 싫었고 이걸로 기어오르는 것도 싫었다.

설영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다른 사람을 가지고 놀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은 안 된다. 다른 사람이 그의 생각을 꿰뚫고 이를 약점으로 삼아 그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영준은 다른 사람에게 그런 기회를 줄 사람이 아니었다.

저번에 경주에서 쇼핑한 것 외에 처음으로 다른 도시에서 이렇게 길거리를 거닐었다.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의 일상은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전에 그는 침대 빼고는 그녀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고 생각했다.

설영준은 걸음을 재촉해 송재이와 나란히 걸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보드를 탄 남자애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설영준은 자기도 모르게 송재이를 옆으로 잡아당겼다.

“조심해!”

설영준의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송재이는 그런 설영준을 올려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애가 지나가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진주 거리를 산책했다.

설씨 집안과 주씨 집안의 약혼 취소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에 설영준 옆에 나타나는 여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가 쉬웠다.

송재이는 설영준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행인이 그들을 향해 핸드폰을 들었다.

이를 본 송재이가 얼른 설영준의 손을 뿌리치고 그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설영준은 핸드폰을 든 행인을 힐끔 쳐다봤다. 이에 그 행인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더니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설영준은 걸음을 옮겨 그 행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 행인이 놀라서 뒤걸음질 쳤다.

지금까지 쭉 높은 자리에 있었던 설영준은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고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설영준은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정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