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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얼떨결에 희생양이 되다

“아니요!”

서유리의 눈빛에 송재이는 자기도 모르게 부인했다.

하지만 머릿속엔 어젯밤 설영준과 차에서 있었던 일로 가득했다.

송재이는 가끔 자기 자신이 정신 분열에라도 걸린 것 같았다.

설영준이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유혹에 넘어갔다.

설영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설영준의 몸 아래서 죽고 싶었다.

모순되면서도 자꾸만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에 송재이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어제 집으로 돌아간 송재이는 진이 빠져 바로 샤워하고 잠에 들었다.

그러다 아침에 출근하러 올 때 약국을 들렀는데 아직 약을 먹지 않은 게 떠올랐다.

약국에서 이런 약을 산 건 처음이었다. 아침이라 꽤 쑥스럽기도 했다.

약사는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은이였다. 송재이가 약을 가지는데 뭔가 상대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하여 약을 가지자마자 바로 도망쳤다.

송재이는 이런 약을 먹으면 몸이 상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서 설영준을 속으로 몇만 번은 욕했던 것 같다.

...

점심.

서유리가 송재이에게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밥 먹자고 했지만 송재이는 아직 연습실에 있었기에 서유리더러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라고 했다.

10분 뒤 식당으로 내려가려는데 복도에서 연지수를 마주쳤다.

연지수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아우라는 여전히 매우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얼굴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처럼 당당하지 않았고 눈시울도 빨간 게 어젯밤 많이 운 것 같았다.

송재이는 연지수와 할 말이 없었기에 그녀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연지수가 송재이를 막아섰다.

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한쪽으로 비틀어 다른 쪽으로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연지수는 송재이를 보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송재이를 보는 눈빛도 차갑기 그지없었다.

“뭐 하자는 거야?”

송재이는 제대로 뚜껑이 열렸다. 누가 봐도 연지수는 지금 단지를 걸고 있었다.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연지수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송재이를 지나쳤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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