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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옷 벗어

송재이는 그 여자를 ‘약혼녀’라고 불렀지만 설영준은 반박하지 않았다.

지민건을 화력이 주현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송재이는 너무 서운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아직도 그 여자와 결혼하려는 거지?

특별히 편애하는 게 아니라면...

송재이는 갈수록 설영준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아까 유중건의 일로 이미 그를 한번 이용했고 이를 들키기까지 했다. 역시 설영준은 너무 총명했고 그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송재이는 더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송재이의 기분은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었다.

얼마나 골똘히 생각했는지 설영준이 그녀 앞으로 다가서는 것도 몰랐다.

송재이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는데 시야에 광이 나는 까만 구두가 들어왔다.

송재이가 멈칫하는데 설영준은 이미 송재이의 턱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큰 키와 특유의 아우라가 압도적이었다.

송재이는 설영준의 몸에서 나는 옅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든 채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설영준이 한발 빨리 앞으로 걸어오더니 두 팔로 송재이의 허리를 휘감았다.

설영준은 자기도 모르게 송재이의 반듯한 아랫배를 힐끔 쳐다봤다.

그 배 속에 설영준의 아이가 있었지만 끝내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느낌에 설영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영준 씨...”

“저번에 사무실에서 무슨 일 있었던지 기억나?”

설영준이 낮은 소리로 귀띔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야. 원하는 걸 들어줬으니 너도 보답은 해야지 않겠어?”

송재이는 멈칫하더니 그제야 설영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저번에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너무 수치스러웠다.

마음속으로는 틀렸다는 걸 아는데 몸은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송재이는 그 광경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심사하듯 그녀를 바라보는 설영준의 눈빛에도 송재이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굳건하고 매서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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