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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거대하고 잔혹한 기운

송재이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절대 안 받는다.

다만 이 사람도 집착이 꽤 심했다. 그녀가 안 받으니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결국 송재이는 마지못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재이 씨, 지금 시간 돼? 밥 사주고 싶은데.”

전화기 너머로 익숙하면서도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재이는 순간 핸드폰을 쥔 손이 움찔거렸다. 역시 양반은 못 된다고.

상대는 바로 지민건이었다!

전에 그녀는 지민건의 모든 연락처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

지금 걸어온 이 번호는 다른 사람 휴대폰을 빌렸거나 혹은 새로 구한 전화번호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어찌 됐든 송재이는 이젠 지민건이란 사람에게 생리적 혐오감을 느낀다.

목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불편해진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식사 장소에 나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지민건은 지금 여기저기 쫓겨 다니는 신세가 돼버렸다.

한 무리의 빚쟁이들과 뿔뿔이 투자금을 빼가는 주주들 때문에 그는 이미 제 코가 석 자이다.

그런 인간이 송재이에게 밥을 사줄 여유나 있을까?

이중엔 분명 또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송재이의 아이까지 해친 장본인이다.

송재이는 이런 경험도 적고 너그러운 아량도 못 돼 자신의 원수와 평화롭게 대면할 순 없다.

다만 거절하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삼키고 말았다.

유중건이 연루되어 있으니까.

송재이는 일단 설영준을 걸치지 않고 유중건의 돈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또한 지민건이 이런 처지가 된 게 진짜 그 사람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럴만한 능력이 있을 것 같았다.

몇 초 동안 침묵한 후 송재이는 끝내 그의 요구에 응했다.

“그래, 좋아.”

...

한편 식사 장소는 송재이가 정했다.

그곳은 오픈된 야외 식당이었다.

송재이는 일부러 룸을 피했다. 지민건이 갑자기 과격한 행동을 보일까 봐서.

그녀 눈에 이 사람은 일찌감치 이성을 놓은 사람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지금, 자포자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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