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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괜찮아, 내가 있잖아

한 달 만에 보는 설영준은 조금 야윈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윽한 두 눈동자는 여전히 눈부셨고 강렬한 포스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는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그녀 앞에서 설영준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살짝 숙였다.

“할 말이 있어서...”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설영준은 사실 지난번에 송재이가 지민건과 함께 중식당에 있는 모습을 길옆에서 지켜보았었다. 송재이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때 서로 불쾌하게 헤어진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거로 생각했다.

설영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이미 아이의 유산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다.

유산을 겪은 후 그녀 홀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마주했을지, 그 힘들었던 나날을 어떻게 견뎌왔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물론 지난번에 그녀를 향한 ‘불신’으로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남겼을지도 알고 있다.

설영준은 그녀를 스쳐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송재이도 정신을 차리고 얼른 따라 들어왔다.

“영준 씨한테 할 얘기 있는데 지금 시간 돼?”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설영준은 손을 들어 사무실이 위치한 층수를 눌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 남자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딱히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묵인은 곧 허락이겠지?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송재이는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이를 잃은 후 그녀는 이 남자를 단독으로 마주할 때마다 유난히 쉽게 연약해지고 전보다 마음이 자꾸 예민해진다.

두 사람은 더 이상 함께할 가능성이 없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은 왜 이렇게 통제받지 못한 채 이 남자의 강렬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걸까?

이 남자가 첫사랑이자 처음 잠자리를 가진 남자라서? 또한 그녀를 임신하게 한 남자라서?

이런 경험과 느낌은 아마 이번 생에 다른 남자를 만나도 충분히 구별이 가능할 것이다.

설영준...

이름 석 자가 그녀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갔다.

바로 이때 주변이 갑자기 확 어두워졌다.

머리 위의 전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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