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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게다가 경찰 쪽에서 재수사 해줄지도 의문이었다.

“경찰서 쪽은 제가 가보죠.”

차 변호사는 피곤해 보이는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

“두 사람 만나고 오느라 수고했어요. 사건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잔 것 같은데 오늘 하루 휴가 줄 테니까 집에 돌아가서 쉬도록 해요.”

차 변호사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건 사건 때문이 아니라 강지혁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부하 직원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임유진은 기왕 휴가를 얻은 김에 탁유미와 윤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두 사람 모두 이 도시를 떠나게 될 테니까.

그렇게 로펌을 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려는데 비싼 차 한 대가 임유진 앞에 멈춰서더니 그 안에서 온몸에 명품을 걸친 여자가 내렸다.

배여진이었다.

임유진이 조금 의외라는 눈길로 보자 배여진도 그녀를 발견하고 반가운 척 다가왔다.

“어머, 유진아, 안 그래도 너 찾으러 가려 했는데, 이렇게 만나네.”

배여진은 지난번에 만났던 유승호를 통해 임유진이 이곳에서 변호사 비서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임유진은 전에 전도유망한 신인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고작 비서 일이나 하고 있다.

배여진은 비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너랑 하고 싶은 얘기가 좀 있는데.”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있나?”

임유진이 쌀쌀맞게 되물었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사뭇 다른 성격이었고 임유진이 도시에서 공부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점점 더 접점이 없어졌다. 그러니 당연히 사촌 간의 정도 없다.

“당연히 있지. 일 때문에 바쁜 거면 너희 사무실로 올라가서 얘기해도 되고. 설마 손님한테 차 한잔도 못 내줄 정도로 정 없는 회사는 아니지?”

배여진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계속 강현수의 옆에 있다 보니 마치 자신이 강현수가 된 줄 아는 것 같다.

실상은 강현수를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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