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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게 임유진의 남은 자존심이니까.

이미 짓밟힐 대로 짓밟혀 조각밖에 남지 않은 자존심이지만 그거라도 지켜야 했다.

“내가 원하는 가족에 네 자리는 없어. 나와 넌 그 어떤 관계도 될 수 있지만, 가족은 못 돼. 이건 확실해.”

‘가족’이라는 단어는 어릴 때부터 쭉 갈망해 왔던 간절함이 묻어있는 그런 단어다.

그러니 이런 이상한 관계에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강지혁의 매서운 눈빛은 아프게 그녀의 마음을 할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우리 두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그렇게 무언의 말을 전했다.

그때 강지혁이 피식하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조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내기할까? 나는 조만간 네가 네 입으로 나한테 한 번만 더 내 누나가 되겠다고 찾아올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나도 확신하는 듯한 그의 말에 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녀 역시 확신하며 대답했다.

...

강지혁이 월세방에서 나와 단지 밖으로 걸어가자 거기에는 고이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이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집으로 모실까요?”

“그래. 그놈들한테서 알아낸 건?”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이런 짓을 벌인 것까지는 확인했습니다. 임유진 씨가 병원 신세를 질 수 있게 엉망으로 만들어 놔달라고 시켰답니다. 하지만 모두 연락을 온라인으로 한 바람에 사주한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인즉슨 이런 짓을 벌인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려면 시간이 더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알아봐.”

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네, 알겠습니다.”

고이준은 강지혁을 따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유진이한테는 사람은 계속 붙여둬. 오늘처럼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말고. 그리고 근래 유진이한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들을 알아봐.”

고이준은 알겠다고 한 뒤 룸미러로 강지혁을 바라봤다.

‘역시 대표님은 아직 유진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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