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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물수건을 쥐고 있던 신유리의 손에 힘이 조금 실리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어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서준혁도 신유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침대에 앉아있고 신유리는 서있는 상태라 분위가는 더욱 이상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는 물수건을 침대 옆의 상에 놓고는 말을 꺼냈다.

“내려가 볼게요.”

“기억나십니까?”

서준혁의 목소리와 공기 중에 퍼지는 은은한 술 냄새는 방안 분위기를 달궈주는 듯싶었고 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안색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는 신유리를 바라보지도 않고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나중에 우리 아이 낳으면 이름을 서유희라고 하자고 했잖습니까.”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서준혁은 말을 할 때 신유리를 보지도 않았고 그 말을 들은 신유리는 굳더니 복잡한 눈빛을 하곤 서준혁을 보며 씁쓸히 아려오는 마음을 달랬다.

전에 신유리는 확실히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이름은 서유희라고 하자고 약속했다. 서준혁의 서, 신유리의 유자도 있기에 알 맞춤이라고 생각하며 까르르 좋아하던 일이 엊그제 같았다.

신유리는 주먹을 꽉 쥐고 한숨을 푹 쉬더니 단호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서준혁씨, 많이 취하셨어요.”

“그런가 봅니다, 옛 생각이 막 떠오르는걸 보니.”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며 담담하게 대답했고 신유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물었다.

“뭐 좋을 게 있다고 자꾸 생각해요?”

방 밖으로 나올 때, 마침 해장국을 가져다주는 카운터 직원과 마주쳐버렸고 신유리는 더욱 더 짜증이 밀려왔다.

방으로 도착한 신유리는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서준혁은 오늘 누가 봐도 많이 취한 사람이었고 신유리도 신경을 덜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서유희라는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마음에서 파도가 치듯 일렁거렸다.

신유리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이 안에 새 생명이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신기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베란다에서 돌아가자마자 이석민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인해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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