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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걘 그냥 직원이야

파티 시간은 주말이었다. 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 당연히 신유리가 간섭할 일은 없었다.

그녀는 서류들을 파일 하나로 정리해 그것을 송지음의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단지 신입 인턴인 송지음이 일 처리도 하고 파티 일도 연구해야 하는 게 조금 바쁠 뿐이었다.

신유리는 그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서준혁의 충고가 생각났던 그녀는 자발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도움 필요해?”

송지음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신유리는 송지음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고, 얼굴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임씨 별장에 가는 사람 엄청 많을 거야. 명단은 메일로 보냈으니까, 이름이랑 취향만 외워서 그때 가서 서준혁한테 알려주면 돼.”

송지음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착실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 유리 언니.”

“그래, 긴장할 필요 없어.” 신유리는 한마디 더 보태었다. “서준혁이가 잘 챙겨줄 거야.”

서준혁, 그 세글자에 송지음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서류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정리한 파일을 서준혁의 회사 번호로 보내주었다.

파일을 보낸 후,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그녀는 그제야 서준혁의 개인번호 캐톡 프로필 사진이 토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며칠이나 됐다고.

신유리의 머릿속에 옛날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본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는 그녀의 말에 얻은 대답은 귀찮다였다.

오후, 프런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준혁이 전에 약속했던 클라이언트가 왔다는 소식이었다. 신유리는 그 사람을 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서준혁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러 갔다.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회의실로 갔다.

송지음의 자리를 지나던 그는, 그녀의 책상을 두드렸다. “회의실로 와.”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서준혁은 대놓고 송지음을 키워보려고 하고 있었다. 화인에서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사석에서 신유리가 대표의 총애를 잃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그런 말들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서준혁과 클라이언트를 따라 인사를 나누던 그녀의 시선이 또다시 송지음에게 멈춰졌다. 그녀는 가벼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분부했다. “차 좀 내와.”

송지음은 차를 내왔고, 신유리와 서준혁이 능숙하게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항상 착하고 달콤하던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를 보낸 후에야 그녀는 토라진 모습으로 입으로 열었다. “유리 언니, 서 대표님, 저 먼저 가볼게요.”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송지음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서준혁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

회의실에는 신유리와 서준혁만 남게 되었다.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쟤를 파티에 데리고 갈 거야?”

“아니면?” 서준혁은 이마를 짚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이석민이랑 같이 클라이언트 만날게.”

이석민은 대표 비서실의 또 다른 비서였다. 그는 줄곧 회사 내부의 문제를 책임지고 있었다.

방금 송지음이 지은 억울하고 비굴한 눈빛이 떠오르자, 신유리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감탄을 자아냈다.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서준혁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어리잖아. 당연히 지켜줘야지.”

“맞다.” 그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신유리를 불러세웠다. “쟤가 입을 드레스 하나만 골라줘. 돈을 내가 낼게. 법인카드로 긁어.”

신유리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서준혁의 모습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물어볼게.”

곧 퇴근하려는 그때, 신유리는 드레스 디자인 몇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송지음에게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송지음의 억울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서 대표님, 아무래도 유리 언니를 데리고 파티에 가시는 게 좋겠어요. 제가 아무것도 못 해서, 대표님 창피하게 할까 걱정이에요.”

신유리는 바로 문 앞에 있었다. 들어가기에도, 안 들어가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곧이어 그녀는 서준혁의 말을 듣게 되었다. “걔는 직원이고, 넌 여자 친구야. 누굴 데리고 가는 게 더 쪽팔리겠어?”

그 말에 신유리는 고개를 숙였다.

난 그냥 직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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