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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해 사고 싶지 않아

신유리와 하정숙은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서준혁이 처음으로 신유리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하정숙은 신유리를 성에 차지 않아 했다.

서준혁은 줄곧 신유리가 서씨 집안과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했다. 정말 필요 한 일이 아니라면 그는 그녀는 서씨 저택으로 보내지 않았다.

신유리는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이번 전화는 서준혁이 받게 되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기분 좋아?”

“나쁘지 않아.” 그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오래 대화를 나누기 싫은지 웃음기를 거두며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신유리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아주머니가 지금 서씨 저택으로 오래.”

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유리는 옆에서 전해지는 송지음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실수로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았다.

곧이어, 서준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기 전, 그는 이런 말을 그녀에게 던졌다. “이런 일은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신유리는 회의실에서 10분 정도 더 있은 후에야 차를 몰아 서씨 저택으로 갔다.

서준혁이 물어볼 필요 없다고 했으니까.

아마 잊었을 것이다. 신유리가 처음으로 그를 따라 서씨 저택에 갔을 때, 그녀는 하정숙에게 난처한 일을 당했었다. 하정숙은 뜨거운 물을 그녀의 손에 부었었다.

그때 서준혁은 귀를 만져주며 그녀를 위로해 줬었다. 앞으로 하정숙을 만날 때는 각별히 조심하라면서 말이다.

신유리는 내내 입술을 오므린 채로 서씨 집안에 도착했고 마침 하정숙이 누군가를 마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모님과 친분이 있었고, 웃으면서 사모님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예쁘고 행동도 올발랐다. 서씨 집안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그녀를 서씨 집안의 미래 며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낸 후, 하정숙은 그녀를 흘겨보기 시작했다. “준혁이는? 왜 같이 안 왔어?”

“준혁 씨는 일이 있어서요.” 신유리가 대답했다.

하정숙은 차가운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더니 서재에서 초대장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임씨네 별장에서 진행되는 파티야. 준혁이보고 참석하라고 해.”

임씨네 별장에서 진행되는 파티는 성남시 상류층 전체가 머리를 쥐어짜서라도 참석하고 싶어 하는 파티였다.

참석하는 사람들이 전부 부자가 아니면 명성이 엄청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신유리는 초대장을 받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또 서준혁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서준혁은 자초지종을 듣고 잠시 침묵하더니 바로 찾으러 오겠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신유리는 감히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서씨 저택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서준혁은 아주 빨리 그녀를 찾아왔다. 단지 얼굴색이 무척이나 차가울 뿐이었다. 이마에 비친 짜증도 전혀 숨길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의 셔츠에 묻은 핑크색 자국에 신유리의 호흡은 잠시 정지됐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도 무의식적으로 구부러졌다.

“뭐 마실래?” 그녀가 물었다.

“됐어.” 서준혁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를 처리하는 듯 귀찮아하는 모습이었다. “초대장 줘.”

신유리는 가방에서 완벽하게 포장된 초대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파티는 주말 저녁에 시작될 거야. 예복은 주문 제작으로 할까, 아님 브랜드의 하이 제품으로 주문할래?”

그녀는 서준혁의 귀찮고 복잡한 일을 처리해 주었다. 무척이나 세심하고 다정했다.

하지만 서준혁은 그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자세한 건 송지음한테 보내줘. 이번에는 걔랑 갈 거야.”

신유리는 그런 그에게 충고 한마디를 했다. “임씨 별장 파티, 아주 중요한 자리야. 걔는 어울리지 않아.”

“내가 데리고 가는 사람이면 누구든 다 어울려.” 서준혁은 그녀에게 더 이상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초대장을 들고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신유리는 들어올 때부터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에 띄워진 캐톡 알림을 보게 되었다.

내용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핑크색 토끼 프로필 사진만 확인할 수 있었다.

신유리는 시선을 거두었고,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서준혁의 말이 맞았다.

그는 화인의 대표였다. 그에게 잘 보일 사람은 차고 넘쳤으니, 누굴 데려가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자리를 떠나는 서준혁의 모습에 신유리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미처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서준혁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앞으로 이 번호로 연락하지 마. 회사번호로 연락해.”

신유리가 연락하는 전화번호는 항상 개인번호였다. 서준혁의 회사번호는 항상 바쁜 상태라 연락해도 통화 중인 상황이 일쑤였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해 사고 싶지 않아.”

그가 오해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군지, 신유리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래를 쳐다보며 고래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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