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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준혁 씨

서준혁과 송지음이 만난다는 사실은 빠르게 화인 그룹에 퍼지게 되었다.

신유리는 이제 더 이상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5분 일찍 출발하며 평범한 직원들처럼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송지음이 지금 출퇴근을 서준혁과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에 그녀는 교통사고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신유리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됐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녀는 마침 송지음과 서준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송지음은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발랄하고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유리를 마주친 그 순간,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더 아름답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에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

신유리는 송지음이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좋은 아침.”

송지음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혀를 내밀더니 바로 손을 놓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유리 언니가 봐버렸어요. 이제 어떡해요?”

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이며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보고 싶으면 보라 그래.”

신유리는 꽁냥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고, 하이힐이 매끈한 바닥과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멀리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애교 가득한 송지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혁 씨.”

하지만 점심때가 되었을 때, 송지음은 좋지 않은 얼굴로 서준혁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신유리의 앞에 멈춰서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찾으세요.”

신유리는 서준혁이 자기를 무슨 일로 찾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준혁이 대부분의 일들을 전부 송지음에게 넘겨버렸으니까.

꼼짝도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송지음은 참지 못하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서 대표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신유리는 클라이언트의 메일에 답장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뭐 잘 모르는 거 있어? 내가 알려줄게. 지금은 조금 바빠서.”

말하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듣는 사람은 그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안 좋던 송지음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만나고 난 후에야 송지음의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두운지 알게 되었다.

그녀의 시선은 책상에 놓여있는 토끼에 1초간 머물렀지만, 이내 빠르게 옮겨졌다. “날 서씨 저택으로 데리고 갔다가 송지음이 질투하면?”

서준혁의 부친 서창범의 생일 곧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하정숙이 송지음의 일을 알게 되었고, 서준혁보고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우리 엄마, 송지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나더러 걔 대신 괴롭힘 당하라는 거야?” 신유리가 물었다.

그녀는 하정숙이 며느리에 대한 기준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처음으로 하정숙을 찾아갔을 때 곤란한 일을 많이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서준혁은 이렇게 미리 준비하지 않았었다. 그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가게 된다면 깔끔하게 물러설 수 없다는걸.

신유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거절한다면?”

“그래.” 서준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린 펜을 한 바퀴 돌리고는, 그대로 그것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서준혁이 가볍게 말했다. “네가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상관없어.”

그 말에 숨겨진 뜻은 두 사람만 알 수 있었다. 신유리는 잠시 침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창범의 생일날, 신유리는 지하 주차장에서 서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서준혁은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출발하지 않으면 생일 파티에 늦을 것 같은 상황에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장이 없자, 그녀는 그만 참지 못하고 대표 사무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유리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다른 야근을 하고 있는 다른 동료에게 물었다. “서 대표는?”

그 동료는 어리둥절해하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서 대표 갔어. 송 비서랑 같이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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