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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잠시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의 간절한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유리야, 너 지금도 밖이냐?”

신유리는 밖에 억수로 쏟아지는 큰비를 바라보면서 할아버지의 말투에 담긴 관심을 알아차리고 잠시 침묵하고 나서 대답했다.

“네. 아직 밖에 있어요.”

“너 어디냐? 내가 준혁이더러 너 데리러 가라고 할게. 이렇게 큰비에 운전하지 말거라. 위험해.”

할아버지는 즉시 말을 받았다.

신유리는 입귀를 실룩였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지금 서준혁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눈가로 무심코 스쳐보니 서준혁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눈동자는 온통 냉소로 차 있었다.

신유리는 번쩍 놀라 고개를 돌리며 할아버지에게 서준혁이 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는데 할아버지의 맹렬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서 또 류 사부님이 그에게 약을 가져다주는 기척도 들려왔다.

신유리는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할아버지는 낮은 소리로 기침하며 허약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괜찮다. 유리야,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조심하거라. 그 나쁜 놈과 화내지 말고.”

할아버지는 말하기도 힘들어했다. 신유리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류 사부님이 급급히 전화를 끊었다.

신유리는 눈을 들어 서준혁의 마뜩잖은 시선과 마주했다.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철이 든 척 말을 잘 듣던데 넌 피곤하지도 않아?”

그의 검은 동공에 차가움이 얇게 깔렸다.

“꼭 이렇게 해야 되겠어?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구걸해야 기뻐?”

신유리는 원래 할아버지 때문에 잠깐 망설였던 것마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안색도 변하지 않은 채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나한테 뭘 구걸했는데? 서준혁, 넌 항상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지.”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은 가게의 따뜻한 색조의 불빛 아래에서 얼마간 부드러워 보였다.

신유리는 조롱하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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