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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들의 8년

그럼 나는.

나랑 서준혁이 함께한 8년은 뭔데?

신유리는 인내심 넘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숨소리도 좀 더 가벼워진 듯했다.

서준혁의 말투는 방금 송지음보고 착하다고 했을 때랑 별반 다름이 없었다. 단호하고 담담했다. “너도 알잖아. 너 내 스타일 아닌 거.”

그건 맞지.

처음에 잠깐동안 서준혁 옆에 여자가 없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중에 그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신유리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신유리처럼 그의 말을 듣는 여자는 좋아하지 않았다.

신유리의 눈동자에는 어둠이 숨어져 있었고, 그 속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소리만 여전히 물처럼 차가웠다. “오늘 밤 여기 있을 거야?”

서준혁은 몸을 일으키더니 옆에 있던 외투를 챙겼다. “됐어.”

신유리는 서준혁의 됐다는 말이 두 사람 사이를 가리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다음날 회사에 도착했을 때, 송지음의 자리가 그녀의 옆자리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이 자리는 마침 대표 사무실과 마주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송지음은 그녀와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

신유리는 가방을 챙기더니,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보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배정해 준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 어제 말하지 그랬어?”

그 말에 송지음은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해명했다. “마음에 안 든 게 아니에요. 일하는 거 지켜보시겠다면서 서 대표님이 오라고 하셨어요.”

말을 하던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신유리의 존재를 인식했고, 서서히 눈빛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본인이 백설 공주 계모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

“일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송지음의 자리가 바뀌었다는 말은 빠르게 회사에 전해졌다. 신유리가 인수인계하러 아래층에 갔을 때, 그녀는 이러쿵저러쿵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신유리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입을 다물었고, 서로 눈빛 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지금 바로 대표 사무실에 돌아가야 했다. 서준혁에게 약속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미리 언질을 줘야 했다.

하지만 결국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안에 있는 서준혁과 송지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모습에 안에 있던 사람들도 잠시 멈칫했다. “안 대표 만나러 갈 거야.”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한테 차 준비하라고 할게.”

“필요 없어.” 서준혁은 손을 들더니 송지음에 의사를 표했다. “송 비서만 있으면 돼.”

신유리의 호흡은 잠시 정지되었다. 그녀는 곧이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주총회, 오후 세 시야.”

서준혁은 송지음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주주총회 시간이 되었는데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유리는 주주들의 기분을 위로해 주었고, 회의실을 나서며 서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한참이나 울린 후에야 받아졌다. 언제 올 거냐고 막 물으려던 그때, 그녀는 송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유리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신유리는 잠시 침묵했다. “서준혁은?”

“제 약 받으러 가셨어요.” 조금 자책하는 듯한 말투였다. “제가 잘못해서 발을 삐었거든요. 그래서 대표님이 저 병원에 데려다주셨어요.”

“심각해?” 신유리는 복도에 있는 식물들은 보며 관심 어린 말을 건넸다.

“서 대표님은 심각하다고 하셨어요.” 송지음은 나이가 어렸고, 마침 딱 어수룩할 나이였다.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말랑말랑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런 성질도 부릴 수 없게 만들었다.

신유리는 생각했다. ‘어쩐지, 서준혁이 좋아하더라.’

“주주총회 곧 시작한다고 서준혁한테 전해줘.”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받는 사람이 바뀌었다.

서준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급한 일 생겼다고 하고 주주총회 뒤로 미뤄.”

신유리는 이미 끊어진 휴대폰을 들고 복도 서 있었다.

그녀는 안에 있는 비서가 그녀를 부른 후에야,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주주들을 응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 사람들을 보내고 미처 물을 마시기도 전에 신유리는 서준혁 어머니인 하정숙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서씨 저택에 한 번 오라는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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