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목소리가 전체 병실과 복도에 울려 퍼지고 말았다.원지효와 선우재덕은 동시에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원경훈의 머리맡에 있던 각종 의료기기에서 비상음이 울려 펴졌다.그는 호흡이 멈추고 맥박마저 사라졌으며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였다.“어떻게 이럴 수가!”선우재덕은 의아한 표정으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의학에 50년 동안 종사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병실 입구, 최요섭, 안중헌과 소강혁 등도 다급히 병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하지만 이들보다도 더 빨리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서준영은 가장 빨리 달려와 병실 침대 옆에서 반짝이는 두 눈으로 원경훈의 장기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폐엽 출혈이에요! 총탄 파편을 빼내면서 동맥을 건드린 것 같아요! 심장이 멈춘 걸 보니 어르신께서 전에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 분명해요!”서준영은 속히 자신이 발견한 증상들을 알리면서 원경훈에게 침을 놓아주려고 했다.하지만 원지효가 그런 그를 급히 말렸다.“그만 멈춰!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서준영은 위급한 상황에 뒷감당도 생각하지 않고 원지효를 째려보면서 소리쳤다.“비키세요! 조금만 더 지체했다간 어르신께서 돌아가신다고요!”서준영은 한 손으로는 원지효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을 덥석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원경훈의 심폐 부위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원지효는 이 보습을 보고 분노하기 시작했다.“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말리지 않고!”몇몇 보디가드가 서준영을 말리려고 하자 선우재덕이 나섰다.“잠시만요!”선우재덕이 놀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것은 구양 생명 연장 침술입니다! 생명 연장 침술이라고요! 가만히 놔두세요. 이분만이 어르신을 살릴 수 있어요!”몇몇 보디가드들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고 원지효 역시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결국 보디가드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렇게 사람들은 휘둥그레 서준용이 원경훈의 몸에 침을 놓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두둥!전체 병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원지효는 치욕스러움에 분노하면서 소리 질렀다.“무슨 뜻이야!”‘이놈은 왜 이 마당에 이런 사적인 질문을 하는 거야!’하지만 서준영은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어르신이 이대로 죽는 걸 보고싶지 않으면 얼른 대답하세요!”카리스마 있는 말투에 사람들은 그가 무서워질 정도였다.원지효는 결국 꼬리를 내리더니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헉!이런 치욕스러운 일이!원지효는 어릴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 자신한테 어울리는 남자가 없다고 생각해서 연애 한번 해본 적도 없다.석사 졸업 이후 원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아 더욱 연애할 시간도 없었다.심지어 서강시에는 원씨 가문의 손녀 원지효가 남자대신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돌고있었다.“죄송해요.”서준영은 침을 원지효의 가늘고 하얀 팔에 있는 정맥에 꽂았다.손끝으로 톡 치자 침을 따라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원경훈의 심폐에 꽂혀있는 침을 따라 그의 몸에 흘러 들어갔다.사람들은 이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것이 의술이라고?분명 마술인 것 같은데?선우재덕 역시 놀라웠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순정의 피, 구양 생명 연장 침술의 마지막 단계! 아가씨께서 처녀의 몸인 줄 몰랐네요! 어르신께서는 정말 운이 타고나신 분이에요!”이 말에 원지효는 치욕스러운 표정을 한 채 서준영의 뒷모습을 째려보았다.바로 이때, 서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됐어요. 이제 어르신께서는 괜찮을 거예요. 몸에 박힌 총탄 파편은 나중에 상태가 어느정도 회복되었을 때 빼내는 것이 좋겠어요.”“잡아!”원지효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몇몇 보디가드가 달려와 서준영을 제압했다.서준영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원경훈에게 구양 생명 연장 침술을 놓느라고 영기를 모두 소진해 완전히 기력이 허약한 상태였다.이때 안중헌이 달려와 질문했다.“아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서 신의님께서 어르신
“할아버지, 괜찮으세요?’원지효는 다급히 달려가 원경훈의 손을 잡으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원경훈은 상체를 일으켜 옆에 있던 서준영을 가리키면서 말했다.“그 손 놔. 저분은 나의 생명 은인이야. 우리 원씨 가문의 은인이라고...”몇몇 보디가드는 냉큼 서준영을 풀어주었다.서준영도 기지개를 켜면서 영기가 어느정도 회복된듯했다.원경훈이 제때 깨어나지만 않았다면 원지효에게 인생 교육을 해줬을지도 모른다.“어르신께서 깨어나셨으니, 마무리는 선우 어르신께 맡기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준영은 비록 화가 났지만 그저 냉정하게 예의를 갖추면서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이때 원경훈이 급히 말렸다.“신의님, 잠깐만요. 신의님께서는 저의 생명의 은인이신데 저희 원씨 가문은 배은망덕한 그런 가문이 아닙니다. 나중에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저의 손녀를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하하,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의 손녀분은 얼마나 사나운지 아무래도 연락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저 나라를 위해 헌신해주신 어르신을 우연히 도와드렸을 뿐입니다.”서준영이 원씨 가문과 별로 엮이고 싶지 않다는 자기 생각을 숨김없이 말해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서준영의 숨을 말뜻을 알아차린 원지효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분명 자신을 원망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무슨 뜻이긴요! 그저 아가씨께서 사람과 일을 대하실 때 겸손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서준영이 숨김없이 말했다.“이런 젠장! 난 천하의 원지효라고! 지금 무슨 말버릇이야!”처음으로 자신한테 말대꾸하는 남자의 모습에 화가 난듯했다.“그만해!”침대에 누워있던 원경훈이 차갑게 말했다.“지효야! 얼른 신의님께 사과드려!”이 말에 원지효는 어리둥절해하더니 애교부리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왜 저놈한테 사과해야 해요?”“나를 살려주신 분이잖아!”선우재덕이 분노했다.“할아버지가 예전에 어떻게 가르쳐줬어! 얼른 사과해!”원경훈은 흥분한 나머지 연속 기침했다.
쿵!말 한마디에 원경훈과 원지효 등의 심장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뭐라고?’침을 몇 대 놓았을 뿐인데 생명을 10년이나 연장했다니?사실 최근에 원경훈은 원씨 가문과 백성 그리고 나라를 위하여 일을 더 하려고 줄곧 신의와 풍수 대가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애썼다. 그는 심지어 칠성점등연명술까지 했는데 올해가 그 마지막 해였다. 때문에 원씨 가문의 주요 제자들은 모두 가문의 기둥인 원경훈이 올해에는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준영이 10년의 수명을 연장해 줬다는 선우재덕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10년이란 어떤 개념인가?원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내놓아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닌가!“지효야, 지금 당장 서준영 씨를 모셔 오너라! 만약 모셔 오지 못하면 넌 이제 내 손녀가 아니야! 상대방이 원하는 걸 모두 만족시켜서 데려오너라!”원경훈이 격동하면서 소리쳤다.원지효는 원경훈의 반응에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서준영이 원씨 가문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닫고 대답했다.“네, 할아버지!”그러고는 서둘러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병실에서 나갔다.안자현, 최요섭과 소강형도 원경훈과 얘기 조금 더 나누다가 병실을 나갔다.병실에는 이제 원경훈과 선우재덕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어르신, 서준영 씨를 어떻게 생각해요?”원경훈이 묻자, 선우재덕이 대답했다.“인재입니다! 의술이 뛰어납니다. 구양 생명연장 침술만 해도 이 늙은이는 비교도 할 수 없어요.”“의학계 미다스의 손 북승이신 어르신보다도 더 대단한가요?”원경훈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선우재덕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조금 전 서준영의 침법은 그야말로 최고였고 그 역시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다른 건 몰라도 침구 방면에서는 훨씬 강합니다.”선우재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원경훈은 그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그렇게 훌륭한 인재라면 사이좋게 지내야겠어요. 미래가 가늠이 안 되는 사람이니 결코 보통 인물이 아닐 거잖아요.”“하하하.
서준영이 안색이 어두워지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보자고 하셨어.”“할아버지가 왜? 죽어가면서도 당신이 보고 싶다는 거야?”오민경은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그녀는 위에는 하얀 캐미솔로 가슴의 풍만함을 한껏 들어냈고 아래는 핫팬츠를 입어 하얗고 긴 다리를 보여주었는데 길을 오가는 남자들이 몇 번씩 쳐다보곤 했다. 오민경의 몸매는 너무나 요물 같았지만, 성격은 완전 나빴다.“됐어. 당신은 들어가지 않아도 돼.”오민경이 냉정하게 말했다. 조유찬도 차에서 내리더니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은 오민경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며 비웃었다.“왜? 하연우가 떠나고 이제 여기 할아버지가 죽을 것 같으니까 할아버지 재산을 나눠 먹으려는 거야?”서준영은 분노가 찬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오씨 집안의 재산은 내 눈에 차지 않아. 비켜, 할아버지 만나야 하니까.”“왜 소리쳐! 여기는 내 집이야, 당신은 이미 쫓겨났으니 할아버지가 죽든 살든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어!”오민경이 서준영을 밀치며 외치자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저리 비켜!”“못 비켜! 왜, 우리 집 앞에서 나를 때리려고?”오민경은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턱을 치켜올리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서준영이 화가 치밀어 손을 휘두르려던 찰나, 별장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양지선이 차가운 얼굴로 나오며 소리쳤다.“왜 이제야 와. 아버님이 기다리고 있어.”서준영은 콧방귀를 뀌며 오민경의 앞을 지나 별장으로 들어갔다.오민경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엄마, 왜 저 자식을 들어가게 해요? 만약 영감이 뭐라도 주면 어떻게 하려고요?”양지선이 말했다.“못 만나게 하면 너의 할아버지가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단다. 그럼, 우리 가족 뭘 먹고 살아!”“뭐라고요?”오민경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더니 허리를 비틀거리며 별장으로 들어갔다.서준영이 침실에 들어가자, 기운이 다 빠지고 허약해진 오해진이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 누워있었다.“할아버지!”서준영이 뛰어가자, 침대에 누
양지선은 순식간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외쳤다.“서준영, 너 뭘 하려는 거야? 여기는 오씨 가문이야! 감히 어디서 행패야?”오민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옥에서 금방 나온 듯 싸늘한 눈빛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서준영을 보며 소리쳤다.“서준영! 닥쳐! 무슨 자격으로 내 엄마를 모함해! 닥치고 당장 우리 집에서 꺼져!”“하하! 정말 그 엄마에 그 딸이네!”서준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모함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서준영이 손을 들어 허공에서 주먹을 쥐자, 양지선은 뭔가에 목을 잡힌 듯 곧바로 서준영 앞으로 끌려왔다. 그 장면에 오민경, 조유찬, 오정빈은 깜짝 놀랐다.‘방금 어떻게 된 거지?’서준영은 양지선의 목을 잡고 증오의 눈빛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느끼시는 고통의 10배로 느껴봐!”말을 마치는 순간 그의 손에는 3개의 은침이 쥐어져 있었다.“안 돼! 하지 마!”양지선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3개의 은침은 순식간에 양지선의 머리 위에 꽂혔고 그녀는 곧바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바닥에 쓰러졌는데 머리를 바닥에 박다가 배를 끌어안고 뒹굴더니 또 가슴을 부여잡고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악! 너무 아파… 온몸이 너무 아파! 죽여줘, 제발 나를 죽여줘…”양지선은 온몸이 수많은 독에 중독된 듯 살과 근육 그리고 영혼마저 아파서 비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가끔은 칼 위에 있는 듯하고 가끔은 불바다에 있는 듯하고 또 가끔은 얼음 속에 있는 듯 고통스러웠다.바닥에서 뒹굴며 연신 비명을 지르는 양지선을 본 오정빈과 오민경이 뛰어가서 그녀를 붙잡고 화가 난 표정으로 서준영을 향해 소리쳤다.“서준영, 미친놈! 너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서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중독되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보게 한 거야!”“미친놈! 당장 그만해?”오민경이 고함을 질렀지만, 서준영은 개의치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그만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 말해봐. 당신들이 할아버지에게
순간 조유찬과 오민경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상황이지?’‘원씨 가문의 원지효가 서준영에게 사과하다니?’‘원씨 가문과 원 어르신을 대표해서 데리러 왔다고?’그런데 그들을 더 경악하게 한 것은 서준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원지효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떠나려는 서준영의 모습을 보고 조유찬과 오민경은 충격을 받았다.‘헉! 원씨 가문의 원지효를 거절하다니!’서강시의 대부호 원씨 가문의 원지효가 직접 사과하면서 초대하는데 거절 뿐만 아니라 불만이 가득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원씨 가문에서 이미 죽여버렸을 거다. 이어서 조유찬과 오민경을 더 황당하게 만드는 장면이 발생했다.원지효는 화를 내지 않을뿐더러 서준영을 따라가서 거듭 해명하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까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려요. 같이 가주시기만 한다면 어떤 요구든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서준영이 걸음을 멈추고 원지효를 아래위로 훑어보자, 원지효는 서둘러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가리면서 부끄러워했다.‘저 눈길은 뭐지? 설마, 같이 자겠다는 거야?’원지효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아니다. 몇 년 동안 원씨 가문의 일을 처리하면서 수많은 남자들을 만났었는데 그들의 목적은 딱 하나 그녀와 자고 싶어 했다. 때문에 원지효는 남자들에게 호감이 없었는데 서준영도 그 남자들과 똑같이 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경훈이 서준영의 모든 요구를 무조건 만족시켜서라도 꼭 데려오라고 했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내리고는 눈을 감고 가슴을 흔들며 말했다.“당신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요. 만지고 싶으면 만져요.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주시면 오늘 밤에... 밤에 같이... 하지만 오늘 밤 한 번만이에요. 그리고 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 돼요.”서준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원지효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원지효 씨, 그렇게 남자가 그리워요? 난 당신 같은 여자한테 관심 없어요. 그런 것 말고 다른거요.”원지효는 다행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고 원지효는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정말 다 벗어요?”서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지효는 잠시 망설이다가 커튼 버튼을 눌러 창문 커튼과 운전석 라인과의 프라이버시 막을 닫았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격렬한 투쟁을 하다가 이를 악물고 천천히 웃옷 단추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맥을 보이려고 했는데 옷까지 벗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사람이 정말로 병을 보려는 걸까? 다른 짓은 안 하겠지?’서준영은 원지효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가 옷을 벗으라고 한 것은 원지효의 증상이 조금 이상해서 몸의 다른 부위에도 증상이 있는지 확실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원지효는 할 수 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큰 숨을 들이마시고는 단추를 하나씩 풀고 정장을 벗었다. 그 뒤로 셔츠를 벗자 새하얀 피부와 날씬한 몸매에 군살 하나 없는 복근이 드러났고 향기가 물씬 풍겼다. 속옷은 검은색 레깅스였는데 완벽하게 몸에 밀착되어 하얀 피부와 조화를 이루었다.원지효는 서준영을 등지고 앉아 가슴을 부둥켜안고 물었다.“신의님, 더 벗어야 해요?”서준영은 잠깐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아니요. 이제 입으세요.”원지효의 등에 작고 빨간 꽃잎 모양의 흔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주의하지 못할 것이다.원지효는 서둘러 셔츠와 재킷을 입고 물었다.“신의님, 저 무슨 병이에요?”“병은 없습니다.”서준영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네? 병이 없다고요? 그런데 왜 옷은...”원지효는 서준영이 자기를 놀렸다는 생각에 조금 화가 났다.하지만 서준영의 다음 말을 들은 원지효는 몸을 떨며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다른 사람으로부터 독충 저주를 받았어요.”서준영이 담담하게 말했다.“독충 저주요?”원지효는 처음으로 듣는 말에 의아했다.“서남 묘강의 독충 술이예요. 그중에 오랜 역사가 있는 파가 있는데 독벌레를 이용해서 사람의 몸에 저주술을 심는다고 해요. 제 판단이 맞는다면 원지효 씨는 애정 구충 저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