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서있던 양 비서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해졌다.윤도훈을 쳐다보고 싶지만 그럴 담이 없는 듯했다.그것도 그럴 것이 아침에 그렇게 윤도훈을 비꼬았으니,지금의 양 비서로서는 그저 두렵고 후회되기만 할 뿐이다.이진희는 한참 윤도훈을 쳐다보다 핸드폰을 건너 받았다.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또 무슨 새로운 정보를 얻었어?”핸드폰의 건너편으로부터 차고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허승재 씨,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니까 재밌습니까?”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화가 묻은 어투로 물었다.핸드폰 건너편의 허승재는 생각지 못한 목소리에 몇 초간의 침묵에 빠졌다 급히 통화를 중단해버렸다.이진희의 이쁜 얼굴에 순간 그늘이 졌다.그러고는 차디찬 말투로 주위에 서있는 직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왜 아직도 여기에 서있는 거죠?다들 일을 안 할 겁니까?”이진희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주위에 몰려 있던 직원들이 순간 흩어져 버렸다.얼음미인 이 대표님의 엄격함은 다들 너무도 잘 알고있으니까.......잠시 후,대표실.이진희는 이미 모든 사실을 가문에 알렸고 지금은 가문의 사람이 와서 구명진을 데리고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가문에서 가문의 방식대로 구명진 같은 배신자를 처리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신고를 택하지 않았다.“제 주위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발견하신 거죠?”이진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나 예전에 군인이었어.”이에 윤도훈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둘러댔다.“칫!알려주기 싫으면 말구요!”이진희는 뾰로통해서 불만이 섞인 어투로 투정을 부렸다.순간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 같았다.사실 이진희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눈앞의 남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하지만 마음속 한 켠의 그 도도함이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꾹 막고 있었다.이 남자...의술이 뛰어나고 도박을 할 줄 아는 것도 모자라 무술도 할 줄 알다니?하지만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전엔 왜 그
오늘은 율이랑 외식하는 날이라 이진희는 평일보다 좀 더 일찍 퇴근해 윤도훈과 같이 유치원으로 향했다. 승용차는 평일과 같은 벤틀리. 하지만 기사는 윤도훈으로.중도에 이진희는 특별히 율이에게 선물을 주려고 차를 세워 통화도 되고 위치 확정도 되는 4X 손목시계까지 구매했다. 비록 지난번에 병실에서 봤었지만 그때보다는 오늘이야말로 정식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라며 응당 율이에게 선물을 사줘야 한다는 것이 이진희의 대답이었다.이에 윤도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지를 내밀었다. 역시 부잣집 아가씨라 예절 방면에서는 누구보다 철저하다고.“아빠!”수업을 마치고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온 율이는 단번에 윤도훈을 알아보고 신나서 달려갔다.자신을 향해 급히 달려오는 율이를 보며 윤도훈은 사랑스러운 눈빛을 쏟아냈다.전에 병실 침대에 누워있을 때랑 달리 지금은 너무나도 건강해 보여서 그는 마냥 대견스럽기만 했다.하지만 옆에 서 있던 이진희는 애정이 넘치는 윤도훈의 시선을 바라보노라니 이상하게 씁쓸해졌다.전에 회사에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구명진을 잡은 낸 그 냉혹한 사람이 너무나도 다르게 변해버려서.그러다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더니 덩달아 기분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아버지도 윤도훈처럼 날 이렇게 이뻐해 주고 나를 위해 모든 비바람을 막아주고 언제든지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내가 허씨 가문에 시집가기만을 원하는 아버지가 아니라.“율이야, 오늘 수업 재밌었어? 괴롭히는 친구는 없었고?”윤도훈은 율이를 품에 끌어안고는 코를 살짝 꼬집으며 물었다.질문을 듣고 있던 이진희는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보통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냐, 말썽은 부리지 않았냐가 먼저 아닌가?왜 이 사람은 율이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느냐가 먼저지?참...... 자식 사랑이 지독한 사람이네....... “네, 오늘 엄청 재밌었어요! 율이랑 놀아주는 친구도 많았고 선생님도 율이한테 엄청 잘 해줬어요!”율이는 작은 머리통을
“율이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윤도훈의 물음에 율이는 신이 나서 대답했다.샤부샤부의 생각에 배가 고팠는지 군입까지 다시며. “하하. 그래, 샤부샤부 먹으러 가자! ”윤도훈은 웃으며 말했다. 이진희도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성격은 냉담한 편이지만 어린애 앞에서까지 남을 난감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20분 뒤...... 이진희의 제의대로 세 사람은 도운시의 “보글보글”이라는 샤부샤부 가게 앞에 차를 멈춰세웠다. 하이디라오와 같은 이름 있는 체인점과 비교하자면 보글보글이 더 특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식재료들도 더 신선하고 소스들도 더 감미로웠다. 당연히 가격도 훨씬 더 높고. 그래서 도운시에서 신분이 있는 분들이라면 거의 해디라오보다는 보글보글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어머! 이진희 아가씨? 이런 우연도 있다니! ”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려 하던 찰나, 비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몸에 진주와 보석으로 주렁주렁 치장한 여인이 대머리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여인은 도발과 비웃음이 잔뜩 묻은 시선으로 이진희를 쳐다보았다. 옆에 서 있는 대머리 남자의 표정도 그다지 우호적인 편은 아니었다.이씨 가문은 도운시에서도 꽤 명망 높은 가문이라 다들 체면을 세워주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씨 가문의 이진희 아가씨도 웬만해서는 건들려 하지 않으려 하고.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이니. 대머리 남자는 바로 몸 가가 몇백만씩 하는 주호 제약회사의 대표 강주호였다. 그리고 우연스럽게도 주호 제약회사와 이진희가 담당하고 있는 그린 제약회사가 경쟁 사이라는 점.그러니 두 사람도 서로 경쟁해야 하는 적대적인 관계였다. 더군다나 강주호는 어둠 세력 속의 문천용과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나 이진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에 진주와 보석을 주렁주렁 걸친 여인은 강주호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와이프 손도연이었다.비록 강주호와 팔짱을 끼고 프라다 가방에 걸친 옷들은 죄다 한정판이었지
윤도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이진희는 마음속 한편의 불안함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오늘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직장에서의 문제는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진짜 속수무책이었는데...... “뭐 이 자식아?” 강주호는 윤도훈을 노려보며 물었다. “어디서 굴러온 잡놈이 주인도 아직 입을 안 열었는데 먼저 앞장서서 오지랖인데?” 윤도훈의 말에 순간 얼굴이 빨개진 손도연은 윤도훈을 향해 막소리를 질렀다. “아줌마 나빠요! 우리 아빠 욕하지 말아요!” 그러자 옆에 서있던 율이가 갑자기 나서서 손도연을 향해 화를 내며 외쳤다. “이건 또 웬 잡종인데 감히 날 욕해? 때려죽일 거야!” 제대로 눈이 돌아간 손도연은 율이를 때리려고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윤도훈은 율이가 맞으랴 급히 율이를 뒤로 당겨 숨겼다. 손도연을 쳐다보던 시선도 덩달아 차가워졌다. “뭘 봐 잡놈아! 왜? 설마 네 딸이냐? 아비가 짖기를 좋아하니 어린 것도 좋은 걸 보고 배웠나 보네.” 윤도훈의 말에 정곡이 찔린 손도연은 싫은 소리만 골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이진희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참 의외네요 이진희 아가씨. 얼마나 남자가 고팠으면 애 달린 남자를 찾을 수가 있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젊은 남자를 찾을 것이지.” 이진희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 하지만 손도연의 이런 막돼먹은 행위에 대해서 이진희는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손도연이 일부러 높은 소리로 도발한 내용들은 순식간에 주위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의 귀에 들어갔다. 따라서 손님들도 이진희 쪽을 힐끔거리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손도연은 화가 풀린 듯 콧방구를 뀌고 있던 강주호를 바라보았다. 이진희에게 모욕을 주려던 이들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 그리고 윤도훈을 모욕한 건 그냥 때마침 그가 이 자리에 있어서였고. 필경 그들의 눈엔 윤도훈은 그냥 이진희의 개였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모
“이 봐. 알아듣게 말을 해. 무슨 병? 그게 대체 무슨 뜻인데?”강주호는 그늘진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사모님이 그쪽이랑 석 달 동안은 사랑을 안 나눴죠? 그거 다 사모님이 더러운 병에 걸려서예요. 다 낫기 전에는 사랑을 나눌 수가 없으니까. 정 안 믿겠으면 사모님 옷을 한번 들춰보세요. 그리고 그 병이 어떻게 걸렸는지는 제가 굳이 말을 안 해도 잘 아시겠죠? ㅋㅋ.......”줄곧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던 손도연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다.아니 이 남자가 어떻게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지?솔직히 손도연은 오로지 강주호의 재산 때문에 강주호와 결혼한 것이었다.하지만 강주호가 나이가 많은 탓에 부부 생활이 그렇게 행복한 건 아니었고 외로움을 참지 못했던 손도연은 강주호의 돈으로 밖에서 남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병도 그래서 옮은 거고.“도연아. 대체 어찌 된 일이야?”강주호는 차디찬 시선으로 손도연을 쳐다보았다.“여보. 이 사람이 헛소리 하는 거예요! 저 아무런 병도 없어요. 제가 왜 병에 걸려요?”손도연은 옷의 밑자락을 꽉 움켜쥔 채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뭐라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강주호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그는 손도연의 손을 뿌리치고 옷을 걷어 올렸다.윤도훈의 말이 맞았는지 강주호의 그늘이 진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손도연이 위에 걸친 옷을 찢었다.손도연의 피부를 보던 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순식간에 더 커졌다.“더러운 년! 너 오늘 내 손에서 죽을 줄 알아!”강주호는 분노에 차오른 채 손도연을 향해 뺨을 갈겼다.“아!”“여보, 잘못했어요! 이거 그냥 피부관리 받으며 남은 자국이에요! 저 바람 피운 적 없다구요! 진짜예요!”손도연은 땅에 주저앉아 아프다며 통곡하기 시작했다.“어디서 발뺌이야? 나 오늘 널 때려죽이고 말거야!”강주호는 절대 안 믿는다며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도 안 쓰고 계속 내리 때렸다.윤도훈은 손으로 율이의 두 눈을 가
“아니. 난 너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재운 거야.” 윤도훈은 정색한 얼굴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차디찬 말투로 대답을 했다.바로 이때,누군가가 룸 밖에서 문을 잠는 소리가 들려왔다.종업원인 척 들어온 킬러는 총 여덟 명.모두 다 살기가 흘러넘치는 시선으로 윤도훈을 노려보고 있다.앞장선 건 사악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잔뜩 풍기고 있는 긴 머리 청년이었다.“참 어디에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네.”긴 머리 청년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내며 이진희를 바라보았다.“진희 님, 이번엔 진짜 도련님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셨어요. 그래서 도련님이 진희 님 앞에서 이 남자를 죽이라고 명을 내리셨어요. 진희 님 때문에 이 남자가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시라고.”이진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비록 이들이 그 도련님이 누군지는 안 말했지만 이진희는 알 수 있었다. 그 도련님이 바로 허승재임을.“누구도 이 사람 건들 수 없어! 이 사람을 꼭 죽여야 한다면 차라리 날 먼저 죽여!”이진희는 이를 악물며 눈 앞의 킬러들을 노려보았다.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나약한 몸으로 윤도훈의 앞에 막아섰다.“윤도훈 씨. 어서 율이를 데리고 창문으로 도망쳐요! 이들이 저를 건들 수 없어요.”이진희는 이원한테 도움 요청하려고 급히 핸드폰을 뒤졌다. 하지만 핸드폰을 꺼내든 순간 이진희의 얼굴색이 변해버렸다.누군가가 이 방의 신호를 차단해 버린 듯했다.절망과 자책에 빠진 이진희는 또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졌다.비록 애초에 윤도훈이 자신의 목숨을 중히 여기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윤도훈더러 도와달라고 한 건 맞지만 정작 이런 순간이 들이닥치니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더군다나 근래에 들어서 윤도훈한테 말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감정이 싹을 텄으니.“당신 한 명으로 여덟 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율이를 데리고 안전한 곳에 가서 숨어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이진희가 두려움에 빠져 안절부절못하고
순간 킬러 한 명이 칼을 들고 윤도훈의 복부를 향해 달려들었다.몸놀림으로 봐서는 분명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훈련이 아무리 전문적이라 해도 인체의 한계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법이다.당연히 윤도훈은 제외하고.이는 이미 용의 기운 때문에 “슈퍼맨”이 된 셈이었다. 더군다나 근래에 매일같이 용혼소울링의 수련에 전념해서 몸이 강해진 것뿐만 아니라 살인 기술도 많이 익힌 상태였다.팍!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윤도훈은 정확히 달려드는 킬러의 손을 잡았다.그러고는 있는 힘껏 상대방의 손목을 분질러 상대방이 칼을 놓아버리는 순간 바로 칼을 앗아갔다.푹!눈 깜빡할 사이. 칼은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킬러의 목에 꽂혔다.분질러진 손목이 가져다주는 아픔 때문에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린 킬러는 소리도 못 낸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입만 뻐끔거리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목엔 피가 철철 흐르고 얼굴엔 불만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고스란히 남긴 채로.“쉿. 자고 있는 우리 딸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윤도훈은 차가운 얼굴로 죽어가는 킬러를 보며 말했다.“X발. 뭐야. 훈련 좀 받아 본 자식이잖아! 야. 다들 같이 덤벼. 봐주지 말고 그냥 죽여!”긴 머리 청년은 그제야 얼굴색이 변해서는 소리를 쳤다.처음엔 그냥 간신히 목숨만 붙여두고 괴롭히다 죽이려 했는데 금방 윤도훈의 깔끔한 손놀림을 보고 나서는 순간 생각을 바꾼 듯했다.......한편 샤브샤브 가게 앞에서 손도연을 죽도록 때리고도 화가 안 풀린 강주호는 씩씩거리며 차에 올라타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비록 바람을 피운 손도연이 죽도록 미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망신을 준 윤도훈이 제일 증오스러웠다.“감히 나에게 망신을 주다니! 내가 반드시 복수한다!”“그래 주호야. 무슨 일인데?”핸드폰 건너편으로부터 위엄이 그대로 묻어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문 회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오늘 망신을 당했습니다!”강주호는 화가 잔뜩 나서 대답했
한편 다른 누군가가 또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윤도훈은 룸 안에서 킬러들과 격렬히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진희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전에 윤도훈이 특전사 출신의 구명진을 제압했을 때 이미 엄청 의외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오전의 일은 그냥 새 발의 피였으니까.순식간에 사냥꾼이 된 윤도훈은 되려 사냥감이 된 일곱 명의 킬러들과 피를 날리며 격렬히 승부를 나누고 있었다.푹!다시 한번 칼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일곱 번째 킬러가 피구멍이 난 목을 움켜쥔 채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정말 킬러들이 자고 있는 율이를 깨울까 봐 걱정됐는지 윤도훈은 그들과 물고 늘어지지 않고 간단하고 깔끔하게 목을 공격해 단번에 숨을 지게 했다.긴 머리 청년만 남겨두고.그리고 그 긴 머리 청년은 윤도훈이 다른 킬러를 죽이고 있는 기회를 타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칼을 들고 윤도훈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는 일곱 명의 킬러들과 달리 실력이 유단자 중에서도 훌륭한 축에 들었다.푹!청년이 들고 달려든 칼이 끝내 윤도훈의 몸속으로 찔러 들었다.이에 청년은 기쁨의 웃음을 드러냈다.하지만 청년의 웃음은 길게 지속되지도 못하고 입가에 굳어버렸다.윤도훈의 몸속으로 찌른 칼이 아무리 힘을 줘도 더는 깊게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밖에 남겨진 칼이 변형되기까지 했다.마치 잘 들지 않는 칼로 고무를 찌르고 있는 것처럼.말도 안 돼. 이 자식이 이 정도로 강하다고?칼에 찔린 윤도훈은 긴 머리 청년이 놀라움에 멍을 때리는 틈을 타 발로 그를 힘껏 차버렸다.이에 청년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하지만 청년이 쓰러진 곳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윤도훈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상대방을 공격할 때의 힘 조절이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군.율이를 안고 있는 이진희 씨 옆으로 쓰러지다니.긴 머리 청년은 다른 킬러들과 달리 고수라서 그런지 윤도훈의 공격에 큰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