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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하지만 지금 보면 쫓아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가깝게 누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하윤을 안고 있는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여 수현은 안쪽으로 조금 더 옮겼다.

샤워를 금방하고 나온 탓인지 윤아는 수현에게서 습기를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으로 더 들어오면 좁아.”

윤아가 반대하지 않는 걸 보고 안으로 더 옮기려던 수현이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놓은 채 최대한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작과 표정이 비굴하기 그지 없었다.

수현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자자.”

어른 둘이 있을 때는 한두 시간 밤을 새워도 괜찮은데 아이들이 있으니 무조건 제때 잠들어야 했다. 하여 윤아도 오늘 저녁엔 별다른 말 없이 아이들을 재우려고 수현에게 불을 끄라고 했다. 그러고는 두 아이를 안고 잠을 청했다.

서훈은 얌전히 안쪽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하윤은 작은 동작이 많았다. 처음에는 윤아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다가 윤아의 잠옷에 달린 단추들을 만지작거리며 재잘거리기까지 했다.

“엄마, 오늘 처음 아빠랑 같이 자요.”

아이라 말할 때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 윤아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몰랐고 어른들도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윤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불을 끄고 누운 수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문에서 비쳐 드는 약한 불빛으로 딱딱하게 굳은 수현의 몸이 보였고 그가 숨을 참고 듣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윤아는 이런 수현을 보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윤아는 인스타의 비공개 글에서부터 수현과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하윤의 한마디에 들키고 만 것이다.

어둠 속, 수현의 모습이 잠깐 굳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세 사람 옆에 누워 있었다. 처음엔 윤아도 그의 숨결이 고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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