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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정말 괜찮아요. 어제 부탁했던 일은 다 했나요?”

몇 마디 말도 없이 다시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오자, 임연수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정리한 자료를 가져다준 다음, 서둘러 심윤아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윤아 님, 병원에 가기 싫으시면 따뜻한 물이라도 많이 마셔요.”

임연수는 애당초 심윤아가 불러들인 그녀의 어시스턴트로서, 평상시에 열과 성을 다하여 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일 외에는 어떠한 사적인 왕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심윤아는 임연수가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많이 쓸 줄은 몰랐다.

심윤아는 금세 마음이 따뜻해졌고 따뜻한 물을 몇 모금 마셨다.

으스스 추위를 타고 있던 심윤아는 따뜻한 물을 조금 마신 후에 심윤아는 마침내 편안해졌다. 그러나 임연수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윤아 님, 오늘 업무 보고는 제가 할까요? 사무실에서 좀 쉬세요.”

심윤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만 컨디션이 좀 저조할 뿐이라, 심윤아는 그렇게까지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만약 자잘한 일에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자기 일을 대신하도록 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스스로가 게을러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습관이 되면 앞으로 그녀가 불편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기도 했다.

심윤아는 수중에 있는 자료를 다 정리한 후에 일어나서 진수현의 사무실로 갔다.

그녀의 사무실은 진수현의 사무실 사이엔 거리가 좀 있었다. 평소 같으면 별것 아닌 거리였지만, 오늘은 감기 기운 탓인지 더 멀게 느껴졌다. 심윤아는 피곤한 기색으로 걸어갔다.

“똑똑.”

“들어와.”

차갑고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들려오고 나서야 심윤아는 문을 밀었다.

문을 열어젖힌 후, 심윤아는 사무실에 한 점의 그림자가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얀 원피스가 강소영의 가녀린 허리라인을 그대로 드러냈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몸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이때 통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은 강소영을 더욱 아름답게 비추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난 후, 심윤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윤아 씨, 왔어요?”

강소영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오며 심윤아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몸을 기울여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심윤아는 몸이 더욱 굳어졌고. 눈빛은 강소영의 어깨 너머로, 마침 진수현의 칠흑 같은 눈에 마주쳤다.

진수현은 책상에 기대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깊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윤아가 어리둥절해하다, 강소영이 한발 물러났다.

“수현 씨에게 다 전해 들었어요, 힘들었겠어요.”

강소영이 안쓰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윤아 씨,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한테 부탁하세요.”

심윤아는 흠칫했다.

‘진수현이 모든 걸 설명해 줬다는 말인가?’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심윤아는 재빨리 반응했다.

하긴, 그녀와 진수현의 결혼은 가뜩이나 만인의 주목을 받았는데, 강소영을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속일 수 없다면 더 확실히 말하는 게 옳았다. 더구나 강소영은 심윤아에게도 은인이었으니 말이다.

심윤아는 마음속의 씁쓸함을 감추고 창백해진 얼굴에 애써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언제 돌아왔어요?”

“어제 비행기였어요.”

‘어제?’

즉, 그녀가 막 돌아왔을 때 진수현은 그녀를 만나러 갔던 것이었다. 역시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강소영이었다.

“참,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요? 어디 아픈 거예요?”

강소영이 불쑥 물었다.

탁자에 기대어 시큰둥해 있던 진수현도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심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심윤아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미간이 찌푸렸다.

“어젯밤 비를 맞아서요?”

“비를 맞았다고요?”

강소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심윤아가 한숨을 내쉬며 막 설명하려고 하자, 진수현의 싸늘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불편한데 왜 억지를 부려? 너 한 사람 없다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것도 아니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어.”

진수현의 말을 들은 강소영은 무의식적으로 진수현을 한 번 보았다.

‘수현 씨, 왜 갑자기 화가 난 사람처럼 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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