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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왜 굳이 손으로 베껴야 해? 그냥 프린트하면 되잖아. 정 안 되면 알바라도 쓰든가!”

강시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더니 노형원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

“나 요즘 진짜 너무 피곤하단 말이야.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에 스트레스 폭발이라고!”

애교 섞인 목소리에 똘망똘망한 표정의 강시유를 보는 순간 노형원의 마음은 사르륵 녹아내렸다.

노형원은 바로 강시유를 품에 와락 끌어안더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알잖아. 데이터 분석은 컴퓨터로 한다고 해도 기본 데이터는 아직 손으로 베끼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혹시 알바한테 맡겼다가 필적 감정이라도 진행하면 어쩌려고 그래. 나도 우리 시유 고생하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파. 그래도 어쩌겠어. 이번 소송은 무조건 이겨야 해. 소송에서 지는 순간 우리 시원 웨이브는 끝이라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응?”

말을 마친 노형원은 강시유의 이마에 쪽 뽀뽀를 날렸다.

그럼에도 강시유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렸다.

“이게 다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이잖아. 기자회견에서 쓸데없는 소리만 안 했어도 대회에서 우승도 했을 테고 투자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을 마친 강시유가 노트를 책상에 홱 던져버렸다.

노형원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불평이나 하고 있을 대가 아니었다. 한소은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배신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뜻, 사태를 수습하고 승소하는 게 더 중요했다. 한소은 뒷담화는 그 뒤에 실컷 해도 충분하니까.

그 뒤로 노형원은 한참 동안 강시유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그제야 강시유는 노트를 베끼기 시작했다.

드디어 고분고분해진 강시유의 모습을 바라보던 노형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유한테 맡겼어. 원고 확인했는데 문제는 없더라.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통화를 마치고 커다란 창문으로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는 노형원의 눈앞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36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위해 온갖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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