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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일이요?”

조현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니 기획팀 일원이라 할 수 없고 기획팀 팀원이 아니니 일을 맡길 수도 없어요.”

잠깐 멈칫하던 조현아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굳이 여기 있고 싶다면 청소라도 하든가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전 조향사예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향수를 개발하는 일이지 청소가 아닙니다. 청소부를 비하하는 말은 아니에요. 그저 적어도 신생에 청소부로 들어온 건 아니니 그럴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3일 안에 테스트 내용을 공지해 주겠다고 하셨고 그 사이에는 저에게 일을 맡길 수도 없다고 하셨으니 전 팀장님 소식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싱긋 미소 짓던 한소은이 말을 이어갔다.

“아, 참. 만약 3일 뒤에도 테스트 문제를 보내주지 않으시면 절 기획팀 팀원으로 받아들이신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하겠습니다.”

당당한 한소은의 모습에 조현아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직급으로 기를 눌러놓으면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깔끔하게 거절하다니.

손과 코를 아끼는 건 프로 조향사로서 훌륭한 자세이긴 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한소은은 그녀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 아닌가? 왜 저렇게 당당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소은이 회의실에서 나와 회사를 나서자 기획팀 팀원들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모두들 한소은이 조 팀장과 독대한 뒤 회사를 나서는 걸 보고 딜이 실패했을 것이라 추측했고 이 소문은 기획팀을 넘어 신생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론 한소은은 그런 헛소문 따위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설령 오해가 있다 해도 언젠가 풀릴 일, 지금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했다.

3일이라는 시간이 생겼으니 노형원 쪽의 일부터 완벽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어.

차에 탄 한소은의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한 소은 씨 되십니까?”

낯설지만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

“네, 누구시죠?”

“전 시원 웨이브 담당 변호사입니다. 노형원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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